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무거운 하루 견디느라 웃음을 잊은 이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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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에서 발까지, 인간의 욕망으로 길들인 서양 패션 문화사⋯‘몸은 어떻게 스타일이 되는가’

▲책 ‘몸은 어떻게 스타일이 되는가’ 표지 (사진제공=곰출판)

몸은 한 권의 오래된 지도와 같다. 시대가 남긴 욕망과 금기, 계급과 권력의 흔적이 피부와 머리카락, 허리와 발끝 곳곳에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서양 패션사를 연대기 대신 신체 부위라는 낯선 렌즈로 펼쳐 보인다. 얼굴의 점, 코르셋에 갇힌 허리, 향을 머금은 장갑, 높은 굽 위의 발은 모두 당대 사회가 몸에 부여한 의미를 말해준다. 저자는 옷과 장신구, 화장과 향, 신발을 통해 아름다움의 기준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강요됐는지 설명한다. 귀족의 흰 피부, 과장된 치마, 가발과 하이힐은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시대가 요구한 몸의 연출이었다. 패션을 옷의 변화로만 보지 않고, 몸을 둘러싼 욕망과 통제의 문화사로 읽어내는 것이다. 오늘날 다이어트, 성형, 피부 관리, 향수 산업으로 이어지는 미의 기준도 이 긴 역사와 맞닿아 있다. 몸과 옷이 서로를 빚어온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패션의 역사는 곧 인간이 되고 싶어 한 몸의 역사였음을 깨닫게 된다.

진짜 헤르만 헤세를 만나다⋯‘너무 진지하게 여기진 말아요’

▲책 ‘너무 진지하게 여기진 말아요’ 표지 (사진제공=피카(FIKA))

헤르만 헤세라는 이름에 덧씌워진 고요하고 쓸쓸한 이미지를 걷어내고, 웃음과 장난기, 풍자를 품은 작가의 얼굴을 꺼내 보이는 책이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미공개 산문과 시, 에세이에는 완성된 거장의 언어보다 더 가깝고 생생한 인간 헤세의 목소리가 담겼다. 그는 가난과 전쟁, 현대 문명의 공허함을 예리하게 바라보면서도 삶을 지나치게 무겁게 떠받들지 않는 태도를 잃지 않았다. 가까운 이들의 기록은 그가 침묵 속에 갇힌 은둔자가 아니라 잘 웃고, 소박한 즐거움을 아끼며, 비극 앞에서도 유머를 붙든 사람이었음을 전한다. 책 속 짧은 글들은 날카로운 풍자와 따뜻한 위로 사이를 오가며 독자에게 헤세를 다시 읽는 기쁨을 안긴다. 특히 웃음을 삶의 도피가 아닌 자기 자신을 지키는 힘으로 바라본 그의 시선은 오늘의 독자에게도 깊게 닿는다. 무거운 하루를 견디느라 웃음을 잊은 이라면 이 책에서 뜻밖에 명랑한 헤세를 만나게 될 것이다.

예술은 인간의 삶에 왜 필요한 것일까?⋯‘예술은 무엇을 하는가’

▲책 ‘예술은 무엇을 하는가’ 표지 (사진제공=알에이치코리아)

예술을 미술관 안의 작품으로 가두지 않고, 음악과 영화, 옷차림, 농담, 밈, 장식처럼 일상 곳곳에서 작동하는 인간의 감각으로 읽는 책이다. 콜드플레이, U2, 토킹 헤즈, 데이비드 보위와 작업한 저자는 예술이 우리의 감정을 움직이고 타인과 연결되게 하며 아직 오지 않은 세계를 상상하게 만드는 힘이라고 말한다. 공포 영화, 소설, 음악 같은 친숙한 사례를 통해 예술이 현실의 위험 없이 여러 감정을 미리 살아보게 하는 장치임을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예술은 남는 시간의 취미가 아니라 인간이 삶을 견디고 넓히는 오래된 기술에 가깝다. 또한 저자는 피라미드와 팝송, 심포니와 SNS 밈을 나란히 놓으며 예술의 가치를 낡은 위계로 재단하지 않는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스스로 분별하는 힘이야말로 광고와 알고리즘이 취향을 흔드는 시대에 필요한 감각이라는 메시지도 또렷하다. 예술이 어렵다고 느꼈던 독자에게는 다정한 입구가, 예술을 사랑해온 독자에게는 자신이 왜 그것에 끌렸는지 새롭게 깨닫게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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