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하락에 부담 덜었지만…'전쟁 상흔' 고물가 불씨 여전 [미·이란 종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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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호르무즈 개방 공언에 유가 급락…브렌트유 배럴당 84달러선 진정
KIEP "종전해도 유가 90달러선"…외환위기급 물가 압박에 시차 불가피

▲서울 시내 주유소. 고이란 기자 photoeran@

미국과 이란이 전격적인 종전 합의로 평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고유가·고물가 복합 위기에 시달려온 한국 경제도 한시름 놓게 됐다. 다만 전쟁의 상흔이 깊어 온전한 물가 안정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훼손된 생산시설 복구와 공급망 정상화에 상당한 시차가 걸리는 데다 누적된 고환율 여파까지 겹쳐 당분간 국내 물가 부담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미 동부시간 기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종전 MOU 서명 직후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공언하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오는 19일 스위스에서 예정된 종전 양해각서(MOU) 서명을 계기로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될 것이라는 소식에 한때 배럴당 100달러 선을 넘나들던 국제유가도 진정세로 돌아섰다. 미국과 이란이 종전 MOU 서명 계획을 밝힌 15일 브렌트유는 배럴당 84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81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다만 시장 가격 안정과 실물 공급망 복구는 별개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 전쟁 과정에서 피해를 본 중동 산유국 생산시설이 재가동되고 물류망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한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국제 유가 및 천연가스 도입 가격 전망' 보고서는 휴전 또는 종전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당분간 배럴당 90달러 이상의 고유가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지난 4월 '미-이란 전쟁에 따른 유가 충격의 주요국 파급효과' 보고서에서 중동 전쟁이 조기에 끝난다 하더라도 유가는 전쟁 이전 수준(배럴당 63달러)으로 떨어지지 않으리라고 진단한 바 있다. 가장 희망적인 조기 종전 시나리오에서도 에너지 시설 피해 복구 지연으로 전쟁 이전보다 43% 높은 배럴당 90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현실화할 경우 고유가·고물가 상황이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국제유가 상승세가 다소 꺾이더라도 고공행진 중인 국내 소비자 물가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유가 급등 영향이 생산자물가와 수입 물가를 거쳐 소비자물가에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올해 4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28.43(2020년=100)으로 전월 대비 2.5% 상승했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수입품까지 포함한 국내공급물가지수도 전월 대비 5.2% 급등하면서 기업 원가 부담이 빠르게 확대되는 흐름을 나타냈다.

이런 상황 때문에 호르무즈 해협 통행 정상화가 이뤄져도 올해 하반기 한국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국개발연구원(KDI·2.5%)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6%) 등 주요 국내외 기관의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에는 하반기 유가 안정과 지정학적 긴장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이미 선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결국, 중동 리스크의 물리적 종료 이후에도 국내 가계와 기업이 실제 경기 반등을 체감하기까지는 한동안 '시차 효과'에 따른 숨 고르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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