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식 계속고용 제도 대안으로 제시
“임금체계 개편 없는 정년연장 어려워”

법정 정년을 일률적으로 늦추기보다 기업과 근로자가 상황에 맞게 재고용 등 계속고용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연금 수급 연령과 정년 사이의 소득 공백을 해소해야 한다는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획일적인 법정 정년연장은 기업 부담과 노동시장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공감·공영·미래를 위한 노동선진화 연구포럼과 미래노동법혁신연구회는 17일 서울 중구 LW컨벤션에서 ‘국가의 복지책임 기업에 떠넘길 건가-일본과 싱가포르 사례에서 얻는 교훈과 과제, 법정 정년연장과 일자리의 미래’를 주제로 정년연장 정책 토론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기조발제를 맡은 야시로 아츠시 쇼와여대 교수는 일본의 고령자 고용정책 사례를 소개하며 “일본은 2006년 고령자 고용안정법을 통해 △65세까지 정년연장 △정년제 폐지 △65세까지 고용연장 중 하나를 기업이 선택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후생노동성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정년을 폐지한 기업은 3.9%, 65세로 정년을 연장한 기업은 31%, 재고용 등 계속고용 방식을 채택한 기업은 65.1%로 나타났다.
야시로 교수는 “정년을 늘리는 방식은 일률적이지 않다”며 “임금 비용 증가와 직위 문제 등을 고려해 정년연장과 계속고용을 결합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임금 곡선을 완만하게 하지 않는 한 정년연장은 쉽지 않기 때문에 많은 기업이 재고용을 선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고용연장 정책의 방향으로 정년연장과 재고용, 정년폐지, 계약연장 등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했다.
박 교수는 민주당이 추진 중인 법정 정년연장 법안에 대해서는 법적 위험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그는 “취업규칙 변경, 임금 감액, 재고용 기준 등을 둘러싼 분쟁과 소송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며 “청년 채용 갈등과 저임금 재고용의 고착화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학자인 김진영 고려대 교수 역시 “정년을 연장하면서 연공급 임금체계를 그대로 유지하기는 어렵다”며 “국내외 연구 결과를 보면 정년연장이 고령자 고용을 크게 늘리지 못하고 오히려 조기 퇴직을 증가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시장이 경직된 한국에서는 청년 고용 감소와 총고용 축소 가능성도 제기된다”며 노동시장 제도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사의 입장은 엇갈렸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총괄전무는 “고령자의 노동시장 참여 확대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일률적 법정 정년연장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심화시키고 청년 신규채용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임금체계 개편과 퇴직 후 재고용 중심의 고용 확대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반면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주된 일자리에서 고용과 소득을 유지하며 노후를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나야 한다”며 “연금 수급 개시 연령과 연계해 법정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청년 고용 감소 우려에 대해서도 “세대 간 갈등의 문제가 아니라 역할과 직무의 차이로 접근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정지원 법무법인 율촌 고문은 일본식 모델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법정 정년을 65세로 올리는 것보다 정년은 60세로 유지하되 기업이 65세까지 계속고용을 의무화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며 “재고용 과정에서는 근로자의 희망 직무를 최대한 반영하고 기업의 자의적 선택은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