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복원 주목…새 금융철학 부상
공급망 재편 속 ‘지속 가능성’ 추구

5월 27일 개최된 ‘Nature Finance Forum Korea 2026’은 단순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행사가 아니었다. 그것은 금융과 자연이 연결되는 새로운 금융 질서의 출발점에 가까웠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점은 행사 이후 많은 금융권과 대기업의 ESG 담당 임원 및 사외이사들이 “자연 리스크(Nature Risk)를 금융 리스크 관점에서 새롭게 이해하게 됐다”고 이야기한 점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중요한 전환점 위에 서 있다. 과거 ESG 논의의 중심은 탄소(Carbon)와 기후변화(Climate Change)였다. 그러나 이제 글로벌 금융은 점점 더 ‘자연(Nature)’ 자체를 금융 리스크와 자본 배분의 핵심 변수로 보기 시작하고 있다.
인류는 수천 년 동안 자연을 이용해 번영해 왔다. 숲에서 나무를 베고, 강에서 물을 끌어다 쓰고,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고, 토지에서 농작물을 생산해 왔다. 그러나 인류는 오랫동안 자연이 제공하는 혜택의 가치를 제대로 계산하지 않았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외부효과(Externality)라고 부른다. 외부효과란 누군가는 혜택을 얻거나 피해를 입지만 그 대가를 지불하지 않거나 보상받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기업은 수세기 동안 생산활동을 통해 이익을 창출해 왔다. 그 과정에서 훼손된 숲, 오염된 강, 감소한 생물다양성에 대해서는 비용을 거의 지불하지 않았다. 자연은 마치 무한한 자원처럼 취급되었다. 그러나 자연은 결코 무한하지 않았다. 20세기 이후 산업화가 가속화되면서 지구의 자연자본(Natural Capital)은 빠르게 감소하기 시작했다.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지난 50여 년 동안 전 세계 야생동물 개체군은 평균 약 70% 감소했고, 산림은 사라지고 습지는 매립되었으며, 생물다양성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자연 훼손이 더 이상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와 금융의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위기 역시 자연 훼손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숲은 탄소를 흡수하고, 습지는 홍수를 완화하며, 생태계는 기후를 조절한다. 그러나 인간은 이러한 자연의 기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개발과 생산을 확대해 왔다. 결국 자연 훼손은 기후변화를 가속화했고, 기후변화는 다시 자연 훼손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만들어냈다.
더 중요한 것은 자연 훼손이 이제 기업의 생산과 공급망, 원재료 조달, 물 사용, 식량 생산, 에너지 확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는 곧 기업의 수익성과 현금흐름, 장기적 기업가치에 영향을 준다. 금융기관 입장에서 보면 결국 자연 리스크는 투자 리스크이자 신용 리스크가 되는 셈이다. 자연은 새롭게 만들어진 자산이 아니다. 인류가 경제활동을 시작한 이후 지속 가능한 번영을 위해 가장 필요했던 핵심 자본이다. 다만 우리는 그 자본의 가치를 재무제표에 비용으로 반영하지 않았을 뿐이다.
금융인은 자산을 평가하는 사람들이다. 기업을 평가할 때 공장과 설비를 보고, 현금흐름과 담보를 본다. 그러나 정작 그 기업이 존재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자산인 자연에 대해서는 충분히 평가하지 않았다. 이제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새로운 질문을 던지기 시작하고 있다. 이 기업은 자연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혜택을 받고 있는가? 이 기업의 공급망은 자연 훼손에 얼마나 취약한가? 그리고 이 기업은 자연 훼손을 비용으로 얼마만큼 부담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서 출발한 것이 바로 ‘자연금융(Nature Finance)’이다. 자연금융은 환경운동이 아니다. 그것은 자연을 경제와 금융의 핵심 자본으로 인식하고, 자연 훼손을 금융 리스크로 관리하며, 자연 복원을 새로운 투자 기회로 바라보는 새로운 금융 철학이다.
이제는 자연 훼손이 기업 가치와 금융 시스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깊이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그리고 그 변화는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