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AI 입힌 귀금속산업, 성장동력 삼을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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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금속 산업은 오랜 시간 ‘전통 산업’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왔다. 장인의 감각과 경험,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 구조, 그리고 신뢰를 기반으로 한 거래 방식이 산업의 근간을 이뤘다. 그러나 현재 금 산업은 중대한 전환점에 섰다. 변화의 중심에는 인공지능(AI)이 있다.

최근 가장 빠르게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 영역은 주얼리 디자인과 설계 분야다. 전통적으로 주얼리 디자인은 디자이너의 감각과 반복적인 컴포터지원설계(CAD) 과정을 통해 완성됐다. 시제품 제작까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걸릴 수밖에 없다.

디자인 생성 넘어 시장분석으로 발전

하지만 이제는 간단한 텍스트 입력이나 이미지 자료만으로도 다양한 디자인 시안이 자동으로 생성된다. 이를 3D 모델로 연결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나아가 AI는 단순히 디자인을 생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비자 취향과 시장 트렌드를 분석해 ‘시장성이 높은 디자인’을 제안하는 단계로 발전했다. 디자인의 영역을 창작에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으로 확장시키는 변화다.

변화는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산업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 디자인은 더 이상 일부 전문가의 영역이 아니라 누구나 접근 가능한 영역으로 확장됐으며, 소규모 사업자도 AI를 활용해 고품질 제품을 기획하고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주목할 만한 사례는 월곡주얼리산업진흥재단의 AI 교육 사업이다. 이 재단은 서울시립대 등과 협력해 주얼리 산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AI 기반 디자인, 3D 모델링, 마케팅 콘텐츠 제작 교육을 진행하며 현장 중심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한다.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실제 제품 기획과 제작까지 연결되는 실무 중심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교육에 참여한 현장 종사자들은 기존의 제조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AI를 활용한 디자인 창출과 제품화 과정을 경험하며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한다. 이는 AI가 단순한 효율화 도구를 넘어 산업의 창작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아직 일부 시도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국내 주얼리 산업은 여전히 소규모 오프라인 중심 구조에 머물러 있고, 디지털 전환 속도 역시 더딘 편이다. 기술은 등장했지만 산업 전체로 확산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이 지점에서 정책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정부는 귀금속 산업을 보호 대상이 아니라 ‘전환 대상 산업’으로 재정의해야 한다. 정책 역시 단순한 보조금 지원이 아니라 산업 구조를 바꾸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AI 기반 가짜금 판별 기술은 국가 인증 체계를 통해 표준화하고 전국 유통망에 확산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보급이 아니라 시장 신뢰를 국가 차원에서 보증하는 의미를 갖는다. 동시에 주얼리 디자인과 설계에 활용되는 AI 기술을 공동 인프라 형태로 구축해 중소 사업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해외에선 블록체인 기반 거래도 가능

해외 주요 국가들은 이미 기술을 기반으로 귀금속 산업을 재편하는 중이다. 금의 품질과 유통을 데이터로 관리하고, 디지털 추적 시스템과 인증 체계를 도입하며, 블록체인 기반 거래까지 확장했다. 이는 귀금속 산업이 더 이상 전통 산업이 아니라 기술 기반 산업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한민국은 AI와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췄다. 이러한 강점을 귀금속 산업과 결합한다면 충분히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 AI 기반 판별 기술로 시장 신뢰를 회복하고, AI 디자인과 플랫폼으로 산업 구조를 혁신하며, 나아가 디지털 금융과 결합해 산업을 확장하는 전략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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