“교섭 요구 1161곳, 실제 교섭은 10곳”…산업계, 노란봉투법 재정비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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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성 모호성 39.4% 최다 애로…산업계 ‘현장 혼란 커진다’”
“하청노조 1161곳 원청 교섭 요구…기업들 ‘법적 기준 명확화 시급’”
“사용자성 인정 103곳, 실제 교섭 10곳…산업현장 불확실성 확대”

▲그래픽=김소영 기자 sue@

개정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을 상대로 한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가 급증했지만 실제 본교섭으로 이어진 사례는 극히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계는 사용자성 판단 기준의 모호성과 교섭 절차 불확실성으로 현장 혼란이 커지고 있다며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산업연합포럼(KIAF)은 24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자동차산업연합회(KAIA)와 공동으로 ‘개정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산업현장 파급효과와 개선과제’를 주제로 제87회 산업발전포럼을 개최했다.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은 개회사에서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 직접교섭 요구가 산업현장 전반의 쟁점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6월 19일 기준 1161개 하청노조, 조합원 16만4000명이 439개 원청 사업장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실제 교섭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 회장은 “노동위원회 절차 등을 통해 사용자성이 인정된 사업장은 103곳이지만 실제 본교섭 절차에 들어간 곳은 10곳에 불과하다”며 “많은 기업이 생산활동 대신 노동위원회 대응 등에 시간과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원청의 안전관리 의무와 사용자성 판단이 충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를 충실히 이행할수록 하청노조에 대한 직접 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며 “안전 법령 준수와 노조법상 사용자성 판단이 충돌하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개정 노조법 시행 100일 만에 하청노조 교섭 요구가 1100여 곳, 원청 대상 교섭 요구가 430여 곳에 달하는 등 비용과 불확실성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제조업과 물류업을 중심으로 공급망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급식·세탁·청소·경비 등 비핵심 업무까지 사용자성 인정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산업연합포럼이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18일까지 71개 기업·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기업들이 가장 시급한 애로사항으로 ‘사용자성 판단 기준의 모호성’(39.4%)을 꼽았다. 이어 ‘파업 발생 시 대체근로·안전조치 기준 부재’(35.2%), ‘교섭의제 불특정 문제’(29.6%), ‘생산·물류 공급망 차질 우려’(28.2%) 순으로 나타났다. 시행 이후 예상되는 경영상 영향으로는 ‘법률·노무 대응 비용 증가’(47.9%), ‘생산 차질 또는 납기 리스크 증가’(36.6%), ‘경영 의사결정 지연’(32.4%) 등이 지목됐다.

패널토론에서는 사용자 범위와 교섭 의제에 대한 명확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급식·경비 등 비핵심 업무까지 원청 사용자성이 인정되는 것은 법문이 불명확하기 때문”이라며 “산업현장 혼란을 막기 위해 노조법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청 교섭권 확대는 교섭·생산 비용 증가와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하청근로자 처우 개선 여력을 오히려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원청과 하청 노조의 성과급 교섭이 늘고 있지만 지급 주체와 의사결정 권한이 불분명해 법적·경영상 혼선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 이사는 “원청 사용자성과 교섭 범위를 둘러싼 노사 갈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큰 만큼 관련 기준을 조속히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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