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는 장기로 미루고 단기엔 북핵 '동결' 협상 제시
자체 핵무장엔 선…AI 초과이익은 기본소득식 환원 구상

이재명 대통령이 민주화 이후 전직 대통령 절반 이상이 탄핵되거나 감옥에 간 악순환의 다음 차례가 자신일 가능성이 "꽤 높다"는 전망을 내놨다. 취임 1년을 맞아 자신의 거취를 두고 가장 솔직한 진단을 외신 앞에 꺼낸 것이다. 이 대통령은 본인 재판 5건을 "정치적 수사"로 규정한 데 이어, 북핵은 당장 없애기보다 '동결'부터 묶자고 했고, AI 초과이익은 기본소득식으로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구상까지 풀어놓았다.
이 대통령은 10일 공개된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 취임 전 받던 재판 5건을 "정치적 동기에 따른 수사·기소"로 규정하며 이같이 밝혔다. 해당 재판들은 현직 대통령에게 적용되는 불소추특권(재임 중 형사 기소를 받지 않는 권리)에 따라 현재 중단된 상태다.
대북 문제에서는 비핵화를 당장의 목표 자리에서 한발 물렸다. 이스라엘-이란 전쟁을 지켜본 북한이 핵을 더 단단히 쥘 것으로 보고, "이란 전쟁 이후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핵물질 추가 생산과 해외 반출을 멈추는 모라토리움(특정 활동을 일정 기간 중단하겠다는 선언), 탄도미사일 개발 중단을 단기 협상 목표로 제시했다. 비핵화를 접은 게 아니라, 북한이 체제 위협을 덜 느껴 스스로 핵의 필요를 못 느끼게 만드는 장기 과제로 미뤄둔 셈이다.
남북 대화의 물꼬를 틀 변수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목했다. 북한이 한국을 '적대국'으로 부르고 러시아와 밀착하는 국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독특한 성격"이 오히려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가 의제에서 빠질 때만 트럼프 대통령과 마주 앉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핵 문제에서 이 대통령은 자체 핵무장에 분명히 선을 그었다. 미국과 합의한 우라늄 농축·재처리 권한이 "원전 가동에 필요한 저농축에만 쓰일 것"이라며, 독자 핵무장은 "바람직하지도 현실적이지도 않다"고 밝혔다. 미국 조야의 핵확산 우려를 의식한 발언이다.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3.5%까지 늘리기로 한 데 대해선 "나라를 지키는 일은 우리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며 자주국방 기조를 강조했다. 앞서 그는 대미 투자 3500억 달러(약 533조 원)를 지렛대로 관세 협상을 타결하고 핵추진잠수함 건조와 농축·재처리 능력에 대한 미국의 승인을 받아낸 바 있다.
경제 현안에서는 AI·반도체 호황으로 생긴 부를 국민에게 되돌릴 새 분배 장치가 필요하다고 봤다. 그 예로 '기본소득 보조금'(전 국민 대상 보편 지급이 아니라 특정 계층·명목에 한정해 주는 방식)을 들면서도, "지금으로선 초과이익을 어떻게 다룰지 답을 못 내겠다"며 시기상조라는 단서를 달았다. 기업의 초과이윤을 곧장 재원으로 끌어쓰겠다는 뜻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