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삼성SDI 신청완료…SK온 검토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상호관세가 위법하다는 판결 이후 국내 기업들의 관세 환급 절차가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이 관세 환급 신청 접수에 들어가면서, 미국에 제품을 수출한 국내 기업들이 이미 납부한 관세를 돌려받기 위한 움직임에 나서는 모습이다.
8일 산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4월 미국 상호관세 환급 신청을 마친 것으로 파악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에 배터리 제품을 수출하는 과정에서 상호관세를 부담해왔으며, 이번 환급 절차를 통해 일부 비용을 돌려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이 신청한 환급금 규모는 약 3000억원 이상이고, 현시점 기준 확정된 환급금은 1000억원 수준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나머지는 기다리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액수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SDI 역시 “환급 신청을 완료했다”며 “환급금 규모 등은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이번 환급은 미국 연방대법원이 지난 2월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조치를 위법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미국 행정부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주요 수입품에 상호관세를 부과했지만, 대법원은 이 법이 대통령에게 포괄적인 관세 부과 권한을 주지 않는다고 봤다. 이후 미국 국제무역법원은 관세 환급을 명령했고, CBP는 지난 4월부터 환급 신청 접수를 시작했다.
환급 대상은 지난해 4월 이후 미국에 통관된 상호관세 적용 품목이다. 한국산 제품에는 한때 15% 수준의 상호관세가 적용됐다. 업계에서는 해당 기간 미국에 수출한 국내 기업이 약 6000곳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환급 대상 품목은 자동차 부품과 소재, 기계 장비, 화학 제품, 생활가전,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소재·부품 등으로 폭넓다.
환급 규모도 상당할 전망이다. 수출업계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돌려받을 수 있는 관세가 최소 수조원대에 달할 수 있다고 본다. 미국으로 수출된 상호관세 적용 품목의 규모와 관세율, 통관 시점을 감안하면 전체 환급액이 4조원 안팎에 이를 수 있다는 추산이다.

LG에너지솔루션 외에도 미국 상호관세 영향권에 있는 대기업들의 환급 신청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자동차와 배터리, 전자·부품 업종이 대표적이다. 현대차그룹은 완성차는 별도 관세 체계의 영향을 받지만, 자동차 부품과 소재·장비 수출분은 환급 대상 여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SK온은 “신청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다만 실제 환급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기업이 관세 환급을 신청하면 CBP가 통관 기록과 품목 분류, 납부 세액 등을 확인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통상 접수 이후 환급금 지급까지 2주 안팎이 걸릴 수 있지만, 신청 기업이 몰리면 심사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본다.
기업들은 신중한 분위기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관세 환급은 단기적으로 기업 현금흐름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미국 정부가 다른 방식으로 관세나 현지 생산 요건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어 통상 리스크는 계속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