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당선인들에 바라는 ‘호시우보(虎視牛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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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와 같은 눈빛으로 보고(虎視), 소와 같은 발걸음으로 간다(牛步)”는 사자성어 ‘호시우보(虎視牛步)’에는 호랑이처럼 예리하게 세상을 살피고, 소처럼 묵직하고 신중하게 걸어간다는 뜻이 담겨 있다. 고려 시대 보조국사 지눌의 수행 자세를 기록한 순천 송광사 지눌 부도비와 고려 고승 일연의 생애를 기록한 보각국사비문에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풀이하면 예리한 통찰력으로 세상을 정확히 살펴 판단하고, 실행은 신중하고 꾸준하게 해야 한다는 의미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함께 이끌어 갈 일꾼을 뽑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났다. 선거라는 링에 오른 후보자들은 치열하게 경쟁하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지겠노라’, ‘국민을 위해 일하겠노라’ 선언했다.

선거 결과 승자와 패자가 있겠으나, 선거에 참여한 국민의 한 표, 한 표는 승자와 패자로 나눌 수 없다. 당선인과 낙선인 모두가 국민의 소중한 선택을 받아서다. 따라서 이번 선거 당선인들이 새겨야 할 마음가짐이 호시우보의 자세 아닐까?

지방정부를 둘러싼 환경은 절대 녹록지 않다. 저출생과 고령화, 지방소멸 위기, 청년 인구 유출, 지역경제 침체, 기후위기 대응, 생활 인프라 확충 등 어느 것 하나 쉬운 과제가 없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전환은 지방행정에도 새로운 역할을 요구한다. 또 지역 간 격차는 여전히 크고 주민들의 기대 수준은 과거 어느 때보다 높다.

당선인들은 호랑이의 눈(虎視)을 가져야 한다. 선거 운동 기간에 얽매였던 진영 논리와 정파적 이익에서 벗어나, 우리 지역이 처한 냉혹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화려한 토목 공사나 선심성 공약 같은 ‘겉치레’로는 무너지는 지역을 살릴 수 없다. 호랑이가 먹이를 노릴 때 온 신경을 집중하듯, 당선인들은 지역의 진짜 먹거리와 신성장 동력이 어디에 있는지 매서운 통찰력으로 찾아야 한다. 또 국민과 지역민의 목소리에 귀를 열어야 한다.

귀를 열고 현실을 진단했다면 소의 발걸음(牛步)이 뒤따라야 한다. 정책을 집행하고 행정을 이끌 때 소처럼 신중하고 묵묵해야 한다. 지방행정은 속도보다 지속성이 중요하다.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화려한 구호가 아니라 체감할 수 있는 변화다. 복지 정책 하나, 교통 정책 하나, 도시재생 사업 하나도 충분한 검토와 주민 의견 수렴 없이 추진된다면 오히려 더 큰 사회적 비용을 남길 수 있다.

국민은 과거처럼 일방적인 행정을 원하지 않는다. 정책 기획 단계부터 참여하고 결과를 평가하며 행정을 감시한다. 지방정부 권한이 커진 만큼 설명 책임도 더욱 커졌다. 주민 설득에 시간을 쓰는 건 민주적 행정의 출발점이다.

또 하나 당선인들이 경계해야 할 것은 조급증이다. 지방행정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에 가깝다. 주민의 신뢰는 화려한 발표가 아니라 꾸준한 실천에서 만들어진다. 협치의 정신도 필수다. 지방자치의 목적은 승자독식이 아니다. 같은 지역 주민을 위해 서로 다른 의견을 조정하고 합의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소수 의견을 존중할 때 완성된다.

4년의 임기는 생각보다 짧고 국민의 눈높이는 호랑이보다 매섭다. 당선인들이 호시우보의 자세로 매서운 통찰을 통해 길을 찾고, 우직한 걸음으로 국민의 삶을 바꾸는 ‘진짜 일꾼’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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