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챠숍 오픈런까지⋯다 '메지루시' 때문입니다 [솔드아웃]

기사 듣기
00:00 / 00:00

지금 화제 되는 패션·뷰티 트렌드를 소개합니다. 자신의 취향, 가치관과 유사하거나 인기 있는 인물 혹은 콘텐츠를 따라 제품을 사는 '디토(Ditto) 소비'가 자리 잡은 오늘, 잘파세대(Z세대와 알파세대의 합성어)의 눈길이 쏠린 곳은 어디일까요?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가챠의 인기가 여전히 뜨겁습니다.

과거 초등학교 앞 문방구에서 동전을 넣고 돌려 미니어처나 장난감을 뽑던 캡슐 뽑기는 최근 가챠라는 이름으로 젊은 세대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주요 상권에 대형 매장 형태로 들어서는 데다가 동전이 아닌 카드 결제까지 가능해 접근성도 높아졌죠.

가챠로는 정말 많은 걸 뽑을 수 있습니다. 장난감부터 파우치, 세안 밴드, 키링, 화장품까지 캡슐 안에 들어갈 수 있는 건 뭐든 상품이 되는데요. 귀엽고 아기자기한 디자인, 그리고 무엇이 나올지 모른다는 랜덤 요소가 소비 욕구를 부채질하는 모습입니다.

이 중에서 특히 심상찮은 인기를 자랑 중인 것도 있습니다. 바로 '메지루시(めじるし)', 직역하면 '눈으로 알아보는 표식'인데요. 크기만 작은 키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고리가 일반 키링과는 조금 다르게 생기기도 했죠.

최근 일본 Z세대 사이에서는 이 메지루시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데요. 본래 용도에서의 활용을 벗어나 '나'를 드러내는 가장 작고 귀여운 표식이자 커스텀 놀이로 확장 중입니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독자 제공)

"내 우산 어딨지?"…메지루시 등장 배경은

메지루시는 이름 그대로 자신의 물건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돕는 작은 액세서리입니다. 보통 2~3㎝ 크기의 캐릭터 참에 실리콘 고리가 달린 형태로 제작되죠.

얼핏 보면 일반 키링과 비슷하지만 구조는 조금 다릅니다. 가방에 다는 대신 우산 손잡이나 텀블러 손잡이, 케이블 같은 길쭉한 물건에 끼워 사용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인데요. 말랑말랑한 실리콘 고리가 달려 있다는 게 특징입니다.

메지루시가 처음 등장한 배경은 꽤 실용적입니다. 일본에서는 편의점에서 쉽게 살 수 있는 투명 비닐우산을 사용하는 사람이 많은데요. 이 우산들의 디자인은 대부분 비슷하기 마련입니다. 식당 앞 우산꽂이에 우산을 두면 누군가 내 걸 실수로 가져가거나, 또는 내가 내 우산을 찾지 못하는 불상사가 흔하게 벌어질 수 있죠. 이때 작은 캐릭터 참을 우산 손잡이 부분에 끼워두면 한눈에 내 우산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저렴한 가격으로 부담도 적습니다. 통상 가챠 기계를 통해 판매되는 메지루시는 300엔, 우리 돈으로 약 2800원 정도인데요. 다만 가챠의 랜덤 요소가 소비 욕구를 자극하는 만큼 자칫하다간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가 나올 때까지, 끝을 모르고 동전을 꺼내게 될 수는 있겠습니다.

▲21일 일본 도쿄 이케부쿠로의 한 가챠숍이 슈퍼마리오 메지루시 요시 컬렉션을 안전 상의 이유로 판매 중단했다. (출처=가샤코코 이케부쿠로 공식 X 캡처)

일본 인기 보니…오픈런하고 수량 제한까지

흥미로운 건 메지루시의 용도가 최근 대폭 확대됐다는 겁니다. 단순한 우산 분실 방지용 액세서리를 넘어 일상 속 각종 물건을 꾸미는 '커스텀 액세서리'로 진화한 건데요. '별다꾸(별걸 다 꾸미는)' 트렌드와도 유사한 맥락이죠.

활용 범위도 넓어지는 추세입니다. 이어폰과 충전선, 스마트 펜슬 같은 디지털 기기부터 텀블러와 페트병, 볼펜과 다이어리까지 메지루시를 다는 대상이 점점 다양해지는 중이죠.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공간에서 자신의 물건을 쉽게 구분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힙니다.

최근 X,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틴트나 립스틱 등 화장품에도 메지루시를 단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파우치 속 뷰티 제품을 더 귀엽고 개성 있게 연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끄는 모습입니다. 일본 Z세대 트렌드 미디어 '메리(MERY)'가 지난해 12월 공개한 리포트에서도 메지루시는 '우산' 다음으로 틴트와 립스틱 등 '립 제품'과 함께 언급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20일 한 X 이용자는 메지루시에 대한 뜨거운 열기를 전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573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한 이 영상에 따르면 일본 오사카의 한 가챠숍 앞은 매장 오픈 전부터 인파로 가득해 발 디딜 틈도 없었는데요. 다름 아닌 신상 치이카와 메지루시를 손에 넣기 위한 이들이 한데 몰린 겁니다. 해당 네티즌은 "줄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사람이 몰려 만두처럼 찌그러졌다"고 토로하기도 했죠.

슈퍼 마이오 브라더스 메지루시 요시 컬렉션도 인기가 많습니다. 일부 매장에서는 1인당 구매할 수 있는 수량을 제한하는가 하면 안전을 위해 판매를 중단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온라인상에서는 유동 인구가 적어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가챠숍을 공유하는 모습도 포착되고 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캐릭터에 스포츠·패션 브랜드까지…무궁무진한 매력

메지루시의 뜨거운 인기는 수치로도 나타납니다. 22일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일본에서 'めじるし' 검색량은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는데요. 이달 3~10일 36 수준이던 검색 지수는 이달 17~22일 기준 100까지 치솟았습니다.

시장 반응 역시 뚜렷합니다.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 반다이남코는 수요에 힘입어 '가샤폰'의 메지루시 시리즈를 지속 확대하고 있는데요. 산리오, 치이카와, 리락쿠마,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은혼, 헌터X헌터 등 캐릭터 메지루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일본 프로축구리그 J1, 스트리트 브랜드 히스테릭 글래머 등 다양한 버전의 메지루시가 쏟아져 도파민 중독자(?)들을 즐겁게 하죠.

K팝도 빠지지 않습니다. 13일 반다이는 그룹 엔시티 위시(NCT WISH) 캐릭터를 활용한 메지루시를 선보였는데요. 이에 앞서 에스파, 라이즈 등 인기 아이돌 그룹의 IP를 활용한 메지루시가 출시된 바 있습니다.

이처럼 메지루시가 단순 우산 액세서리를 벗어나 인기를 끄는 데에는 저렴한 가격과 '랜덤 뽑기' 특유의 수집 재미, 다양한 IP를 활용한 확장 가능성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무엇보다 남들과 똑같은 우산, 필기구, 틴트더라도 작은 캐릭터 하나를 더하는 순간 '나'를 표현하는 귀여운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데요. 단순한 분실 방지용 액세서리를 넘어 자신의 취향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가장 작고 귀여운 커스텀 문화로 자리 잡게 된 배경인 셈입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