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창] 조선시대 선비들도 ‘영끌’ 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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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식시장을 바라보면 거대한 파도 위에 올라탄 기분이다. 첨단 AI 열풍 속 특정 기술주의 폭등과 변동성 장세에 일희일비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은 바야흐로 ‘대(大)투자 시대’의 자화상이다. 밤새 뉴욕 증시의 향방에 가슴을 졸이고, 높은 수익률을 좇아 ‘포모(FOMO·소외 공포)’ 증후군에 시달리는 이 현상의 저변에는 자산을 지키고 불리려는 인간의 근원적 욕망이 자리한다. 그렇다면 초고속 인터넷도, 증권거래소도 없던 수백 년 전 조선의 풍경은 어땠을까.

역사를 들추어보면 시장을 흔드는 인간의 심리와 투자의 본질은 예나 지금이나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조선 후기 상평통보의 유통으로 자본주의의 소용돌이가 몰아칠 때, 의주의 거상 임상옥(林尙沃)이 남긴 상도(商道) 철학은 변동성 장세에 지친 오늘날의 투자자들에게도 큰 깨달음을 준다. 그의 명언 ‘재물평여수 인중직사형(財物平如水 人中直似衡·사진)’이 그것이다. ‘재물은 평등하기가 흐르는 물과 같고, 사람은 곧고 바르기가 저울과 같아야 한다’는 뜻이다.

재물을 물에 비유한 것은 자본의 생리를 꿰뚫은 통찰이다. 물은 한곳에 영원히 머물지 않으며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가치가 저평가된 곳에서 고평가된 곳으로 끊임없이 흐른다. 고여 있는 물이 썩듯 가두어둔 자본은 가치를 잃는다. 현대 주식시장에서도 유동성은 늘 유기체처럼 움직인다. 영원한 주도주도, 영원한 폭락도 없다. 임상옥은 자본을 소유나 독점의 대상이 아니라 ‘흐름’의 대상으로 보았기에 시장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거부(巨富)를 이룰 수 있었다.

더 주목할 점은 ‘인중직사형’, 즉 사람의 마음은 저울과 같아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저울은 탐욕이나 공포 같은 주관적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오직 물건의 객관적 무게만을 담담하게 가리킨다. 주식 투자에서 가장 큰 적은 시장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아닐까, 남들이 사니까 뇌동매매하고, 대박을 노리며 빚을 내는 무리한 투자는 저울의 균형을 깨뜨리는 주범이다. 임상옥은 시장의 탐욕이 극에 달했을 때 스스로 마음의 저울대를 수평으로 맞추며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감행했다.

경제의 한자어는 ‘경세제민(經世濟民)’, 즉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구한다는 뜻이다. 재테크가 개인의 자산을 지키고 불리는 수단일지언정, 시장의 순리를 거스르는 탐욕은 언제나 역사적 대가를 치렀다.

초여름의 뜨거운 태양만큼이나 가열된 투자 시장 속에서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재물의 흐름을 순리대로 받아들이고, 탐욕과 공포 사이에서 마음의 줏대를 잡던 조선의 거상들이 지녔던 ‘저울’ 같은 냉철한 중심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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