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닉 시너, 이탈리아 오픈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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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오픈 정상…50년 만에 본국 오픈 우승 차지한 야닉 시너

▲이탈리아의 야닉 시너가 1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이탈리아오픈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결승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야닉 시너가 2026 이탈리아 오픈 남자 단식 정상에 올랐다. 세계랭킹 1위 시너는 17일 이탈리아 로마 포로 이탈리코에서 열린 대회 결승에서 캐스퍼 루드를 2-0(6-4 6-4)으로 꺾고 우승했다. 경기 시간은 1시간 45분이었다. 이탈리아 남자 선수가 이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아드리아노 파나타가 1976년 정상에 오른 이후 50년 만이다.

이날 결승 뒤 시상식에서는 50년 전 마지막 이탈리아 남자 챔피언이었던 파나타가 직접 시너에게 트로피를 전달했다.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도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뒤 시상식에 참석해 박수를 보냈다. 시너는 홈 관중 앞에서 이탈리아 테니스가 반세기 동안 기다려온 우승을 완성했다.

이번 우승으로 시너는 또 하나의 기록도 세웠다. 그는 ATP 마스터스 1000 시리즈 모든 대회를 한 차례 이상 제패하는 ‘커리어 골든 마스터스’를 달성했다. 이 기록을 먼저 완성한 선수는 노바크 조코비치뿐이었다. 시너는 동시에 마스터스 1000 대회 6연속 우승, 마스터스 1000 34연승도 기록했다. 마스터스 1000 연승 기록에서는 조코비치의 31연승을 넘어섰다.

시너는 이미 그랜드슬램과 투어 파이널에서 굵직한 성과를 냈다. 2024년과 2025년 호주오픈, 2025년 윔블던, 2024년 US오픈, 2024년과 2025년 니토 ATP 파이널스에서 우승했다. 그러나 이번 이탈리아오픈 우승은 홈 대회라는 상징성이 더해졌다. 세계 1위로서의 기록뿐 아니라 이탈리아 선수로서 로마에서 정상에 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결승 초반 흐름은 루드가 먼저 잡았다. 루드는 토스에서 이겨 서브를 선택했고, 경기 초반부터 깊은 공과 긴 랠리로 시너를 압박했다. 무리하게 강타를 시도하기보다 깊은 톱스핀으로 시너에게 많은 공을 치게 했고 기회가 생기면 드롭샷으로 시너를 앞으로 끌어냈다. 최근 마스터스 1000 대회에서 연속 우승을 이어온 시너에게 체력 부담을 안기려는 전략이었다.

루드의 계획은 초반에 통했다. 루드는 첫 서비스 게임을 지켜낸 뒤 시너의 첫 서브 게임을 따내며 2-0으로 앞서갔다. 시너는 루드의 묵직한 톱스핀을 힘으로 밀어붙이려 했지만, 초반에는 실수가 나왔다. 하지만 시너는 곧바로 반격했다. 타구의 강도를 높이고 범실을 줄이면서 다음 게임에서 브레이크를 되찾았다.

이후 1세트는 팽팽하게 이어졌다. 시너는 무리하게 포인트를 짧게 끝내려 하지 않고 랠리 속도를 조절했다. 체력을 아끼면서 기회가 왔을 때만 빠르게 공격으로 전환했다. 루드는 베이스라인 가까이에서 버티며 시너의 강한 공을 받아냈고, 두 선수는 긴 랠리 속에서 주도권을 주고받았다. 경기 시작 40분이 지났을 때 스코어는 4-4였다.

▲이탈리아의 야닉 시너가 1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이탈리아오픈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결승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승부는 1세트 막판 갈렸다. 루드가 더블폴트를 범하며 흔들렸고, 시너는 드롭샷으로 압박을 이어갔다. 시너는 브레이크 포인트를 잡은 뒤 세 번째 기회에서 루드의 실수를 끌어내며 게임을 따냈다. 이어 자신의 서브 게임을 러브 게임으로 지킨 시너는 49분 만에 첫 세트를 6-4로 가져갔다.

2세트에서도 루드는 긴 랠리와 깊은 공으로 시너를 괴롭혔다. 그러나 시너는 1세트 후반부터 찾은 해법을 유지했다. 서두르지 않고 기다린 뒤 공격 기회가 생기면 날카롭게 공세로 전환했다. 시너는 2세트 초반 백핸드 다운더라인으로 브레이크에 성공하며 먼저 앞서갔다.

이후 시너는 자신의 서비스 게임을 안정적으로 지키며 격차를 유지했다. 루드는 추가 브레이크를 허용하지 않으며 버텼지만, 시너의 리드를 되돌리지는 못했다. 시너는 4-2로 앞선 뒤에도 루드의 서비스 게임을 압박했으나 두 번째 브레이크에는 실패했다. 결국, 5-4에서 시너가 챔피언십을 위한 서브 게임에 들어갔다.

마지막 게임에서 시너는 흔들리지 않았다. 첫 포인트를 백핸드 위너로 따냈고, 이어 서비스 위너로 30-0을 만들었다. 관중석에 있던 시너의 어머니 지글린데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시너는 네트 앞으로 전진해 40-0을 만든 뒤 마지막 포핸드를 라인 위에 꽂아 넣었다. 시너는 두 팔을 들어 올린 뒤 루드와 포옹했고, 관중석에서는 홈 챔피언을 향한 환호가 쏟아졌다.

경기 뒤 시너는 이번 우승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대회 전이나 특정 경기를 앞두고 내가 무엇을 위해 뛰는지 알고 있다”며 “그것을 아는 것도 내 일의 일부”라고 말했다. 이어 “동시에 나는 항상 오늘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나를 두려고 한다. 긴장도 많았고, 특히 정신적으로 넘어야 할 어려운 순간들도 있었다. 완벽하게 경기를 시작하지는 못했지만, 최대한 침착하려고 했다. 오늘 내가 무엇을 위해 뛰었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시너는 로마에서 커리어 골든 마스터스를 완성한 데 대해서도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이 세트를 완성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장소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회는 예전부터 매우 흥미로운 대회였다. 2019년 이 코트에서 데뷔했다. 나는 이곳에서 늘 많은 관심과 감정을 느꼈다. 이탈리아 선수에게 이곳은 테니스를 하는 가장 특별한 장소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커리어에서 적어도 한 번 이곳에서 우승한다는 것은 내게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시너의 다음 시선은 프랑스오픈이 열리는 파리로 향한다. 그는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하면 또 다른 대기록인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도전할 수 있다. 이미 호주오픈, 윔블던, US오픈에서 우승한 시너에게 남은 그랜드슬램 퍼즐은 롤랑가로스다.

다만 시너는 당장 훈련보다 회복을 우선하겠다고 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는 앞으로 2, 3일 동안 최대한 회복하는 것”이라며 “테니스 훈련은 확실히 없을 것이다. 피지컬 훈련은 상황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순간에는 가족과도 조금 함께 있고 싶다. 테니스에서 잠시 벗어난 뒤 목요일부터 파리에 있을 것 같다. 준비하고 어떻게 될지 보겠다. 지금은 쉬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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