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RARE ] VOL. 6
하이엔드 헬스장:
슈퍼리치들이 몸을 만드는 곳
"천외천(天外天). 하늘 밖의 하늘이 있다."
부자 중에서도 '슈퍼리치'라 불리는 이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명품관의 오픈런 줄에는 그들이 없습니다. 세상의 0.0001%로 살아가는 그들, '천외천'의 삶은 우리의 상식 밖 궤도에서 움직입니다.
로고가 없는 3000만원짜리 코트, 대중에게는 이름조차 생소한 1억원의 침대, 그리고 지도에서 지워진 리조트. 남들이 알아봐 주길 바라는 '과시'가 아니라, 남들은 결코 알 수 없는 '단절'을 사는 그들의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요.
이투데이 [THE RARE]는 일반인들은 접하기도 힘든, 그러나 누구나 한 번쯤 훔쳐보고 싶은 견고한 성벽 안쪽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로고가 사라진 자리를 채우는 것은 무엇인지, 그들이 지갑을 여는 진짜 이유는 무엇인지. 자본주의 최정점에 선 그들의 소비와 취향, 그 속에 숨겨진 부의 트렌드를 들여다 봅니다.
상위 0.0001%가 사는 세상의 문을 열다
VOL. 6 헬스장

#오운완.
인스타그램에서 이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몇백만개의 게시물이 쏟아집니다. 헬스장 거울 앞에서 찍은 운동복 차림의 셀피, 러닝 앱 스크린샷, 새벽 수영장 인증까지. 점심시간이면 도시락 대신 운동복을 챙겨 사무실을 나서는 직장인도 이제는 흔한 풍경이 되었습니다. 운동은 이제 '하고 싶은 것'을 넘어 '꼭 해야하는 것'이 되었고, 누구나 기록하고 공유하는 일상이 되었습니다.
이제 헬스장은 단순히 운동을 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누군가에게는 자기관리의 상징이고, 누군가에게는 불안한 시대를 버티기 위한 루틴이며, 또 누군가에게는 ‘무너지지 않는 삶’을 증명하는 일종의 자기 연출이기도 합니다. 출근 전 새벽 러닝, 점심시간 PT, 퇴근 후 크로스핏과 필라테스. 현대인들은 점점 더 자신의 몸에 시간과 돈, 감정까지 투자하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건강은 더 중요해졌습니다. 오래 사는 것보다 ‘건강하게 늙는 것’, 단순한 다이어트보다 ‘자기 최적화’가 중요한 시대. 운동은 취미를 넘어 라이프스타일이 됐고, SNS 속 몸은 자기관리의 성적표처럼 소비됩니다. 동네마다 필라테스 스튜디오가 들어서고, 크로스핏 박스와 복싱짐이 늘어나는 풍경은 이제 낯설지 않습니다.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에만 700곳이 넘는 스포츠클럽이 영업 중이고, 서울 전체에서는 2025년 3분기에만 658곳의 체육시설이 새로 문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같은 속도로 달리는 건 아닙니다. 화려하게 팽창하는 피트니스 산업 안에서도 사람들의 지갑은 점점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최근 CNBC는 이 흐름을 ‘K자형 피트니스 경제’라고 표현했습니다. 고소득층 중심의 프리미엄 체인은 더 강해지고 있지만, 저가 체인은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미국의 고급 피트니스 체인 '라이프타임'에는 높은 가격을 감수하면서도 회원이 몰리며 매출이 12% 증가했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플래닛 피트니스'는 성장 둔화 신호를 보였습니다.
운동조차 이제는 경제력에 따라 경험이 갈리는 시대가 된 것일까요.
프리미엄의 끝
그렇다면 이 K자의 가장 꼭대기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이곳은 월 회비 수십만원 수준의 프리미엄 짐조차 평범하게 느껴지는 세계입니다. 돈이 있다고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초청과 심사를 거쳐야 하는 프라이빗 웰니스 클럽에서 운동은 단순한 체력 관리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전문 트레이너와 영양사, 수면·회복 관리 전문가들이 회원의 생활 전반을 관리하고, 운동 후에는 스파와 메디컬 케어, 바이오해킹 프로그램까지 이어집니다. 동시에 이 공간은 새로운 상류층 사교 공간으로도 기능합니다. 같은 공간에서 운동하는 기업인과 투자자, 셀럽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네트워킹이 이루어지고, 운동은 건강관리이자 자기 과시, 그리고 인맥 관리의 수단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할리우드 셀럽들의 헬스장부터,
찰스 디킨스가 만든 클럽의 헬스장까지,
이번 호에서는 슈퍼리치들만이 누리는 '천외천' 헬스장 네 곳을 들여다봅니다.
GYM 01 . CORE CLUB
코어(CORE:) 클럽

2005년 미국 뉴욕 맨해튼. 한 여성이 새로운 클럽을 엽니다. 이름은 코어 클럽. 창업자의 이름도 심상치 않습니다. 제니 엔터프라이즈. 원래 성도 아니었습니다. 제니는 동성의 아내 댄진(Dangene)과 함께 아예 성을 '엔터프라이즈'로 바꿨습니다. 사업 그 자체를 이름으로 삼은 셈입니다. 그녀는 이미 리복 스포츠 클럽을 만들었는데, 그것도 모자라 아예 뉴욕 최상위층만을 위한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엔터프라이즈는 회원을 모으는 방식부터 달랐습니다. 잠재 고객들에게 보낸 것은 흔한 브로슈어나 할인 혜택이 아니었습니다. 재즈 시대 흑백 사진, 아메리카스컵 요트 경기 이미지가 담긴 《Good Life》라는 책 한 권. 운동시설 광고가 아니라, “당신은 이런 세계에 들어오고 싶은가”를 묻는 초대장이었습니다. 그렇게 모인 사람들은 블랙스톤 CEO 스티븐 슈워츠먼, 디자이너 케네스 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토리 버치 같은 인물들이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이들을 두고 “전통적인 사교클럽보다 훨씬 더 부유하고, 더 대담한 사람들”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가격은 개인 회원 기준 가입비 1만5000달러(약 2200만원)에서 파운딩 멤버십 10만달러(약 1억5000만원)까지이며, 연회비는 별도로 1만5000달러에서 1만8000달러가 붙습니다. 가장 높은 등급으로 가입하면 첫 해에만 약 1억7000만원 이상이 드는 셈입니다. 그런데 이 가격이 문제가 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의외의 장벽이 존재합니다. 진짜 장벽은 기존 회원의 추천과 심사입니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통과하지 못하면 가입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폐쇄성 슈퍼리치들의 욕망을 더 키울 뿐입니다.
코어 클럽 공식 홈페이지 멤버 소개
"CORE:는 문화적 탐험에 에너지를 얻고, 커뮤니티 참여에 헌신하며, 독창적인 시각에 영감을 받고, 자선 활동을 지지하며, 타협 없이 삶을 즐기는 데 전념하는, 끊임없이 호기심 넘치는 사람들의 글로벌 커뮤니티를 큐레이션합니다. CORE: 회원들은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열정적으로 참여하며, 창의성과 용기로 삶을 항해합니다. 우리 커뮤니티는 예술과 건축,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 기술과 과학, 패션과 디자인과 뷰티, 투자와 금융, 요리와 호스피탈리티, 산업과 바이오테크,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새롭게 정의되고 있는 세계들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단순히 부유한 사람들의 모임이 아니라 각 분야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네트워크라는 선언입니다. 가입 기준이 자산이 아니라 "흥미로운 이야기를 가진 사람인가"라는 창업자의 기준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2023년, 코어 클럽은 뉴욕 5번가 한복판으로 확장 이전합니다. 센트럴파크 바로 아래 건물 최상위 네 개 층. 안에는 도서관, 극장, 아트 갤러리, 프라이빗 다이닝룸, 숙박 스위트룸, 스피크이지 바, 24시간 운영되는 짐과 스파까지 들어섰습니다. 세계적인 건축가 피터 마리노가 로비를 설계했습니다.
그러나 이 공간의 진짜 핵심은 피트니스와 웰니스에 있습니다. 헬스 프로그램은 셀러브리티 트레이너 데이비드 커쉬가 총괄합니다. 배우 제니퍼 로페즈와 앤 해서웨이를 만든 손입니다. 모든 프로그램은 회원의 체형과 약점에 맞춰 설계됩니다.
그리고 운동이 끝나면 같은 건물 안에서 노화를 관리합니다. 댄진이 설립한 '댄진 인스티튜트'는 "스키노베이션"이라는 이름으로 비침습적 노화 최적화와 장수 관련 시술을 제공합니다. 영국 버진그룹 리처드 브랜슨, 구글의 에릭 슈미트 전 회장,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 같은 인물들이 이곳에서 강연을 하고, 연간 380회가 넘는 문화 프로그램이 운영됩니다. 그래서 이곳은 헬스장이라기보다는, 슈퍼리치들의 몸과 인간관계, 그리고 시간을 관리하는 플랫폼에 가깝습니다.
GYM 02 . DOGPOUND
독파운드

독파운드(Dogpound)의 시작은 성공담보단 생존기에 가깝습니다. 창립자 커크 마이어스는 1979년 미국 캔자스시티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심각한 비만이었고, 가장 무거웠을 때는 체중이 136kg을 넘었습니다. 스물한 살에는 결국 울혈성 심부전 진단까지 받습니다. 11일 동안 중환자실에 누워 있어야 했습니다.
퇴원 후 마이어스는 운동과 영양학에 집착하듯 매달렸습니다. 2년 만에 약 59kg을 감량했고, 캔자스에서 트레이너 일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삶은 다시 무너졌습니다. 알코올과 약물 중독 문제로 바닥까지 떨어졌고, 가족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회복합니다. 그리고 2010년, 서른두 살의 그는 단돈 300달러를 들고 뉴욕으로 향합니다. 누나가 쥐어준 마지막 돈이었습니다. 형의 작은 아파트에 얹혀살며 고객을 한 명씩 모았습니다. 두 명이 네 명이 되고, 네 명이 여덟 명이 되고, 여덟 명이 열여섯 명이 됐습니다. 독파운드는 입소문으로 성장한 커뮤니티였습니다.
결정적인 전환점은 2013년에 찾아옵니다. 고객 중 한 명이던 뉴욕증권거래소 CEO 톰 팔리가 배우 휴 잭맨을 소개한 것입니다. 잭맨은 첫 트레이닝에 완전히 빠져들었고, 이후 매주 그룹 운동에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그가 항상 반려견을 데리고 왔다는 점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 모임을 '독파운드(Dogpound)'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세계적인 브랜드명이 사실은 휴 잭맨의 반려견에게서 나온 셈입니다.
당시 이들은 자기 공간조차 없었습니다. 마이어스와 페냐 형제는 맨해튼 여러 헬스장을 빌려가며 운동했지만, 너무 시끄럽고 분위기가 과열된다는 이유로 계속 쫓겨났습니다. 무엇보다 기존 헬스장들은 이들이 단순한 PT팀이 아니라, 자기들만의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는 것을 불편해했습니다. 결국 “우리 공간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마이어스는 투자자들을 찾아다니며 직접 프레젠테이션 했습니다. 그렇게 모은 돈이 100만달러가 넘었습니다.
여기서 독파운드가 단순한 헬스장이 아닌 '브랜드'가 된 결정적 이유가 등장합니다. 마이어스의 고객 중 한 사람이 파비앙 바론이었습니다. 앤디 워홀의 인터뷰 매거진 편집장 출신이자 전설적인 아트 디렉터입니다. 바론은 독파운드의 공간을 마이어스의 미학에 맞춰 직접 디자인했고, 로고까지 만들어주었습니다. 스모크 처리된 거울, 노출 콘크리트, 날것의 조명, 거리를 향해 열리는 산업용 차고 문. 모든 벽면은 칠흑색입니다.
2016년 트라이베카 르로이 스트리트에 공식 문을 연 독파운드는 거의 폭발적으로 성장합니다. 오픈 직후 빅토리아 시크릿 모델 재스민 투크스가 합류했고, 이후 셀러브리티들이 줄줄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휴 잭맨, 저스틴 비버, 신시아 에리보, 신디 크로포드와 딸 카이아 거버, 테일러 스위프트, 배리 키오건까지. 2022년에는 배우 톰 홀랜드가 직접 투자자로 참여했습니다.
독파운드를 다른 고급 헬스장과 근본적으로 다르게 만드는 것은 운영 방식입니다. 이곳의 모든 운동은 트레이너와 함께 이루어지는 개인 세션 중심입니다. 일반 트레이너 수업은 1회 200달러, 창립자 커크 마이어스에게 직접 트레이닝을 받으려면 시간당 1000달러를 내야 합니다. 연간 회원권 가격은 약 3만6000달러, 한화로 약 5300만원 수준입니다. 그런데도 뉴욕 지점은 신규 회원을 거의 받지 않고 있으며, 대기 명단만 100명이 넘습니다.
테일러 스위프트가 몸을 만드는 곳
테일러 스위프트의 독파운드 사용법은 이 헬스장의 위상을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입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3시간이 넘는 에라스(The Eras) 투어를 위해 독파운드와 함께 거의 선수 수준의 훈련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독파운드는 그녀를 위해 근력·컨디셔닝·웨이트 프로그램을 맞춤 설계했고, 스위프트는 체력의 한계를 극복하고 에라스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게다가 스위프트는 독파운드의 맞춤 트레이닝뿐 아니라 프라이버시를 특히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녀가 운동하러 오면, 헬스장 전체가 비워집니다. 직원들까지 밖에서 기다리는 것이 일상적이라고 합니다. 2020년에는 자신의 세션 시간에 너무 오래 머물렀다는 이유로 저스틴 비버를 내보내려 했다는 연예 매체 TMZ의 보도까지 있었습니다.
300달러를 쥐고 뉴욕에 도착한 남자가 만든 공간에,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들이 줄을 서서 들어갑니다. 독파운드의 진짜 상품은 운동이 아닙니다. 초기 멤버였던 사진작가 나이젤 바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원래 그룹은 40대, 50대 남자들이었는데, 마세라티를 사는 대신 우리 몸을 마세라티로 만든 거죠."
GYM 03 . LANSERHOF AT THE ARTS CLUB
란서호프 앳 디 아츠 클럽

1863년, 소설가 찰스 디킨스는 런던에서 클럽 하나를 만들었습니다. 작가 앤서니 트롤럽, 화가 프레드릭 레이턴과 함께 설립한 '디 아츠 클럽'이 그것입니다. 19세기에는 디킨스, 휘슬러, 로댕, 모네, 드가, 키플링이 이곳을 드나들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블리츠 공습에 직격탄을 맞고도 살아남았습니다. 1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 클럽은 런던 메이페어 도버 스트리트 40번지를 지키고 있습니다.
2011년, 이 유서 깊은 공간에 약 1000만파운드(약 200억원) 규모의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이 진행되었습니다. 그 뒤로 제이지, 카메론 디아즈, 데이비드 베컴, 마돈나가 이 클럽의 문을 열었고, 영국 왕족도 이곳을 찾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2019년 7월, 이 클럽 바로 맞은편 도버 스트리트 17번지에 한 공간이 문을 열었습니다. 란서호프 앳 디 아츠 클럽입니다. 오스트리아 티롤 지방에서 1984년에 첫 문을 연 란서호프는 자연 치유와 최첨단 의학을 결합한 접근으로 유럽 메디컬 스파의 선구자로 자리 잡은 브랜드입니다. 알프스 산자락 숲속에 숨어 있던 의료 리조트가 런던 한복판으로 나온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헬스(Health)장
이곳이 일반적인 프리미엄 헬스장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한 문장으로 설명됩니다. 트레이너가 아니라 의사가 먼저 배정됩니다. 의사, 치료사, 스포츠 과학자, 트레이너로 구성된 팀이 회원을 맞고, MRI 스캔, 심장 초음파, 정형외과 검진, 비타민 정맥 주사, 영양 상담, 침술, 그리고 냉각 치료(크라이오테라피)까지 제공합니다. 진단이 끝나야 비로소 운동 기구를 만질 수 있습니다. 예방 의학과 맞춤형 훈련 계획, 최첨단 진단 장비를 결합한 포괄적 건강 관리가 이 공간의 정체성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디테일이 있습니다. 가상 현실(VR) 기반의 운동 장비(이카로스)가 있어서, 운동하면서 알프스 산맥의 능선을 달리는 듯한 환경을 구현합니다. 란서호프의 본거지인 오스트리아의 풍경을 런던 지하에서 체험할 수 있는 것입니다.
멤버십 비용은 연 6500파운드(약 1300만원)이며, 가입비 1500파운드(약 300만원)가 별도로 붙습니다. 앞서 다룬 코어 클럽에 비하면 저렴해 보일 수 있지만, 이것은 시설 이용료일 뿐입니다. MRI 한 번, 심장 검진 한 번, 전문 시술 한 번의 비용이 따로 청구됩니다. 그리고 이 공간의 진짜 진입 장벽 역시 가격이 아닙니다. 디 아츠 클럽의 멤버십 역시 별도의 신청과 심사를 거쳐야 합니다.
란서호프는 40년간 축적한 자연 치유, 에너지 의학, 심리학, 정신신경면역학, 시간의학, 그리고 최첨단 현대 의학의 발견들을 하나의 체계로 통합해 왔습니다. 이곳에서는 단순히 병을 치료하는 수준을 넘어, 몸과 정신, 수면과 노화, 감정과 생활 습관까지 인간 전체를 ‘최적화’할 수 있습니다.
GYM 04 . THIRTY NINE
서티나인(Thirty-Nine) 몬테 카를로

이 클럽의 창업자 로스 비티는 스코틀랜드 국가대표 럭비 선수였습니다. 14년간 프로 선수로 뛰면서 절반 이상의 시간을 부상 속에 보냈고, 수술만 22번을 받았습니다. 은퇴 후 그는 한 가지 질문에 매달렸습니다. 이 부상들을 어떻게 하면 피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당시 자신이 겪었던 정신적 고통,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그 외로움을 다른 사람은 겪지 않게 할 수 있을까. 자신이 원하는 환경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직접 만들기로 했습니다.
2016년 10월, 그가 고른 장소는 모나코 39번지였습니다. 20년 가까이 비어 있던 건물이었는데, 건물주가 비티의 비전을 듣고 반했습니다. 게다가 클럽 이름인 '서티나인'은 단순히 주소에서 따온 것이 아닙니다. 클럽 로고의 모든 선이 교차하며 정확히 39개의 점을 만들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문을 열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체코의 유리 공예 브랜드 라스빗이 제작한 '그레이스 샹들리에'입니다. 모나코의 전설적인 그레이스 켈리 왕비가 결혼식에서 들었던 은방울꽃 부케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이 샹들리에는, 클럽이 알베르 2세 국왕에게 바치는 선물입니다.
클럽은 3개 층에 걸쳐 4000㎡를 차지합니다. 필라테스 스튜디오, 복싱 링, 인도어 사이클링 스튜디오, 야외 훈련 테라스, 그리고 해발 7000m의 산소 희박 상태를 재현하는 고지대 훈련실이 이 안에 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공간을 진짜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시설이 아니라 옆에서 함께 운동하는 사람들입니다.
프로들의 운동 공간
어느 여름,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으로 부상 회복 중 모나코에서 휴가를 보내다 이곳을 발견했습니다. 한 달간 코치들과 함께 훈련한 뒤 인스타그램에 운동 영상 하나를 올렸고, 하루아침에 세계 언론이 몰려들었습니다. 제너럴 매니저 크리스토프 보르스는 이렇게 회상합니다. "갑자기 우리는 프로 선수들을 위한 피트니스 센터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노박 조코비치, 알렉산더 즈베레프, AS 모나코 축구 선수들과 프로 복서들이 회원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회원의 거의 절반인 45%가 테니스, F1, 복싱, 사이클 등 다양한 종목의 프로 선수들입니다.
비티가 세운 규칙은 하나뿐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은 똑같이 대우받는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세계 랭킹 30위 안의 테니스 선수 옆에서 모나코에 거주하는 일반 회원이 같은 기구를 사용합니다. 조코비치가 서브 연습을 하는 동안 옆 러닝머신에서 헤지펀드 매니저가 달리고 있는 풍경이 이곳에서는 일상입니다.
물에 대한 집착도 독특합니다. 클럽 전체의 물은 특수 여과 시스템을 거쳐 공간마다 다른 pH 수준으로 공급됩니다. 이온수가 근육 성장과 회복에 최적이라는 판단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곳 레스토랑의 셰프 데이비드 냅은 고든 램지 밑에서 일한 경력의 소유자로, 영양과 맛을 동시에 설계하는 메뉴를 만듭니다.
연간 멤버십은 개인 기준 4900유로(약 850만원), 커플 7900유로(약 1400만원)이며, 초대제로만 운영되는 최상위 등급인 39인피니티(Infinity) 멤버십은 가격이 공개되지 않습니다. 앞서 다룬 코어 클럽이나 란서호프에 비하면 숫자만으로는 낮아 보이지만, 비티 본인이 말합니다. "우리는 모든 사람을 회원으로 원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맞는 사람을 원합니다."
22번의 수술을 견딘 사람이 만든 헬스장이기 때문일까요. 고통을 알고 있는 사람이, 고통과 함께 사는 법을 아는 공간을 만든 것입니다.
EPILOGUE
괴로움을 이겨낼 때

1883년,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삶은 나에게 그 비밀을 말해주었다. 나는 스스로를 끊임없이 넘어서야만 하는 존재라고." 그리고 이후 행복을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힘이 자라나고 있다는 느낌, 저항이 극복되었다는 느낌."
140년이 지난 지금, 이 말이 가장 직관적으로 증명되는 장소가 있습니다. 헬스장입니다.
근육은 찢어져야 자랍니다. 우리가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릴 때 근섬유에는 미세한 손상이 생기고, 몸은 그 손상을 복구하면서 이전보다 조금 더 두꺼운 섬유를 만들어냅니다. 고통이 먼저이고, 성장은 그 뒤에 옵니다. 어제 10회가 한계였던 무게를 오늘 11회 들어 올렸을 때, 우리가 이긴 상대는 바벨이 아닙니다. 어제의 나 자신입니다.
슈퍼리치들은 이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최고의 변호사를 고용하고, 최고의 의사를 불러들이고, 원하는 거의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람들이지만, 스쿼트를 대신 해줄 사람은 고용할 수 없습니다. 바벨 앞에 서는 순간만큼은 자기 몸으로 직접 버텨야 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헬스장을 찾습니다. 더 정밀하고 더 효율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결국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의 본질은 같습니다. 무거운 것을 들고, 숨이 차오르고, 더 이상 못 하겠다는 순간을 한 번 더 버티는 것이죠.
우리는 흥미롭게도 뚱뚱한 슈퍼리치를 가볍게 여깁니다. 수조원의 자산을 가졌더라도 몸이 관리되지 않은 사람을 보면 어딘가 부족하다고 느낍니다. 반대로 단단하게 다듬어진 몸을 가진 사람 앞에서는 그의 통장 잔고를 모르더라도 묘한 존경심이 생깁니다. 이것은 많은 것을 말해줍니다. 우리가 진짜 존경하는 것은 돈보다는 자기 자신을 이겨낸 흔적이라는 것을. 잘 만들어진 몸은 괴로움을 스스로 통과했다는 증거이고, 그것이야말로 돈으로는 절대 살 수 없는 결과입니다.
니체가 말한 자기 극복이 멋진 이유는, 그것이 끝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상이 없습니다. 10kg을 넘기면 15kg이 기다리고, 15kg을 넘기면 20kg이 보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끝없음이 사람을 계속 돌아오게 만듭니다.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진 자기 자신을 확인하는 순간이 주는 감각은, 어떤 도파민보다 오래 남기 때문입니다.
이 뉴스를 읽는 이들 대부분은 가입비 1억원짜리 헬스장에 다니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 동네 헬스장에서, 한강 러닝에서 어제의 자기 자신을 한 번이라도 넘어섰다면, 니체가 말한 그 행복의 비밀을 이미 알고 있는 것 아닐까요.
스스로를 여러 번 넘어선 여러분,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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