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탕 싸움도 준비”⋯대표팀 내부서 나온 각오
월드컵 역사 바꾼 ‘물전쟁’ 재현 가능성도

한국 대표팀은 이번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멕시코에서 치른다. 체코와의 1차전, 멕시코와의 2차전이 열리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은 해발 1571m의 고지대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3차전은 상대적으로 고도가 낮은 ‘몬테레이 스타디움’(해발 450m)에서 열린다.
고지대는 대표팀이 반드시 넘어야 할 첫 번째 변수다.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는 평소보다 체력 소모가 빠르고 회복 속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고지대 원정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들에게는 경기력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환경이다.

해발 약 2670m의 네메시오 디에스 경기장에서 열린 이날 경기에서 손흥민은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지만 슈팅을 한 차례도 기록하지 못했다. LAFC 선수들 역시 경기 내내 거친 숨을 몰아쉬며 평소보다 무거운 움직임을 보였다.
손흥민은 26일(현지시간) 대표팀 합류 후 취재진과 만나 당시 경험을 떠올리며 “홈 팀 선수들도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쉽지 않은 환경이라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데이터를 봐도 선수들이 평소보다 많이 못 뛰고 힘들어한 게 보였다”며 “고지대는 가서도 힘들지만 갔다 와서도 힘들다. 후유증이 꽤 오래간다”고 털어놨다.

멕시코의 우기는 보통 5월 말부터 시작돼 10~11월까지 이어진다. 북중미 월드컵 개막 시점인 6월 중순과 정확히 겹친다. 특히 한국의 조별리그 경기가 열리는 과달라하라와 멕시코시티 일대는 우기 기간 오후 늦게부터 저녁 사이 강한 스콜성 폭우가 쏟아지는 경우가 많다.
27일 멕시코 현지 매체 엘 오시덴탈 등에 따르면, 과달라하라 지역 당국은 월드컵 기간 우기 침수 가능성에 대비해 비상 대응 체계 점검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과달라하라 광역권 내 침수 취약 지역 역시 200곳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한국 조별리그 경기 시간이 현지 저녁 시간대에 편성돼 있다는 점이다. 낮 동안 고온다습한 날씨가 이어지다가 해가 지면 갑자기 시간당 수십 ㎜ 수준의 폭우가 쏟아지는 패턴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과달라하라 지역은 우기 때 도로 침수와 교통 혼잡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경기가 바로 1974 서독 월드컵 준결승 서독과 폴란드의 경기다. 당시 프랑크푸르트에는 경기장 배수 시설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경기 직전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고, 잔디 위에는 물이 고였다.
FIFA 공식 자료에 따르면, FIFA는 당시 상황에 대해 “잔디 상태가 끔찍했고 공의 움직임을 제대로 예측할 수 없었다”고 소개했다. 실제 경기 영상에서도 패스가 중간에 멈추고 선수들이 물에 잠긴 잔디 위를 미끄러지며 뛰는 장면이 그대로 남아 있다.
특히 당시 폴란드는 빠른 패스와 기술 축구를 앞세운 팀이었으나 폭우로 인해 힘을 쓰지 못했다. FIFA는 “폭우로 인해 물이 고인 잔디가 폴란드 특유의 빠른 전개를 어렵게 만들었다”며 당시 경기 환경이 “서독에 더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결국 서독이 1-0으로 승리하며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미드필더 김진규(전북 현대 모터스)는 이달 중순 대표팀 소집 인터뷰에서 북중미 월드컵 환경에 대해 “진흙탕 싸움을 할 각오”라고 밝혔다.
이어 “냉정하게 보면 월드컵 무대에서 우리보다 약한 상대는 없다. (손)흥민이 형은 ‘모든 선수가 상대가 짜증 날 정도로 밀어붙여야 한다’고 했고,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은 ‘최대한 더럽고 지저분하게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손흥민 또한 대표팀 합류 후 취재진과 만나 “훈련이 힘들어야 대회가 편하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실제로 그는 이날 훈련 내내 동료들에게 “더 빨리 해봐!”, “좋아!” 등을 외치며 적극적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리기도 했다.
북중미 월드컵은 고지대와 장거리 이동, 고온다습한 기후, 우기 변수까지 겹치면서 기존 대회보다 체력 부담이 더 클 수 있다. 홍명보 감독 역시 이달 중순 대표팀 최종명단을 발표하면서 “월드컵은 예상하지 못한 변수들이 많은 무대”라며 환경 적응과 상황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