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긴급조정권’ 개입론도 나오지만…“그 전에 협상해 피해 막아야” [삼성전자 파업 초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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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조정권땐 30일간 파업 중단
“파업 시기만 늦춰진다”는 노조
학계, 사실상 ‘파업 중단’ 해석

사후조정 결렬 이후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다만 긴급조정권이 실제 발동되더라도 반도체 생산 차질과 공급망 충격은 불가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재계 안팎에서는 정부 개입보다 노사 간 자율 타결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13일 재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부가 최후 수단인 긴급조정권 카드를 검토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이번 사안은 인공지능(AI) 반도체와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망 안정성과 직결되는 만큼, 단순 노사 갈등을 넘어 국가 경제와 산업 안보 차원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76조에 규정된 제도다. 파업 등 쟁의행위가 국민 생활을 위태롭게 하거나 국가 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줄 우려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다.

고용부 장관이 긴급조정을 결정하면 이를 공표하는 동시에 중앙노동위원회와 노사 양측에 통보하게 된다. 긴급조정이 발동되면 즉시 최대 30일 동안 쟁의행위가 중단되고 중노위가 조정·중재 절차에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중노위는 조정 성립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공익위원 의견을 거쳐 사건을 강제 중재 절차에 회부할 수 있다. 중재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쟁의행위는 제한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삼성전자 노조 파업 규모와 산업적 특수성을 고려할 때 긴급조정권 발동 요건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위기가 나온다.

긴급조정권이 실제 발동된 사례는 많지 않다. 1969년 대한조선공사 파업, 1993년 현대자동차 파업, 2005년 아시아나항공·대한항공 조종사 파업 등 네 차례뿐이다.

특히 1993년 현대자동차 사례는 제조업 분야 대표 사례로 꼽힌다. 당시 정부는 자동차·조선 생산 차질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긴급조정권을 발동했다. 2005년 항공업계 사례 역시 국가 물류망과 국민 생활 혼란 우려 속에 내려진 결정이었다.

삼성전자 역시 긴급조정권 검토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긴급조정권 발동은 헌법상 노동3권 제한 논란과 노동계 반발이 큰 사안인 만큼 정부가 실제 카드를 꺼내기에는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 따른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2차 사후조정회의 중 취재진에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노조 역시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최승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긴급조정에 들어가도 파업 시기만 조금 미뤄질 뿐”이라며 “오히려 더 많은 준비를 할 수 있고 노사관계는 그대로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근로자 대표로서 행사할 수 있는 법적 권한도 모두 행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학계에서는 긴급조정권이 실제 발동될 경우 사실상 파업 지속은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노동법 전문가인 심재진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론적으로는 30일 중단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파업이 완전히 멈춘다고 봐야 한다”며 “조정 이후 중재 절차로 넘어가면 강제성이 부여되고, 이는 단체협약이 성립된 것과 유사한 효력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사자 동의 없이도 중재안에 법적 효력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후 파업은 위법 쟁의행위로 해석될 여지가 생긴다”고 덧붙였다.

다만 사측은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보다는 노조와의 자율 협상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긴급조정권은 통상 파업 이전이 아니라 실제 쟁의행위가 시작된 이후 발동돼온 만큼, 반도체 산업 특성상 파업이 현실화되는 순간부터 생산 차질과 공급망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측 역시 정부 개입보다는 노사 간 자율 타결을 우선적으로 모색할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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