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컵 무대에 오른 것부터 이변이었다. 인구 약 60만명의 대서양 섬나라 카보베르데가 사상 첫 본선 경기에서 유럽 챔피언 스페인까지 멈춰 세웠다. 본선 진출로 세계 축구계를 놀라게 한 지 8개월 만에 월드컵에서도 대회 초반 최대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카보베르데는 15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H조 1차전에서 스페인과 0-0으로 비겼다. 우승 후보 스페인은 공 점유율 약 75%를 기록하고 슈팅 27개를 퍼부었지만, 카보베르데의 골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두 나라의 FIFA 랭킹 격차는 61계단이었다. 스페인은 2024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우승팀이자 이번 대회의 강력한 우승 후보였고 카보베르데는 월드컵 본선 경험이 전혀 없는 64위 팀이었다. ESPN은 이번 결과를 “조별리그에서 나온 첫 번째 대형 이변”으로 평가했다.
스페인은 전반 페란 토레스(FC바르셀로나)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때리는 등 여러 차례 득점에 접근했다. 그러나 카보베르데 골키퍼 보지냐(GD 샤베스)가 미켈 오야르사발(레알 소시에다드)의 헤더를 쳐내는 등 7차례 선방을 기록했다. 후반에는 라민 야말(FC바르셀로나)까지 투입됐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카보베르데가 단순히 거칠게 버틴 것도 아니었다. 수비에 많은 시간을 보냈으면서도 경기 전체에서 범한 반칙은 단 1개였다. 로이터는 이를 월드컵 한 경기 최소 반칙 기록이라고 전하며 카보베르데가 조직력과 집중력으로 스페인의 공격을 통제했다고 평가했다.

외신들은 일제히 카보베르데의 무승부를 승리에 가까운 결과로 받아들였다. 미국 스포츠 매체 SB네이션은 아예 “카보베르데가 스페인을 0-0으로 꺾었다”고 표현했다. 득점도 승점도 같았지만,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순간 두 팀의 표정은 승자와 패자만큼이나 달랐다는 의미였다.
영국 가디언은 카보베르데의 수비를 오래도록 회자될 만한 경기 운영으로 평가하며, 이번 무승부를 2026 월드컵 초반 가장 기억에 남을 장면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카보베르데가 수비에만 매달린 것이 아니라 후반 막판 역습과 세트피스로 결승골까지 노렸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스페인 언론의 반응은 충격에 가까웠다. 엘파이스는 스페인의 첫 경기를 “실망스러운 무승부”라며 느린 공 순환과 공격 깊이 부족을 지적했다. 스웨덴 매체 옴니도 현지 방송 전문가의 평가를 인용해 스페인의 경기력이 느리고 아이디어가 부족했다며 결과를 ‘초대형 이변’으로 전했다.

세계의 시선은 40세 골키퍼 보지냐에게 집중됐다. 그는 경기 종료 뒤 동료들에게 둘러싸인 채 눈물을 흘렸고, 경기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경기 전 5만 명에 미치지 못했던 그의 소셜미디어 팔로어는 스페인전이 끝날 무렵 200만 명대로 급증했다. 엘파이스는 여러 나라를 떠돌며 선수 생활을 이어온 보지냐를 카보베르데의 국가적 영웅으로 조명했다.
카보베르데의 본선 진출 자체도 이미 축구사의 한 장면이었다. 카보베르데는 지난해 10월 에스와티니를 3-0으로 꺾고 카메룬을 제치며 아프리카 예선 조 1위로 사상 처음 월드컵 본선에 올랐다. 인구 기준으로는 월드컵 역사상 세 번째로 작은 본선 진출국이며, 이번 대회에 처음 출전한 유일한 아프리카 국가다.
경기 후 스페인의 루이스 데 라 푸엔테 감독은 경기 뒤 위기론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스페인이 30경기 이상 무패 흐름을 이어온 팀이라며 경기 방식 자체를 바꿀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공격 지역에서 움직임과 날카로움이 부족했고, 낮게 내려선 상대를 공략하는 과정에서 세밀함을 높여야 한다고 인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