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위험 안 지고 약정 금액만 받은 건 사업 아냐”

화장품 공동구매 다단계 업체에 투자해 수익을 받은 투자자들의 소득이 사업소득이 아닌 이자소득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김영민 부장판사)는 최근 장모 씨와 최모 씨, 이모 씨 등 3명이 강서·반포·성북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종합소득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판결문에 따르면 장 씨 등은 주식회사 A에 투자금 명목의 금원을 교부하고 수익금을 받았다. A 사는 ‘화장품 공동구매 사업에 투자하면 4개월간 투자금의 약 5%를 수익금으로 지급하고 5개월 뒤 원금을 반환하겠다’는 마케팅과 다단계 방식으로 자금을 모집한 뒤, 신규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금을 지급하는 돌려막기 방식으로 운영됐다.
A 사 회장은 이와 관련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징역 20년을 선고받아 확정됐다. 세무서들은 장 씨 등이 받은 수익금이 이자소득에 해당한다고 보고 장 씨에게 약 900만원, 최 씨에게 약 2400만원, 이 씨에게 약 4000만원의 종합소득세를 각각 부과했다.
장 씨 등은 “A 사와 화장품을 공동구매하고 판매를 위탁한 것이므로 수익금은 사업소득”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또 “다단계 방식의 유사수신행위에서 투자자가 받은 수익은 관행적으로 사업소득으로 과세돼 왔다”며 이 사건 처분이 행정의 자기구속 원칙에 반한다고도 주장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화장품 위탁판매업에 수반되는 위험을 부담하지 않은 채 단순히 약정된 금액만 수령했을 뿐 실질에 있어 단순한 자금 제공자에 불과하다”며 “위탁매매의 위탁자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독립된 사업을 영위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A 사는 실제 화장품을 거래하지 않고 유사수신행위를 했을 뿐”이라며 “원고들은 A 사의 실제 운영방식과 무관하게 원금과 일정 비율의 수익금을 지급받기로 한 것이므로 실질적으로 화장품 위탁판매업을 영위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자기구속 원칙 위반 주장에 대해서도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다단계 방식 유사수신행위에서 투자자가 받은 금원을 사업소득으로 과세하는 국세행정의 관행이 성립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설령 원고들이 주관적으로 그런 과세관행이 존재한다고 신뢰했더라도 법적 정당성을 가진 합리적 신뢰로서 보호가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