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내 9조원 투자 계획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내 로봇 실증 거점 구축에 나선 배경에는 단순 완성차 업체를 넘어 ‘글로벌 피지컬 AI’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정의선 회장의 구상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와 협력 범위를 넓히며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개발을 넘어 데이터 학습, 시뮬레이션, 생산 현장 적용을 아우르는 ‘로봇 통합 생태계’ 구축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의 회동에서 “모빌리티와 로보틱스를 함께 하게 돼 매우 영광”이라며 “엔비디아는 현대차그룹에 필수불가결하고 가장 중요한 파트너”라고 밝혔다. 이어 “사람에게 더 도움을 줄 방법을 찾으려면 결국 AI와 로보틱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이 AI와 로보틱스를 거듭 강조하는 이유에는 현대차그룹의 피지컬 AI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초 CES 2026에서 ‘AI 로보틱스’ 전략을 공개하며 인간 중심의 피지컬 AI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제시했다. 피지컬 AI는 로봇이 현실 공간에서 스스로 인식·판단·행동하는 기술로 제조업 경쟁력을 좌우할 차세대 산업으로 평가된다. 미국 내 로봇 메타플랜트 응용 센터(RMAC) 구축에 속도를 내는 것도 이 같은 전략의 연장선이다.
현대차그룹은 국내에서는 AI 데이터센터와 로봇 제조 인프라를 구축하고, 미국에서는 실제 제조 현장을 활용한 실증과 고도화를 추진하는 이원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해 미국 투자 발표에 이어 올해 들어서는 국내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초에는 전북 새만금 지역 112만4000㎡ 부지에 AI 데이터센터와 로봇 제조공장, 수소 에너지 시설, 태양광 발전 설비, AI 수소 시티 등을 구축하기 위해 9조원을 단계적으로 투자하기로 했다.
이러한 전략은 엔비디아와의 협력으로 더욱 강화되고 있다. 정 회장은 황 CEO와 만나 현대차그룹이 새만금에서 추진 중인 AI·로보틱스·데이터센터 사업을 설명하고 엔비디아의 참여를 제안했다. 이에 황 CEO는 새만금을 한국의 ‘AI 밸리’로 표현하며 “새만금에 엔비디아 데이터센터를 짓게 돼 매우 기쁘다”고 답했다. 현대차그룹이 제조 현장 데이터와 로보틱스 역량을, 엔비디아는 AI 반도체와 디지털 트윈 기술을 각각 보유한 만큼 양사 협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테슬라 ‘옵티머스’, 미국 ‘피규어AI’, 중국 ‘유니트리’ 등과의 경쟁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완성차 기업을 넘어 글로벌 로봇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국내의 AI·데이터 인프라와 미국의 로봇 실증 체계를 연결하는 모델이 안착할 경우 이 시스템이 현대차그룹의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와 유럽·중동 생산 거점 등으로도 확대 적용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