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보다 실리”…성과 중심 노동문화 확산
노노 갈등·리더십 논란에 조직 결속력 약화

과거 노동운동의 핵심 가치였던 ‘연대’가 흔들리고 있다. 대신 성과와 보상, 개인의 실리를 우선하는 흐름이 노동 현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이른바 ‘실리형 노조’가 대기업 노동조합의 주축으로 떠오르면서 기존 노동운동 공식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대기업 노사 갈등의 중심에는 성과급과 보상 체계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과거에는 임금 인상과 고용 안정, 복지 확대 등 집단 이익이 핵심 의제였다면 최근에는 사업부별 실적과 개인 기여도에 따른 보상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반도체·AI 산업을 중심으로 더욱 두드러진다. 업황 호조로 기업 실적이 급증했지만 성과 보상 체계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도 동시에 확대됐기 때문이다. 실제 직장인 커뮤니티와 블라인드 등에서는 경쟁사 성과급 수준과 사업부별 보상 격차, 성과급 산정 기준 등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산업계는 이 같은 흐름의 출발점으로 2021년 SK하이닉스 성과급 논란을 지목한다. 당시 입사 4년 차 직원이 최고경영진을 포함한 전 임직원에게 “삼성전자는 47%를 주는데 왜 우리는 20%냐”며 성과급 산정 기준 공개를 요구하는 이메일을 보내며 파장이 확산했다. 이후 경영진에게 직접 문제를 제기하는 문화도 빠르게 퍼졌다. 삼성전자에서도 직원들이 연봉·성과급 산정 기준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이른바 ‘상소문 문화’는 기업 보상 체계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SK하이닉스는 이후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명문화했고 지난해에는 성과급 상한선도 폐지했다. 실적과 보상을 직접 연동하는 구조가 자리잡으면서 직원들의 기대 수준도 높아졌다는 평가다.
노동 현장에서는 이런 변화의 배경으로 MZ세대의 노동관 변화를 거론한다. 과거처럼 회사 성장과 조직 안정을 위해 개인 희생을 감수하기보다 자신이 만든 성과에 대해 즉각적이고 명확한 보상을 요구하는 문화가 강해졌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노조를 둘러싼 분위기도 이런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초기업노조를 중심으로 성과급 상한 폐지와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체계 명문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사업부와 직군별 이해관계가 세분화되면서 노노 갈등과 조직 내부 균열도 함께 커지고 있다. 반도체(DS)와 완제품(DX) 부문 간 이해관계 차이가 노조 내부 갈등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기업에 성과 중심 보상 확대는 딜레마다. AI와 반도체 산업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핵심 인재 확보를 위한 차등 보상은 불가피하지만, 동시에 조직 내부 결속력 약화와 상대적 박탈감 확대라는 부작용도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조직 전체 성장과 고용 안정이 우선 가치였다면 지금은 개인의 시장 가치와 성과 보상이 더 중요해졌다”며 “성과주의 강화와 조직 결속 사이에서 기업들의 고민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