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에 자위대를 파견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거듭되는 미국의 자위대 파견 요청에도 일본 정부는 호르무즈 주변 및 기타 해역에 자위대를 파견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대만 유사시’ 문제처럼 이란 전쟁에 관해서도 일본의 안보 관련 법에 근거한 집단 자위권 행사를 적용하는 방안을 거론하고 있다. 정부는 미국을 염두에 두면서 불법적 무력 사용을 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집단 자위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미국을 ‘침략국’으로 직접 언급하지는 않지만 법적 장벽이 높다는 설명을 미국 측에 내놓은 상태이다. 이런 입장은 3월 19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도 확인됐다.
앞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해 11월 7일 대만 유사시 발언에서 일본이라는 국가가 존립 위기 사태에 처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집단 자위권 행사도 주장했다. 그러나 이란 사태에 관해서는 현재 표면적으로 당시와 같은 다카이치 총리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자신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하면서 자위대를 파견하겠다고 다카이치 총리가 총리관저에서 소동을 일으켰다는 슈칸분슌(주간문춘) 보도가 있었지만 보좌진이 다카이치 총리를 겨우 말렸다고 전해진다.
대만 유사시에는 중국이 대만 남쪽의 바시해협을 봉쇄하여 유조선이 통과하지 못하게 되니 일본의 존립 위기 사태가 된다는 지난해 11월 다카이치 총리의 논리가 결국 호르무즈 해협에 적용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정상회담에서 “진주만을 잊어버렸는가”라며 “선제공격은 일본의 특기”라고 말해 사실상 진주만 공격과 자신의 이란 공격을 같은 종류의 침략 행위로 인정한 결과를 초래했다.
중동 사태에 임하면서 일본 정부는 해외 거주 자국민 보호와 일본의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 이란에 체류 중인 일본인에 대해서는 해외 피난을 지원하는 방침을 정부가 확정하는 등 안전 확보를 최우선으로 하여 움직이고 있다.
경제 방면에서 일본 정부는 국내 석유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지 않도록 석유 공급업체에 보조금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고유가 지원금을 개개인에게 제공하는 한국과 대비되는 정책이다. 일본도 한국처럼 원유나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처 다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러시아에서 수입을 늘리는 방안이 있다. 러시아산 원유 수입은 유엔이 정한 상한가격제를 지키면 가능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사할린 쪽 유전을 러시아와 공동 개발하는 ‘사할린 2’ 프로젝트를 국제적으로 승인을 받아 LNG를 수입하고 있다.
그러한 수입처 다변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으로 수입되는 원유의 90%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서 호르무즈 봉쇄 사태에 대한 일본 정부의 기본 방침은 해협 항해의 자유와 안전 확보를 하루속히 확보하는 데 있다. 일본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을 ‘국제 사회가 공유하는 공공재’로 규정하고 자유롭고 안전한 항해 확보가 중요하다고 하여 각국과의 공동 외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영국, 프랑스 등과 함께 이란의 상선 공격 및 사실상의 봉쇄를 강력히 비난하는 공동 성명에 참여하는 등 국제적인 틀에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보인다.
결국 일본 정부는 군사보다 외교와 국제 협조를 통해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사태에 대처한다는 방침을 철저히 실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외무상 수준의 온라인 회의 등을 통해 일본 정부는 국제해사기구에서 ‘안전한 해상 회랑’ 설치를 제안하는 등 군사력 대신 외교적·제도적 수단으로 항해 안전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자위대가 직접적인 전투에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와 연계한 외교와 국제법에 기반을 둔 대응이 현재 다카이치 정부의 기본 방침인 것이다.
이달 열리는 한일 정상회담에 관해서는 현시점에서 공식 발표는 없다. 일본 현지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국 측이 회담을 19~20일 여는 일정으로 일본 측에 제안하고 있다. 다만 일본 측은 국회 일정과 다른 해외 일정 등을 고려해 ‘여름 이전의 한국 방문은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어 19일 한국에서 정상회담이 정식으로 열릴 것이라는 확정된 정보는 현재로서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한일 관계는 1월 일본 나라현에서 정상회담이 열렸고, 군사·안보 ‘2+2’ 대화도 7일 차관급으로 개최되는 등 대화가 계속되고 있다. 19일 한일 정상회담 개최 여부와 상관없이 한일 간 대화는 끊어지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일본 정치권에서는 ‘킹메이커’로 알려진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가 중심이 되어 다카이치 총리를 지원하는 연구회를 출범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한때 불화설이 전해진 다카이치 총리와 아소 부총재가 다시 결속을 다진 모양새이므로 일본 내 정치적 동향에 대해서도 주시해 나가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