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불공정 관행 조사 빨라질듯
韓, 업종별 자료 수집해 설득 나서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무역법 제122조 관세가 다시 법원 문턱에서 제동이 걸렸다. 미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한 광범위한 관세 부과를 허용하지 않자,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1974년 무역법 제122조를 꺼내 들었다. 이 조항은 근본적인 국제수지 문제가 있을 때 대통령이 최장 150일간 최대 15%의 임시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한 장치다. 백악관은 이를 근거로 지난 2월 말부터 대부분의 수입품에 10% 임시 관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미국 국제무역법원은 이달 7일 이 조치를 무효이자 법률상 권한 없는 조치라고 판단했다. 핵심은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수지 적자를 사실상 무역적자 또는 경상수지 적자와 혼용했다는 점이다. 법원은 1974년 의회가 말한 국제수지 문제는 유동성, 공식수지, 기본수지 등 당시의 통화질서 속에서 이해해야 하며, 단순한 상품무역 적자를 근거로 122조를 발동할 수 없다고 봤다.
이번 판결은 당장 모든 기업의 관세 부담을 없애는 전면적 조치라기보다, 트럼프식 보편관세의 법적 토대를 흔든 신호탄에 가깝다. 원고들은 환급과 향후 부과 중지를 기대할 수 있지만, 다른 수입업체들이 자동으로 같은 혜택을 받는지는 불명확하다. 따라서 미국 수입기업들은 항소, 집행정지, 환급 청구 등을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 관세가 가격·계약·물류비에 이미 반영된 상황에서 법적 불확실성만 커진 셈이다.
더 큰 파장은 통상질서에 있다. 법원은 대통령이 관세를 자의적으로 설계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하지만 이것이 보호무역의 후퇴를 뜻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행정부는 더 정교하고 오래가는 법적 근거를 찾을 것이다. 122조는 애초 150일짜리 임시 카드였고, 7월 만료를 앞두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판결은 IEEPA·122조 방식의 임시 관세에서 301조·232조 방식의 조사 기반 관세로의 이동을 재촉하는 사건이다.
미국의 첫 대응은 항소와 집행정지 신청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상급법원인 연방순회항소법원은 12일 국제무역법원의 무효 판결에 대해 잠정적으로 제동을 걸었다. 무역법 122조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2월 부과한 10% 글로벌 관세가 위법하다는 미 국제무역법원의 판결 집행을 일시 정지시킨 것이다. 이번 법원 결정으로 항소심이 진행되는 동안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징수를 계속할 수 있게 됐다.
동시에 백악관은 301조와 232조를 활용할 것이다. 301조는 외국 정부의 부당·불합리·차별적 정책이 미국 상거래에 부담을 준다고 판단될 때 관세 등 대응조치를 허용한다. 122조가 국제수지라는 좁은 문을 지나야 했다면, 301조는 과잉생산, 보조금, 강제노동 같은 구체적 불공정 관행을 근거로 관세를 정당화하는 방식이다.
이미 미 무역대표부(USTR)는 구조적 과잉생산 조사를 16개 경제권을 대상으로 개시했고, 그 명단에는 한국도 포함됐다. USTR은 한국의 전자기기와 자동차·부품 등에서 발생하는 무역흑자가 2025년 기준 495억달러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별도로 강제노동 제품 수입금지 조치에 관한 60개 경제권 조사에도 한국이 포함됐다. 이는 122조 관세가 법원에서 흔들릴 경우, 301조 조사 결과를 근거로 국가별·품목별 표적관세를 부과하려는 포석이다.
한국은 이번 판결을 단순한 호재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보편 10% 관세의 법적 기반은 약해졌지만, 한국을 겨냥한 301조 리스크는 더 선명해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한국 산업은 시장경제 원칙에 따라 움직이며 국가주도 과잉생산 구조가 아니라는 논리를 데이터로 입증해야 한다. 산업부가 이미 USTR에 의견서를 제출하고, 석유화학·철강 등에서 자발적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라는 점을 설명한 것은 올바른 방향이다.
대응은 업종별이어야 한다. 자동차는 현지투자와 부품수출의 상호보완성을, 조선은 미국 조선·해군 역량 강화 기여를, 반도체와 배터리는 미국 공급망 안정 효과를 강조해야 한다. 강제노동 조사는 통상 문제가 아니라 준법·공급망 컴플라이언스 문제로 다뤄야 한다. 기업별 원산지 추적자료를 표준화해 한국산 제품이 강제노동의 우회 통로가 아니라는 증거를 축적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미국 법원은 대통령 권한을 제한할 수 있지만, 미국 행정부의 보호주의 기조 자체를 없애지는 못한다. 따라서 한국의 목표는 301조 조사에서 한국을 중국식 비시장 과잉생산 프레임과 분리시키고, 한미 투자·안보·공급망 협력을 관세 예외와 연결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이번 판결은 한국에 시간을 벌어준 사건일 뿐, 위험을 제거해 준 사건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