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논단_조장옥 칼럼] “교육이 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되새기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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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동력으로 문명 이끈 서구 대학
한국은 유능한 학자 지키기도 벅차
정치포퓰리즘 감내 언제까지 ‘걱정’

유럽에서 11세기 상업과 무역으로 도시에 부가 쌓이면서 병원과 학교, 대학이 설립되기 시작하였다. 장기적으로 병원보다 훨씬 큰 영향을 미친 것은 학교와 대학이었다. 중세 말이 되면서 교회나 수도원에서 실시되고 있던 교리 교육(liturgical education)보다 실용적인 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그와 같은 인식 아래 부르주아들은 학교를 세우기 시작하였다. 원거리 무역과 상업이 발달하고 거래량이 증가하면서 중세 말이 되면 회계의 필요성이 빠르게 증가하였다. 그리고 먼 도시와 다른 나라의 상인들에게 상품을 주문하기 위해서 점차로 문해력(文解力)이 중요하게 떠오르게 되었다.

당시까지의 교육은 주로 라틴어 교육이었으나 상업과 원거리 무역, 도시의 발달과 함께 특수한 분야, 특히 법학과 의학 교육의 필요성이 대두하였다.

대학 교육이 시작된 정확한 연도는 알 길이 없다. 그러나 유럽에서 대학이 처음 설립된 이탈리아의 볼로냐(Bologna)에는 11세기 후반 이미 잘 알려진 학자들이 로마법(Corpus iuris civilis)과 교회법(Corpus iuris canonici)을 가르치는 사설 학교가 존재하였다.

볼로냐에서 사설 학교가 대학으로 발전하는 것은 1180~1190년경으로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각지로부터 학생들이 몰려들면서이다. 이들은 외국인에 대한 차별에 대처하기 위하여 출신 국가별로 단체를 결성하고 이들의 연합 곧 대학(universitas·university)을 구성하였다. 그리고 총·학장(rector)과 교수들을 초빙하여 강좌를 열었다.

볼로냐의 대학은 학생들이 세운 기관이었다. 1242년에는 볼로냐의 코뮌 법령에 공식적으로 대학의 독립을 보장하고 학생들이 시민들과 같은 권리를 갖도록 명문화하였다.

역사적인 깊이로 볼 때 볼로냐와 거의 동시대에 등장한 것이 파리 대학(University of Paris)이다. 파리 대학은 교수들(masters)이 독립적으로 설립하였으며 신학교보다 다양한 과목을 가르쳤다. 볼로냐와는 달리 파리 대학은 교수들의 대학이었다. 변증법, 문법, 법학, 의학 등에 특장이 있었다. 12세기 말이 되면 영국, 독일, 이탈리아를 포함하여 점점 더 많은 곳으로부터 학생들이 몰려들었다.

볼로냐와 파리 대학은 중세가 끝날 때까지 가장 크고, 많은 교수들을 보유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가장 널리 알려져 있었다. 그렇기에 가장 넓은 지역에 영향을 미쳤으며 그 뒤에 등장한 대부분 대학의 모델이 되었다.

그 가운데 하나가 13세기 초 영국에서 처음 설립된 옥스퍼드 대학이다. 옥스퍼드는 작은 상업 도시로 그 이전에도 신학 교육기관들이 존재하였다.

옥스퍼드 대학은 파리 대학과 그 출신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으나 근본적으로는 자생적이었다. 옥스퍼드에서 1209~1214년 사이 교수와 학생이 구금되는 사건을 계기로 일군의 교수와 학생들이 도피하여 시작한 대학이 케임브리지 대학이다.

12세기 후반과 13세기 전반 이와 같이 대학들이 설립되면서 1250년이 되면 유럽에 큰 도시를 중심으로 25개 정도의 대학이 설립되었다. 아직 대학의 수가 많은 것은 아니었으나 유럽의 문화생활에서 대학은 이미 가장 중요한 기관이 되어 있었다. 아이디어의 생산과 전파에 있어서뿐만 아니라 지식의 동력이 존재하는 곳으로 성직자뿐만 아니라 일반 엘리트를 교육하는 기관이 되었다. 많은 대학에는 이미 유럽의 여러 나라로부터 수천 명의 학생이 운집하였다.

설립 당시부터 대학은 학문과 그 응용에 대한 계몽에 있어 항상 선구적이었다. 이제 대학을 빼고 현대 과학 문명을 논할 수 없음을 누구나 안다. 대학 교육은 교육의 핵심이며 대학이 죽으면 나라와 문명이 소멸한다. 대학, 보다 넓게 말해 교육이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대학은 어떠한가?

유능한 학자들이 국내로 들어오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들어와 있는 학자들마저 보다 나은 환경을 찾아 다른 나라로 떠나기 시작했다. 이제는 정치적인 포퓰리즘이 대학의 뿌리를 말리고 있다. 언제쯤 대학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자유로운 환경을 허락할 것인가? 사법까지 정치화하는 세상이니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지만 대학이 더 이상 정치의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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