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0억원' 월드컵 트로피⋯우승국도 가질 수 없는 이유 [북중미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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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트로피. (연합뉴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전 세계 축구 팬들의 시선이 우승컵으로 향하고 있다.

선수들이 평생 한 번 들어 올리기를 꿈꾸는 FIFA 월드컵 트로피는 축구계 최고의 영예를 상징하는 물건이다. 디에고 마라도나, 지네딘 지단,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 등 축구사를 장식한 스타들이 모두 이 트로피를 품에 안으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썼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처럼 막대한 가치를 지닌 트로피를 우승국조차 영구적으로 소유할 수 없다는 점이다. 더욱이 월드컵 트로피는 역사상 두 차례나 도난당하는 수난을 겪었다.

월드컵 트로피의 가치

11일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는 현재 사용 중인 FIFA 월드컵 트로피의 금값을 약 9억원으로 추산했다. 트로피는 높이 36.8㎝, 무게 6.175㎏으로 제작됐으며, 이 가운데 약 5.092㎏이 18K 금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월드컵 트로피의 가치는 단순한 금 시세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는 "전문가들은 월드컵 트로피의 문화적·역사적 가치 등을 고려할 때 최소 2000만달러(약 31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트로피가 지닌 상징성 때문이다. 월드컵 트로피는 축구계에서 가장 높은 명예와 권위를 상징하는 우승컵이다. 또한 100년에 가까운 월드컵 역사와 수많은 축구 영웅들의 순간을 담고 있는 상징물로 평가받는다.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트로피 가치. (AI 기반 편집 이미지)

실제로 FIFA 월드컵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단일 종목 스포츠 이벤트다. FIFA에 따르면 2022 카타르 월드컵은 전 세계 약 50억 명이 직·간접적으로 접했으며, 결승전 단 한 경기의 시청자 수만 약 15억 명에 달했다.

앞서 2018 러시아 월드컵 역시 전 세계 35억7200만 명이 시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수십억 명이 지켜보는 무대의 정점에 놓인 월드컵 트로피는 스포츠계를 대표하는 상징물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1일 미국 댈러스에서 열린 국제방송센터(IBC) 개관식에 전시된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트로피. (AP/연합뉴스)

현재 사용 중인 트로피는 1974년부터 수여되고 있다. FIFA가 진행한 새 트로피 공모전에는 53개 작품이 출품됐고, 최종적으로 실비오 가차니가 이탈리아 조각가의 작품이 선정됐다.

트로피는 두 명의 선수가 지구를 떠받치는 모습을 형상화한 디자인으로, 축구를 통해 전 세계가 하나로 연결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가차니가는 당시 "노력, 역동성, 그리고 승리 순간 선수의 환희를 상징하는 무언가를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지금의 트로피 이전엔 '쥘리메컵'이 있었다

이처럼 높은 가치로 평가되는 현재의 월드컵 트로피는 사실 처음부터 존재했던 것이 아니다.

첫 월드컵인 1930년 우루과이 월드컵부터 1970년 멕시코 월드컵까지는 '쥘리메컵(Jules Rimet Trophy)'이 우승 트로피로 사용됐다. 쥘리메컵은 월드컵 창설을 이끈 쥘 리메 FIFA 3대 회장의 이름에서 따왔다.

▲100mm 크기의 쥘리메컵 복제품. (출처=FIFA STORE 홈페이지 캡처)

아벨 라플뢰르 프랑스 조각가가 제작한 이 트로피는 높이 약 35cm, 무게 약 3.8kg의 순금 트로피였다. 그리스 신화 속 승리의 여신 니케가 팔각형 받침대 위에서 성배를 들어 올리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당시 FIFA는 지금과는 다른 규정을 운영했다. 가장 먼저 월드컵 3회 우승을 달성한 국가에 트로피를 영구 소유할 권리를 주는 방식이었다. 이는 월드컵 창설자인 쥘 리메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션엘리먼츠)

이 규정에 따라 브라질이 쥘리메컵의 주인이 됐다. 브라질은 1958년 스웨덴 월드컵, 1962년 칠레 월드컵, 1970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차례로 우승하며 세계 최초의 3회 우승국이었다.

1970년 브라질이 쥘리메컵을 소유하게 되자 FIFA는 새로운 월드컵 트로피 제작에 나섰고, 이때 가차니가의 작품이 선정된 것이다.

전 세계를 뒤흔든 트로피 도난 사건⋯애완견이 찾았다

월드컵 트로피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두 차례의 도난 사건이다.

첫 번째 사건은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개막을 약 4개월 앞둔 3월 21일 발생했다. 당시 쥘리메컵은 런던 웨스트민스터 센트럴홀에서 일반에 공개되고 있었는데, 전시 하루 만에 감쪽같이 사라졌다.

영국 경찰은 대규모 수사에 나섰지만 단서를 찾지 못했다. 사건 다음 날에는 자신을 '잭슨'이라고 소개한 인물이 영국축구협회(FA)에 협박 편지를 보내 1만5000파운드의 몸값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경찰에 신고할 경우 트로피를 녹여버리겠다고 위협했지만, 결국 범인의 정체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사진=AI 생성)

사건은 뜻밖의 결말을 맞았다. 도난 일주일 뒤인 3월 27일, 런던 남부 교외에 살던 데이비드 코르베트가 반려견 '피클스(Pickles)'와 산책하던 중 집 근처 울타리 밑 수풀에서 신문지에 싸인 물체를 발견했다. 확인 결과 그것은 사라졌던 줄리메컵이었다.

월드컵 트로피를 찾아낸 피클스는 단숨에 영국의 국민견이 됐다. 주인은 보상금 3000파운드를 받았고, 피클스는 각종 방송과 행사에 초청됐다. 이후 광고와 TV 프로그램에 출연했으며, 월드컵 역사상 가장 유명한 반려견으로 남게 됐다.

하지만 쥘리메컵의 수난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브라질이 영구 소유하게 된 쥘리메컵은 1983년 12월 또다시 사라졌다. 당시 트로피는 리우데자네이루에 있는 브라질축구협회(CBF) 본부에 전시돼 있었는데, 도둑들은 방탄유리로 보호된 진열장을 정면이 아닌 후면에서 뜯어내는 방식으로 트로피를 훔쳐 달아났다.

경찰은 용의자들을 검거했지만 트로피를 회수하는 데는 실패했다. 범인들이 트로피를 녹여 금괴 형태로 처분했다는 진술과 증언이 나왔지만 이를 입증할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결국 쥘리메컵은 지금까지도 행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세계 스포츠 역사상 가장 유명한 미해결 도난 사건 가운데 하나로 남아 있는 셈이다.

시상식 직후 회수⋯우승해도 가질 수 없는 트로피

줄리메컵의 잇따른 도난 사건은 FIFA의 트로피 관리 방식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FIFA는 1974년 서독 월드컵부터 사용된 현재의 FIFA 월드컵 트로피를 어떤 국가도 영구 소유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독일과 이탈리아가 각각 네 차례, 브라질이 다섯 차례, 아르헨티나가 세 차례 우승을 차지했지만 누구도 트로피의 주인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에서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가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22년 한일 월드컵까지는 우승국이 다음 월드컵이 열릴 때까지 약 4년 동안 진품 트로피를 보관한 뒤 FIFA에 반납하는 방식이 유지됐다. 그러나 FIFA는 보안 강화를 위해 규정을 다시 변경했고, 2006년 독일 월드컵부터는 우승팀이 시상식에서만 진품 트로피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우승팀 선수들은 결승전 직후 시상식에서 진품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우승 세리머니를 펼친다. 하지만 행사가 끝나면 FIFA 관계자들이 즉시 트로피를 회수한다.

대신 우승국에는 진품과 거의 동일한 형태의 도금 복제품이 전달된다. 각국 축구협회가 전시하거나 기념행사에 사용하는 트로피 역시 이 복제품이다.

진품 트로피는 FIFA가 직접 관리한다. 평소에는 엄격한 보안 체계 아래 보관되며 월드컵 조 추첨 행사나 공식 전시회, FIFA 주관 행사 등 특별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공개된다.

또한 트로피를 직접 만질 수 있는 사람도 엄격하게 제한된다. FIFA 규정에 따르면 국가 원수, 월드컵 우승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FIFA 관계자 등 극소수만 진품 트로피에 접촉할 수 있다.

이 때문에 FIFA 월드컵 트로피는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게 관리되는 스포츠 우승컵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4년에 한 번, 단 한 국가만이 들어 올릴 수 있다는 희소성은 월드컵 트로피를 세계 스포츠계에서 가장 특별한 우승컵으로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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