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한강 울트라마라톤 사태, 모두가 민감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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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오픈AI 챗GPT 생성 이미지)


출발 이틀을 남기고 취소된 마라톤 대회. 물론 천재지변 등 여러 사정으로 대회 취소되는 때도 있지만, 이번엔 그 사유가 좀 당혹스러웠는데요. 한마디로 ‘미승인’이었죠.

‘제4회 서울한강 울트라마라톤 대회’는 원래 16일 오후 5시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장안1수변공원에서 출발할 예정이었습니다. 100km 부문은 이튿날 오전 10시까지, 50km 부문은 당일 밤을 지나 이튿날 새벽 1시까지 이어지는 일정이었는데요. 수개월 전부터 신청을 받고 각각 10만원과 8만원의 참가비를 받은 유로 장거리 대회였습니다.

그런데 출발을 불과 이틀 앞둔 14일 대회는 결국 잠정 연기됐는데요. 조직위원회는 공식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고 “동대문구청으로부터 대회장 사용 및 안전관리계획에 대한 정식 승인을 득하고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였지만, 대회 직전 미래한강본부의 압박과 동대문구청의 승인 취소가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강행할 경우 “주로 이용에 큰 혼란이 예상된다”는 판단 아래 대회를 잠정 연기한다고 밝혔죠.


▲서울한강 울트라마라톤대회 대회 장소 안내 (출처=서울한강 울트라마라톤대회 홈페이지 캡처)


“허가받았다” vs “승인 없었다”

갈등은 ‘허가’를 둘러싼 해석 차이로 시작됐습니다. 주최 측은 대회장인 장안1수변공원 사용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적법한 절차를 밟은 행사라고 밝혔는데요. 13일 공지에서는 미래한강본부가 뚝섬공원 일대에 ‘불법 대회’라는 플래카드를 게시했다며 이는 대회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반발했죠. 또 시민 불편을 줄이기 위해 우회 주로와 안전관리대책을 마련해 협의를 시도했지만, 미래한강본부가 신청서 접수 자체를 거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서울시 미래한강본부의 입장은 달랐는데요. 서울시는 이 대회가 한강공원 사용 승인을 받지 않은 채 진행됐다고 밝혔습니다. 한강공원에서 500명 이상이 참여하는 마라톤 행사를 열려면 세부행사계획서와 안전대책계획서를 갖춰 미래한강본부에 장소 사용 신청을 하고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요. 서울시는 이번 대회 코스에 뚝섬한강공원이 포함됐는데도 주최 측이 정식 장소 사용 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죠.


▲서울한강 울트라마라톤 사태, 모두가 민감한 이유 (출처=오픈AI 챗GPT 생성 이미지)


같은 날 한강에는 드론쇼 인파도 운집

안전 우려를 키운 결정적 배경은 같은 날 뚝섬한강공원에서 예정된 드론나이트쇼였는데요. 서울문화포털에 올라온 2026 한강불빛공연 일정에 따르면 16일 4회차 드론라이트쇼는 뚝섬한강공원에서 열립니다. 문화예술 공연은 오후 7시 30분부터 시작되고, 드론 라이트 쇼는 오후 8시 30분부터 8시 45분까지 진행되는데요. 서울시는 이 행사에 약 3만 명의 관람객이 몰릴 수 있다고 예측했습니다.

오후 5시에 출발한 마라톤 참가자들이 뚝섬한강공원에 도착할 무렵 드론라이트쇼 관람 인파가 밀집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승인 없는 대규모 야간 마라톤 강행은 시민 보행 안전을 위협한다고 지적했는데요. 서울시는 주최 측을 하천법 위반으로 형사고발 조치할 예정이라고 강조했죠.


(출처=서울한강 울트라마라톤대회 홈페이지 캡처)


울트라마라톤은 일반 마라톤 대회가 아니다

울트라마라톤은 일반적으로 42.195km의 마라톤보다 긴 거리를 달리는 종목인데요. 해외에서는 100마일, 24시간주, 산악 울트라, 사막 레이스까지 다양한 형태로 발전했죠. 프랑스·이탈리아·스위스를 도는 UTMB 몽블랑은 약 170km, 누적 상승고도 1만m 규모의 산악 레이스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번 서울한강 울트라마라톤도 비슷합니다. 100km 부문 제한시간은 17시간, 50km 부문 제한시간은 8시간이죠. 그렇기에 단순히 오래 뛰는 문제가 아니라 야간 주로 안내, 급수와 보급, 의료 대응, 회수, 컷오프 관리, 시민 동선과의 분리까지 필요한데요. 인파가 몰릴 경우 공원과 자전거도로, 보행로가 겹치는 도심형 코스에서는 러너만 위험한 것이 아니라 주변 시민도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출처=오픈AI 챗GPT 생성 이미지)


이미 여러 차례 예민했던 마라톤 대회

이번 사태가 낯설지 않은 이유는 최근 마라톤 대회에서 안전과 운영 문제가 반복돼 왔기 때문인데요. 지난해 8월 경기 하남시에서 열린 한 마라톤 대회에서 참가자 28명이 탈진했고 이후 경찰은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 혐의로 주관사 대표를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당시 행사는 저녁 7시에 열렸지만, 신청 인원은 6000여 명으로 보고된 반면 실제로는 1만 명 넘는 인원이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죠.

기상 판단이 논란이 된 사례도 있었습니다. 2019년 대구의 한 하프마라톤 대회가 제17호 태풍 ‘타파’가 북상하는 상황에서도 정상 진행 방침을 밝혔다가 비판을 받았죠. 결국 대회 당일 새벽 취소됐는데요. 대회 사무국은 강풍 예비특보 등 기상악화로 불가피하게 취소한다고 공지했죠. 참가자 입장에서는 이미 이동과 준비가 끝난 뒤였기 때문에 ‘왜 더 일찍 결정하지 않았느냐’는 불만이 남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고 책임이 법정으로 간 사례도 있죠. 2023년 11월 서울에서 열린 3만5000명 규모의 마라톤 대회에서는 코스에 포함된 횡단보도를 건너던 70대 보행자가 참가자와 충돌해 크게 다치는 일이 벌어졌는데요. 법원은 대회 주관사와 운영 대행사가 3억5000여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사고 횡단보도가 코스에 포함됐는데도 보행자 통행 금지나 우회 안내가 없었고 안전요원과 경찰 배치만으로는 통제가 부족했다고 봤죠.


▲서울한강 울트라마라톤대회 취소 환불 게시판 (출처=서울한강 울트라마라톤대회 홈페이지 캡처)


논란이 된 환불 문제

이번 사태가 커진 또 다른 이유는 환불 문제였는데요. 공식 요강에는 신청 마감일인 3월 31일 이후 취소 및 환불이 불가하다고 돼 있었죠. 대회가 천재지변이나 위급상황 등 불가항력적 사유로 취소될 경우에도 대회 개최를 위한 지출 비용을 제외한 일부만 환불되거나 기념품으로 대체될 수 있다고 공지됐습니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참가자의 단순 변심이 아니었다는 점이었는데요. 대회가 예정대로 열릴 수 있는지, 한강공원 사용 절차가 적법한지, 현장 안전이 확보되는지 자체가 논란이 됐죠. 앞서 일부 참가자가 환불을 요구하자 조직위가 “3월 31일자로 취소 신청 기간이 만료돼 환불은 불가하다”는 취지로 답했고 답변 말미에 “말씀 가려서 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를 덧붙인 사실이 알려지며 비판이 확산했죠.

이후 대회가 잠정 연기되면서 조직위는 14일 공지를 통해 “갑작스러운 대회 잠정연기 통보로 큰 불편과 실망을 드린 점,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며 “대회 참가가 어렵다고 판단되시는 분들께서는 홈페이지 취소환불 게시판에 휴대전화번호와 환불계좌번호를 남겨주시기 바란다”고 안내했습니다.


▲서울한강 울트라마라톤대회 연기 공지 (출처=서울한강 울트라마라톤대회 홈페이지 캡처)


러닝 붐이 만든 대회 홍수

러닝 붐이 일면서 최근 몇 년 사이 마라톤 대회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요. 지난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박정하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마라톤 대회는 2020년 19회에서 2021년 49회, 2022년 142회, 2023년 205회, 2024년 254회로 늘었습니다. 참가 인원도 2020년 9030명에서 2024년 100만8122명으로 증가했죠. 같은 기간 마라톤 대회 사고는 총 179건, 2024년 사고는 72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는데요.

러닝 인구가 늘어난 것 자체는 긍정적인 변화입니다. 달리기는 진입장벽이 낮고, 건강관리 효과도 크며, 기록을 통해 자기 성취감을 얻기 좋은 운동이죠. 다만 대회가 많아지면 도시의 부담도 커지죠.

주말 오전 도로가 막히고 공원과 하천변 보행로가 혼잡해지며 소음과 쓰레기 민원이 따라오는 불편 등이 다수 이어지면서 서울시는 올해 1월 시 주최·후원 마라톤 대회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주요 운영사에 통지했습니다.

출발 시각을 오전 7시 30분 이전으로 앞당기고, 장소별 적정 인원 준수, 쓰레기 신속 수거와 소음 65㏈(데시벨) 이하 관리, 급수대와 구급차 기준 등을 제시했죠.

엇갈린 입장 속 사라진 신뢰

참가자들의 분노는 단순한 연기 때문만은 아니었는데요. 대회 직전까지 허가 문제가 정리되지 않았고, 환불 절차도 명확하지 않았죠. 특히 100km를 밤새 달리는 대회인 만큼 안전관리 책임이 중요한지만 이 부분에 대한 신뢰가 흔들렸는데요. 이번 사태에서 가장 크게 훼손된 것은 완주 기회보다 대회 운영에 대한 믿음이었습니다.

서울한강울트라마라톤 사태는 러닝 붐의 그림자를 드러냈는데요. 달리는 사람과 대회는 늘었지만, 허가 절차와 안전관리, 환불 기준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주최 측은 코스와 안전대책, 환불 기준을 명확히 책임져야 하고, 행정기관도 대회 직전 충돌이 반복되지 않도록 절차를 투명하게 안내해야 합니다. 달리기는 자유롭지만, 유료 대회는 모두의 안전을 전제로 한 약속임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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