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모두의 1층’ 실현하던 스타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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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를 타는 이들과 약속을 잡을 때 나는 거의 스타벅스를 고른다. 4년째 “어디에 경사로를 놓을 수 있는가”를 판단해 온 사람으로서 터득한 요령이다. 오래된 동네에서 물리적으로 경사로를 놓을 수 있는 가게는 10~20%에 불과하고, 그나마 점주가 거부하면 그걸로 끝이다. 다른 커피 체인을 둘러봐도 휠체어로는 들어갈 수 없는 곳이 태반이다. 그런데 스타벅스는 열 곳 중 7~8곳이 휠체어로 들어갈 수 있는, 보기 드문 카페 브랜드다.

장애인 편의 높인 ‘포용성 경영’ 철학

이유가 있다. 스타벅스가 한국에 처음 들어올 때 본사가 있는 미국의 미국장애인법(ADA)에 따라 매장 접근성 원칙을 상당 부분 들여왔기 때문이다.

스타벅스 경사로는 매장과 어울리게 돌과 시멘트로 시공해 튼튼하고, 미끄럼 방지 마감도 사후에 설치한 경사로보다 안정적인 경우가 많다. 스타벅스가 대형 건물에 입주하는 경우가 많아 장애인화장실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경우에도 장애인화장실이 갖춰져 있는 곳이 꽤 많았다. 휠체어 이용자에게 스타벅스는 휠체어로 들어갈 수 있는 식당도 카페도 없을 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사실상의 안전지대였다. 스타벅스 미국 본사 자체가 다양성과 포용성을 강조하는 철학이 있어서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마케팅 사태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유심히 지켜봤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섰지만 비판 여론이 누그러들 조짐은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사태 진전을 보며 답답하기 그지 없었다. 실제로 휠체어를 타는 내 지인들은 갈 수 있는 카페가 손에 꼽히는 상황에서 스타벅스를 드나드는 것조차 마음 불편해졌다. 이들에게 ‘갈 수 있는 카페 하나가 사라진다’는 건 비장애인이 체감하는 것보다 훨씬 무거운 상실이다.

시대의 흐름은 접근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지난 4월 장애인권리보장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시행령과 후속 입법을 거쳐 2년쯤 뒤면 매장에 더 높은 물리적 접근성 기준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접근성에서 한발 앞서 있던 스타벅스코리아에는 현재의 법적 흐름이 분명한 기회가 될 수 있었다. 미국 스타벅스 본사는 장애 접근성을 전문적으로 고민하는 팀을 두고 ‘포용적 공간 프레임워크(Inclusive Spaces Framework)’를 공개한다. 이 프레임워크에 수록된 매장 접근성은 입구, 동선, 상품전시, 화장실, 업무공간, 주변환경음 등의 다양한 요소로 구성돼 있다. 장애고객 뿐 아니라 장애 직원의 업무 접근성까지도 포함한다. 물리적 접근성 말고도 신경다양인을 고려한 조명, 음향 가이드도 있다. 실제로 스타벅스 본사는 리테일 근무 직원 기준 14%가 장애인이다. 스타벅스 미국 본사는 접근성을 중요시하는 기업 네트워크의 일원이기도 하다.

이동약자 위한 접근성 확산했으면

스타벅스코리아가 본사의 ‘포용적 공간 프레임워크’를 한국에 제대로 이식한다면, 미국 본사의 DNA로 우연히 지켜왔던 포용성을 제도적으로 끌어올렸다면, ‘한국에서 보기 드문 포용적 접근성’이라는 또렷한 브랜드 자산을 쌓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대응은, 오히려 그런 기회를 스스로 좁혀버린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이 기회를 다른 프랜차이즈나 커피 체인들이 가져가면 어떤가. 소매 매장의 1층 문턱을 낮추자는 ‘모두의 1층’ 같은 시민사회의 시도가 이미 진행 중이다. 휠체어 이용자들이 스타벅스 한 곳에 쏠렸다는 현실은, 결국 나머지 모두가 아직 문턱을 낮추지 않았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이동약자 30%인 현실에서 스타벅스가 선도해 온 접근성 우위를 가져갈 기회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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