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폭탄' 던지던 국민연금, 든든한 우군되나 [코스피 1만 시대의 조건 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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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국내 주식 비중 20.8% 상향, 증시 안전판 역할 기대
분산투자 원칙 훼손 및 전문성 결여 지적, 구조 개혁 과제 직면

▲7월 1일부터 국민연금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이 기존 14.9%에서 20.8%로 상향 적용되는 가운데, 국민연금의 '기계적 매도 폭탄'이 완화될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제공=챗GPT)

코스피 9000선 돌파로 1만 시대를 목전에 둔 가운데,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20.8%로 상향하며 증시 안전판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기계적 매도를 줄여 수급 안정과 밸류업 정책에 힘을 보탤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지만, 일각에서는 글로벌 분산투자 원칙 훼손과 정책 편향성을 우려하며 거버넌스 개혁 등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6월 말 국내 주식 목표 비중 리밸런싱 유예가 종료되는 가운데, 7월 1일부터 국민연금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이 기존 14.9%에서 20.8%로 상향 적용된다.

이에 따라 과거 증시 급등기마다 자산 배분 비중을 맞추기 위해 주식을 강제로 팔아치우며 개인 투자자들을 불안에 떨게 했던 국민연금의 '기계적 매도 폭탄'이 완화될지 관심이 쏠린다.

실제로 코스피가 3000선을 뚫었던 2021년, 국민연금은 51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쏟아내며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었다. 당시 중기 자산배분 계획에 따른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은 16.8%였으나, 주가 급등으로 실제 보유 지분 가치가 21.2%까지 치솟자 강도 높은 비중 조절에 나섰다.

그러나 7월부터는 기류가 바뀔 전망이다. 지난달 보건복지부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가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상향 조정하면서,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향후 증시 상승세를 뒷받침할 든든한 우군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올해 초부터 단계적으로 준비됐다. 기금위는 올해 1월 제1차 회의에서 시장 변동성 확대로 인한 기계적 리밸런싱이 증시에 과도한 충격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며, 전략적 자산배분(SAA) 허용 범위를 이탈하더라도 리밸런싱을 한시적으로 유예하기로 했다.

이어 지난달 28일에는 2026년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20.8%로 올리며 자산군별 비중을 현실화했다. 상법 개정 등에 따른 국내 증시의 구조적 변화 가능성과 실제 비중 확대 상황을 반영한 조치였다. 기금의 장기 수익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리밸런싱에 따른 시장 충격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7월 정식 규칙 적용을 앞두고 증시가 너무 빨리 오르고 있는 탓에, 실제 주식 비중이 새 허용 한도 상단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3월 말 기준 국민연금 국내 주식 비중은 이미 21%에 달한다.

실제로 6월 들어 연기금 매도세는 다시 가팔라지고 있다. 6월 셋째 주에만 코스피 시장에서 1조951억원(ETF·ETN·ELW 제외)을 순매도했다. 첫째 주 698억원과 둘째 주 6763억원을 더하면 6월에만 총 1조7016억원을 쏟아냈다. 이는 5월 한 달간 순매도한 2조1617억원의 79%에 육박하는 수치다.

김준우 교보증권 연구원은 "국내 경기 리스크나 글로벌 벤치마크 대비 한국의 위상을 고려할 때 20.8%라는 비중은 다소 높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면서도 "다만 이번 비중 상향은 단순한 자산배분 변경이라기보다 국내 증시 수급 안정화를 위한 정책적 성격이 강하다"고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최근 몇 년간 국민연금의 기계적 매도가 시장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던 만큼, 수급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향후 국내 주식 비중이 20.8%를 넘어서면 매도가 발생할 수 있겠지만, 과거보다 매도 압력은 완화될 것"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목표 비중 자체가 높아진 만큼 동일한 주가 수준에서도 매도 규모가 줄어들 수 있고, 반대로 시장 조정 국면에서는 하방을 받쳐주는 완충 역할도 가능할 것이라는 점에서 증시 변동성을 낮추는 측면에서는 의미 있는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이번 조치가 포트폴리오 다변화라는 연기금의 기본 원칙을 흔들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한국증권학회장인 전진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주식 비중 상향에 대해 "기계적 자산 재배분에 따른 대규모 매도 압력을 줄여 국내 증시의 불필요한 급락을 막고, 정부의 밸류업 및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에 부응한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분산투자 원칙 훼손'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그는 "전 세계 자본시장의 2% 미만에 불과한 국내 시장에 과도한 비중을 설정함으로써 글로벌 자산배분을 통한 위험 분산 효과가 저해됐다"며 "자산배분이 철저한 수익성과 안정성 기준이 아니라, 국내 증시 부양이라는 정책적 가이드라인에 밀려 결정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현재 설정된 20.8%라는 수치에 대한 재무적 방법론적 근거가 미약하다는 지적이다.

전 교수는 향후 개선 방향으로 기금위의 전문성 확보를 꼽았다. 그는 "보건복지부 장관과 부처 차관 등 정부 당연직과 이해관계자 중심으로 짜인 현재의 위원회 구조를 금융투자 전문가 중심의 상설 독립기구로 재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SAA 자체를 정책적으로 상·하향하기보다는, 전술적 자산배분(TAA) 허용 범위를 한시적으로 확대해 시장의 충격을 우려한 매도를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장중 매도를 제한하고, 지분을 원하는 기관투자자나 전략적 투자자(SI)를 발굴해 장 마감 후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형태로 물량을 이관하는 방식 등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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