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트코인이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기대에 반등한 가운데, 최근 글로벌 가상자산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유출을 두고 투자자 이탈이 아닌 기관 차익거래 포지션 정리에 따른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2일 오전 9시 가상자산 통계사이트 코인게코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24시간 전 대비 3.4% 상승한 6만3556.70달러(주요 거래소 평균가)에 거래됐다. 이더리움은 3.2% 오른 1671.85달러, 바이낸스 코인은 3.2% 상승한 605.13달러로 집계됐다.
시가총액 상위 가상자산도 대체로 강세를 보였다. 리플은 4.0%, 솔라나는 5.8%, 도지코인은 3.6% 올랐다. 모네로(15.6%), 에이다(5.9%), 스텔라루멘(4.9%), 수이(3.7%) 등도 상승했다.
시장 반등에는 중동 긴장 완화 기대가 영향을 미쳤다. 11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란과의 강력한 양해각서(MOU)를 언급했다. 그는 이란이 핵 개발을 포기하기로 했으며,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도 합의 직후 개방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기대가 위험자산 투자심리 회복으로 이어진 셈이다.
다만 가상자산 시장의 관심은 단순 가격 반등보다 최근 ETF 자금 유출의 성격에 쏠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투자자들이 스페이스X 등 대형 기업공개(IPO)에 참여하기 위해 가상자산을 매도하고 있다는 해석을 내놨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분석에 선을 그었다.
스위스 디지털 자산 은행 시그넘의 파비안 도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코인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ETF 순유출을 가상자산 시장 전반의 수요 이탈로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거래소 잔액 변화가 크지 않고, 스테이블코인 공급도 뚜렷하게 감소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도리 CIO는 대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가상자산 선물 미결제약정 감소와 ETF 순유출이 동시에 나타난 점에 주목했다. 현물 ETF를 매수하고 선물을 매도해 가격 차이를 노리는 이른바 ‘캐리 트레이드’의 수익성이 낮아지면서 기관투자자들이 관련 포지션을 정리했고, 이 과정에서 ETF 자금 유출이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이 경우 ETF 순유출은 비트코인에 대한 장기 전망 악화라기보다 차익거래 기회 축소에 따른 기술적 조정에 가깝다. 특히 현물과 선물 간 가격 차이가 줄어들면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는 ETF를 보유할 유인이 낮아지고, 기존 포지션을 청산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인 자금 유출이 나타날 수 있다.
다만 ETF 순유출을 곧바로 투자자 이탈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분석과 별개로, 실제 수요 둔화 우려는 여전히 부담 요인으로 남아 있다. 온체인 분석업체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30일 성장 수요는 마이너스 65만BTC 수준까지 떨어져 2019년 이후 세 번째로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크립토퀀트 분석가 모네로DV는 현재 가격 흐름이 조정의 마무리 국면이라기보다 변동성 확대 이후 거래가 둔화되는 ‘마취 단계’의 시작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자산운용사 카프리올 인베스트먼트의 찰스 에드워즈 최고경영자(CEO) 역시 SNS를 통해 가상자산의 겉보기 수요가 최근 4년간 관측 범위 중 하위 2.6%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했다.
투자 심리도 아직 위축된 상태다. 데이터 분석업체 얼터너티브의 공포·탐욕 지수는 12로 ‘극도의 공포’ 구간을 유지했다. 이 지수는 1에 가까울수록 공포, 100에 가까울수록 탐욕 심리가 강하다는 뜻이다.
결국 최근 비트코인 ETF 자금 유출은 스페이스X IPO 등 외부 투자처로의 자금 이동보다는 기관 차익거래 포지션 청산의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온체인 수요 지표와 투자심리가 동시에 부진한 만큼, 단기 반등이 추세 회복으로 이어질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