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신용자 대출 문턱 낮추고 새희망홀씨 공급 목표 확대
은행권 “RWA·연체율 관리 우려…수익성 영향 가능성도”

금융당국이 중·저신용자 대출 문턱을 낮추고 정책금융상품 공급 목표를 늘리면서 포용금융이 은행권 평가 잣대로 떠오르고 있다. 서민 금융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지만 은행권에서는 숫자 경쟁에 따른 건전성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현재 은행권 ‘포용금융 종합평가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서민금융 지원 △중소기업 지원 △소상공인 지원 등 포용금융 실적을 체계적으로 관리·공개하고 우수 금융회사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체계다. 금융권에서는 향후 중금리대출 취급 실적과 중·저신용자 금융 접근성, 채무조정 참여도 등이 은행별 평가 항목으로 반영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은행권의 정책금융과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목표도 단계적으로 높아진다. 은행권 대표 서민금융상품인 새희망홀씨 공급 목표는 올해 4조원에서 2028년 6조원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신규 취급액 기준 목표 비중도 올해 30%에서 2028년 35%로 상향된다. 또한 금융위는 이 같은 은행의 포용금융 평가 결과를 서민금융진흥원 출연금에 반영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금융지주들도 정부 기조에 맞춰 포용금융 확대 계획을 내놨다.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는 2030년까지 향후 5년간 총 70조 원 규모의 포용금융 지원 계획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이자캐시백, 대환대출, 대출금리 상한제 도입 등 금융지주별 특성에 맞는 상품을 내놓고 취약계층 금리 부담에 나선다.
은행권에서는 포용금융 확대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건전성 부담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중·저신용자 대출은 상대적으로 연체 위험이 높아 공급 규모가 늘수록 위험가중자산(RWA)이 증가한다. 이는 은행의 핵심 자본비율인 보통주자본비율(CET1) 하락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저신용자 금융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은행 포트폴리오와 자본 부담을 함께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금감원이 구축 중인 포용금융 평가체계가 은행 간 숫자 경쟁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포용금융 실적이 평가와 인센티브에 연동되면 결국 은행별 공급 규모 경쟁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며 “혜택을 받는 차주는 많아지겠지만 리스크관리 부서 등 실무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용평가업계는 현 수준의 포용금융 공급액이 은행권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규모가 꾸준히 늘어나면 수익성과 건전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현재 발표된 포용금융 확대 규모는 은행 전체 자산 대비 비중이 크지 않다”면서도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경우 수익성에 일부 부담이 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건전성 관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포용금융 확대의 필요성과 건전성 관리 사이 균형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석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의 지역재투자법(CRA)처럼 은행의 공적 역할을 평가하는 해외제도들도 존재하는 만큼 포용금융 자체는 글로벌 흐름”이라면서도 “다만 은행 건전성에 미칠 수 있기에 평가에 어느 수준까지 연동할지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