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증시에 '빚투'도 역대급…"수익 낸 개미는 3분의 1뿐"

기사 듣기
00:00 / 00:00

(연합뉴스)

증시가 빠르게 오르면서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 우려가 커지고 있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신용거래융자는 한때 36조원을 넘었고 현재도 35조원을 웃도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정수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12일 MBC 라디오 표준FM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최근 신용거래융자 증가세와 관련해 “지난달 30일에 신용거래융자가 역대 최고 수준인 36조원을 넘었다”며 “지금은 소폭 하락했는데 여전히 35조원을 초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연구위원은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빌린 자금이 실제 주식시장으로 유입됐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한 근거는 없다”고 전제했다. 다만 그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을 보면 가계대출 중에 주택 관련이 아닌 기타 대출의 증가가 주식 투자의 확대에서 기인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기는 하다”고 설명했다.

신용거래융자 규모 자체가 커졌지만, 시장 전체 규모와 비교해 봐야 한다는 분석도 내놨다. 정 연구위원은 “시가총액 중에 어느 정도가 빚으로 만들어져 있는지를 보는 것”이라며 “8일 기준으로 보면 코스피는 시가총액의 0.4%, 코스닥은 시가총액의 1.6%가 신용거래융자로 구성돼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이 수치를 두고 “높다고 단정 짓기는 조금 어렵다”고 했다. 해외와 비교하면 미국은 1.8%, 일본은 0.4% 수준이라는 것이다. 다만 정 연구위원은 “해외 같은 경우에는 기관 투자분도 많은데 우리나라는 개인 투자분이 많아서 수치보다는 조금 위험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신용거래융자의 높은 이자 부담도 지적됐다. 정 연구위원은 “신용거래라는 것이 단기 차입이기 때문에 이자율이 높은 편”이라며 “기간별로 금리가 차등 적용되는데 보통 짧을수록 이자가 낮고 기간이 길어질수록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7일 이하면 5%, 6% 하는 증권사도 있는데 15일 넘어가면 9.7%까지도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가가 하락할 경우 반대매매 위험도 커진다. 정 연구위원은 “신용융자는 보증금 40% 이상 자기 돈이 들어가야 되고 나머지는 증권사에서 빌린 돈으로 투자하게 된다”며 “주가가 떨어져서 담보유지비율 140% 미만으로 떨어지게 되면 투자자들이 돈을 가지고 갚거나, 반대매매를 통해 주식을 처분해서 증권사가 돈을 가져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신용거래융자는 50대 이상에서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정 연구위원은 관련 통계를 언급하며 “50대 비중이 32.1%로 가장 높았고, 그다음에 40대가 25.7%, 60대 이상이 29.4% 수준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그는 “신용거래융자가 일정 수준의 보증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60대 이상 분들이 자산이 크고 투자 금액이 크다”며 “이런 연령층에서 신용 사용 규모도 함께 커지게 나타나는 것 같다”고 했다.

최근 증시 상승 배경에 대해서는 AI와 반도체 업황이 거론됐다. 정 연구위원은 “전문가들 분석을 종합해 보면 최근 증시 상승은 아무래도 AI와 반도체 업황의 호황 때문이라는 게 지배적”이라며 “우리나라 말고도 대만이나 일본 같은 경우도 사상 최고치의 증시를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와 대차거래 잔고 증가도 과열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고 봤다. 정 연구위원은 “최근에 공매도도 많이 늘었고 공매도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대차거래 잔고가 어제 기준으로 183조 원 정도”라며 “올해 1월과 대비하면 30% 이상 상승한 수치”라고 밝혔다. 이어 “아무래도 단기간에 주가가 빠르게 상승해서 일부에서는 시장이 과열되었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시기와 비교하면 현재 신용거래 비중은 당시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설명도 나왔다. 정 연구위원은 “2021년 하반기에 신용거래융자가 24조원 수준으로 당시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며 “시가총액 대비 신용거래융자 비율을 보면 그때 코스피 시장이 0.6%, 코스닥 시장이 2.6%로 지금보다도 더 신용거래 비중이 높은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신용거래가 높은 수익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는 자본시장연구원의 과거 연구를 언급하며 “개인투자자들 20만 명 이상 데이터로 2020년 3월부터 10월까지 연구한 자료를 보면 개인투자자가 신용거래융자를 빌려서 투자해서 수익이 난 경우는 33.5%에 불과했다”며 “나머지 분들은 오히려 손해를 보셨다”고 밝혔다.

상승장에서 추격 매수에 나서는 심리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정 연구위원은 “시장수익률이 높을 때 투자하면 개인들이 투자 성과가 시장이 좋아서라기보다는 본인이 잘해서라고 생각하는 과잉 확신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과잉 확신을 가진 분들이 거래도 빈번하게 하는데 이런 경우에는 투자 성과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에게 가장 필요한 태도로는 위험 관리가 꼽혔다. 정 연구위원은 “변동성이 아주 큰 장이기 때문에 자신의 위험 감내 수준을 넘어서는 투자는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빚내서 투자하는 것도 그렇고, 빚이 아니더라도 단기에 사용할 수 있는 자금까지 끌어서 투자하는 것은 본인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가면 위험하다”고 말했다.

레버리지 ETF와 인버스 ETF에 대해서도 고위험 상품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정 연구위원은 “레버리지 ETF 같은 경우는 우리나라는 2배까지 허용돼 있다”며 “예를 들어 코스피200의 레버리지라면 코스피가 상승하는 것에 2배만큼 돌려주는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레버리지 ETF나 인버스 ETF 같은 경우는 고위험 상품으로 분류돼 있다”며 “2021년부터는 사전 교육을 수강하는 사람들만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연구위원은 증시 상승장에서 신용융자 한도와 불공정 행위 관리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금융투자협회 규정상 증권사가 대출이 나갈 수 있는 돈의 한도가 정해져 있다”며 “이미 증권사들이 한도가 소진됐다고 발표하는 경우들이 많아서 더는 증권사에서 빚내서 투자하는 증권 한도는 많이 안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주가 변동성이 크면 불법 리딩방이라든가 유사투자자문업자를 통한 불공정 행위가 많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에 대한 집중 단속도 필요하다고 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