왁뿌볼부터 무스 케이크까지⋯요즘 유행은 '감각'입니다 [솔드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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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화제 되는 패션·뷰티 트렌드를 소개합니다. 자신의 취향, 가치관과 유사하거나 인기 있는 인물 혹은 콘텐츠를 따라 제품을 사는 '디토(Ditto) 소비'가 자리 잡은 오늘, 잘파세대(Z세대와 알파세대의 합성어)의 눈길이 쏠린 곳은 어디일까요?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요즘 잘나가는 유행엔 공통점이 있습니다. 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귀를 자극하고 손끝을 간질이는 감각을 품고 있다는 점이죠.

최근 Z세대 사이에서는 독특한 촉감과 소리를 지닌 제품들이 인기를 끄는 중입니다. 단단한 외형 안에 말랑말랑한 내용물을 품고 있는 톡톡 튀는 식감을 강조한 디저트, 반복해서 누르고 싶어지는 클릭감을 앞세운 장식품까지 종류도 다양한데요. 이들 제품을 소개하는 콘텐츠에는 하나같이 "중독적"이라는 반응이 이어집니다.

특히 이 같은 감각은 짧은 영상 중심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환경에서 더욱 강한 힘을 발휘합니다. 별다른 설명 없이도 귀를 자극하고 촉감을 상상하게 만들며 대리 만족감을 선사하기 때문이죠. 실제로 관련 영상들은 높은 조회 수·'좋아요'를 기록하며 빠르게 확산하고 있죠.

이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소비 흐름의 변화를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디지털 콘텐츠 소비에는 익숙하지만, 실제로 손으로 만지고 귀로 듣는 물리적인 감각 경험에는 오히려 갈증을 느끼는 Z세대 특성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건데요. 정보 과잉 시대 속 짧고 직관적인 감각 자극에서 작은 만족감과 안정감을 얻으려는 흐름과도 맞물린 모습입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어린이날을 이틀 앞둔 3일 서울 종로구 동대문 완구거리를 찾은 시민들이 장난감 및 문구 제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2026.05.03. jhope@newsis.com

학생부터 직장인까지…'촉감' 강조한 장난감에 '진심'

최근 서울 종로구 창신동 문구·완구 거리가 다시 들썩이고 있습니다. '말랑이'부터 '왁뿌볼', '클리커' 등 장난감을 찾는 이들이 몰리면서인데요.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창신동 다녀왔다"는 인증 글과 구매 후기, 방문을 앞둔 이들에게 전수하는 '꿀팁'들이 활발히 게재되고 있죠.

눈길을 끄는 건 이들 제품의 공통점입니다. 손으로 눌렀을 때 느껴지는 말랑말랑하거나 쫀득쫀득한 촉감, 왁스를 깨뜨릴 때 나는 경쾌한 소리, 반복해서 누르고 싶어지는 클릭감처럼 '감각적인 자극' 자체를 핵심 재미 요소로 내세운다는 점입니다.

최근 유행 중인 '왁뿌볼'은 앞서 크게 유행한 슬라임을 왁스로 감싼 공 모양의 장난감인데요. 말랑이의 진화 버전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제대로 즐기는 방법은 따로 있는데요. 냉동실에 10분가량 넣어두고 왁스를 단단하게 만들면 됩니다. 이때 왁뿌볼을 손으로 깨뜨리면 선명한 '아그작' 소리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깨뜨린 왁뿌볼은 슬라임처럼 열심히 주물러 부드러운 촉감까지 즐길 수 있죠.

말랑이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기도 합니다. 틱톡,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 등 숏폼 플랫폼을 즐겨보는 이라면 한 번쯤은 만두 모양의 말랑이를 본 적 있을 텐데요. 만두 찜기 모양의 케이스를 긴장 가득한 얼굴로 열었다가 내용물을 확인하고선 기쁨의 괴성을 내지르는 해외 인플루언서들의 영상에 등장하는 그 말랑이입니다.

이 만두 말랑이는 증권가에서도 조명할 정도의 인기를 쓰고 있습니다. 미국 CNBC에 따르면 월가 투자은행 월프 리서치는 최근 미국 저가형 소매점 파이브 빌로우의 투자 의견을 '수익률 상회(Outperform)'를 유지하고 목표주가를 291달러로 제시했습니다.

파이브 빌로우는 말랑이, 현지에서는 '스퀴시(Squishy)'로 불리는 말랑말랑한 촉감의 장난감 카테고리에 강세를 보입니다. 특히 만두 말랑이, '덤플링 스퀴시(Dumpling Squishy)'가 인기가 좋은데요. 스펜서 하누스 월프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고객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미스터리 덤플링을 비롯해 니도(NeeDoh), 타바(Taba) 등 스퀴시 트렌드의 폭발적인 인기가 파이브 빌로우의 상승 모멘텀을 이끄는 중요하면서도 과소평가된 동력이라고 전했습니다.

실로 스퀴시 인기가 고공행진하면서 만두 말랑이도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갔는데요. 파이브 빌로우는 한때 고객 1인당 하루 구매 수량을 3개로 제한하기도 했죠.

▲서울 시내 한 디저트 전문점에서 판매되는 복숭아 무스 케이크(왼쪽), 뚜레쥬르 아그작 복숭아. (출처=뚜레쥬르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간식도 식감으로 뜬다…'아그작' 케이크 인기 ↑

이 같은 흐름은 먹거리에서도 두드러집니다. 최근 디저트 업계에선 맛과 비주얼을 넘어 식감까지 강조하는 제품들이 잇따라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겉은 단단하지만 속은 부드러운 '반전 매력'을 지녔다거나, 바삭함과 쫀득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식의 대비되는 식감을 전면에 내세우는 모습이죠.

대표적인 사례가 SNS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과일 모양 무스 케이크입니다. 실제 과일과 헷갈릴 정도로 정교한 비주얼이 가장 먼저 눈길을 끌지만, 요즘의 인기 포인트는 따로 있습니다. 얇은 초콜릿 코팅을 깨뜨릴 때 들리는 선명한 소리와 속의 부드러운 무스가 만들어내는 반전 식감이죠.

반짝 화제를 모았던 얼려 먹는 젤리, 버터떡, 구운 글레이즈드 도넛 등도 유사한 식감으로 인기를 끈 바 있는데요. 식품업계 역시 이런 흐름을 빠르게 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뚜레쥬르는 3월 제일제당센터점을 본점으로 리뉴얼 오픈하면서 신규 디저트 라인업 중 하나로 케이크 아그작 시리즈를 선보였습니다. 이름부터 특정 식감을 직관적으로 떠올리게 하며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죠. 복숭아, 피스타치오, 망고 등 3종류가 있는데요. 이를 위해 이른 오전부터 오픈런 줄을 섰다는 후기도 심심찮게 발견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SNS 최적의 콘텐츠…다음 유행은 뭘까?

이처럼 감각을 강조한 제품들이 빠르게 확산하는 배경에는 숏폼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된 콘텐츠 소비 환경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제 제품은 단순히 사용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데요. 얼마나 인상적인 경험을 주고, 이를 SNS에서 공유하고 싶게 만드느냐 역시 중요한 경쟁력이 됐죠.

특히 틱톡과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에서는 긴 설명보다 귀와 눈을 단번에 사로잡는 자극이 더 강한 힘을 발휘합니다. 왁뿌볼이 깨지는 순간의 '아그작' 소리, 키캡이나 클리커의 경쾌한 클릭음, 단단한 무스 케이크가 순식간에 갈라지는 장면처럼 짧은 순간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콘텐츠가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는 구조인데요. 별다른 맥락 없이도 귀를 자극하고 촉감을 상상하게 하며 대리 만족감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들 역시 이 같은 직접 만지고 촬영하고 공유하는, 경험 과정에서 재미를 느끼는 모습입니다.

이는 Z세대의 특성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디지털 콘텐츠 소비에는 익숙하지만, 실제로 손으로 만지고 귀로 듣는 물리적인 감각 경험에 대한 갈증 역시 느낀다는 건데요. 짧은 영상 안에서도 즉각적인 몰입감을 줄 수 있는 소리와 질감이 강력한 콘텐츠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해당 트렌드를 현대 사회의 피로감과 연결 짓는 시선도 있습니다. 정보 과잉과 끊임없는 알림 속에서 사람들은 짧고 직관적인 감각 자극에서 안정감을 얻으려 한다는 건데요. 말랑이의 또 다른 이름이 '스트레스 볼'인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힙니다. 반복적으로 누르고 주무르는 행동 자체가 일종의 스트레스 해소 수단처럼 소비되고 있다는 거죠. 과거 피젯 스피너 열풍과 비슷하게, 거창한 즐거움보다 손끝에서 바로 체감되는 작은 만족감이 중요해졌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업계 역시 이런 흐름을 빠르게 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소비자들의 정성 가득한 후기와 활발한 콘텐츠 생산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일례로 토니모리는 CJ올리브영과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포켓몬스터(이하 포켓몬) 캠페인에 참여해 포켓몬 기획을 선보였는데요. 그중에서도 포켓몬 키캡 키링을 랜덤으로 증정하는 틴트 기획 상품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제품은 예상보다도 훨씬 빠르게 품절, 온라인몰에서는 당분간 구경조차 할 수 없죠. 번개장터 등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포켓몬 키캡 키링은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최근 유행의 핵심은 얼마나 인상적인 경험을 남기는지에 달린 모습인데요. 다음 유행 역시 귀를 자극하는 소리와 식감, 중독적인 촉감을 앞세운 형태로 진화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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