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지하철역에 스티커를 붙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활동가들의 벌금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20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재물손괴등) 혐의로 기소된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함께 기소된 권달주 상임공동대표와 문애린 활동가는 각각 벌금 100만원이 확정됐다.
박 대표 등은 2023년 2월 13일 오전 8시께 서울 지하철 삼각지역 4호선 승강장 벽면과 바닥에 ‘장애인도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며 지역사회에서 건강하게 함께 살자’ 등이 적힌 스티커(가로 30㎝·세로 20㎝) 수백장을 붙이고 락카스프레이를 바닥에 분사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승강장에는 역사 내 시설물 설치를 금지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1심은 스티커 부착으로 승강장 벽면과 바닥의 기능이 실질적으로 저해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스티커 접착력이 강하더라도 제거가 현저히 곤란한 수준은 아니라고 봤다.
그러나 2심은 유죄로 판단해 벌금형을 선고했다. 승강장 벽면과 기둥에는 6호선 환승 방법과 출구 안내표지가 설치돼 있는데, 피고인들이 빈틈에 도배하듯 스티커를 붙여 이용객들이 안내정보를 습득하는 데 상당한 불편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스티커 일부는 성인 남성 키보다 10~20㎝ 높은 위치에 붙어 제거 과정에서 직원들이 어려움을 겪었으며, 일부 직원은 부상을 입기도 했다. 서울교통공사 직원 30여명이 이틀간 주·야간에 걸쳐 제거 작업을 했으며, 이틀 동안 이용객들은 스티커가 붙은 바닥을 우회해야 했고, 제거 후에도 일부 자국이 남았다.
2심은 또 “장애인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을 알리려는 목적을 고려하더라도, 다른 합법적 수단을 강구하지 않고 수백장의 스티커를 부착해야 할 긴급성이나 불가피성, 상당성이 인정되기 어렵다”며 형법상 정당행위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거나 공동재물손괴죄 성립 및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