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광장_함인희의 우문현답] 당신은 왜 결혼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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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례적 절차로 여기던 보편혼 시절
지금은 ‘선택’ 이상 의미 두지 않아
젊은세대 솔직한 마음 찾는게 순서

때로 질문을 바꿔 보면 미처 생각지 못했거나 보이지 않던 것들이 모습을 드러낼 때가 있다. “요즘 것들”은 왜 결혼을 안 하는지 끌탕하는 대신 “당신은 왜 결혼하셨나요”를 묻기로 한 이유다.

결혼하는 이유로 빈번히 인용되는 견해로는 미국 시카고 대학 게리 베커(Gary Becker, 1930~2014) 교수의 주장이 있다. 베커 교수는 결혼 및 가족으로 맺어지는 친밀한 관계에도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식의 경제학 원리가 찰떡같이 적용됨을 입증함으로써 노벨 경제학상의 영광을 누린 바 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에 따르면 결혼의 최대 이점은 남녀의 성별분업에 있다고 보았다. 결혼시장에서 남녀는 이해득실을 따지게 마련인데, 남자가 생계를 전담하고 여자가 가사와 양육을 전담할 때 결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익(實益)이 극대화된다고 보았던 것이다.

나아가 여성이 바깥 활동에 투자할수록 집안일을 소홀히 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결혼을 통한 이득이 감소하기에, 여성의 취업률이 높아질수록 결혼율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고소득 남성은 소득이 낮은 여성과 결혼하는 것을 선호하는 바, 사회계층별 이질혼의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미 눈치 챘을 테지만 베커 교수의 주장에는 전후(戰後) 안정과 번영을 구가하던 미국사회가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의 결혼시장은 베커 교수의 주장을 보기 좋게 비토하고 있다. 일단 ‘남성=생계 부양자, 여성=전업주부’ 모델을 선호하는 커플의 비율이 급감한 데다, 결혼시장에서는 ‘끼리끼리 결혼(assortive marriage)’이 그 어느 때보다 공고해지고 있다. 일례로 1990년대 초반만 해도 가장 인기 없던 대졸 전문직 여성은 2000년대 이후론 최고의 배우자 후보로 등극했고, 저학력에 저소득층 유색인종 남성은 가장 불리한 집단임이 밝혀졌다.

실제로 1983년 가족 가치관을 주제로 한 설문조사를 진행하면서 기혼 부부를 대상으로 “당신은 왜 결혼하셨습니까?”를 물었던 적이 있다. 이 질문에 대한 첫 반응은 ‘왜 이런 걸 묻는 거지?’ 순간 당황해하거나 ‘이런 것도 질문이라고 하나?’ 심드렁해했다. 때론 자신의 속내를 들킬까보아 걱정되는지 지레 화를 내기도 했고, 평소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 없는 질문인 만큼 답변 또한 대충대충 했다. ‘눈에 콩깍지가 씌어서’ 얼버무리며 지나가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부부는 전생의 원수’라는 블랙 유머급 농담을 하기도 했으며, ‘그 놈의 욕정 때문에’라며 겸연쩍은 표정을 짓기도 했다.

당시 결혼의 이유로 생각되는 통념을 제시하면서 동의 여부를 물은 결과, 남성은 1순위가 심리적 안정을 얻고 싶어서(41.9%), 2순위가 결혼은 전통적 관례이니까(41.1%)로 나타났고, ‘좋은(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났기에’ ‘자식을 낳아 대를 이어야 하기에’ ‘누구나 다 결혼을 하니까’가 뒤를 이었다. 여성은 결혼은 전통적 관례이니까(50.8%)가 1순위, 좋은(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났기에(37.2%)가 2순위였고, 다음은 ‘누구나 다 결혼을 하니까’ ‘심리적 안정을 얻고 싶어서’ ‘자식을 낳아 대를 이어야 하기에’로 밝혀졌다.

이 결과는 대부분의 남녀가 결혼을 당연시하는 ‘보편혼’ 규범이 자리하던 시절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하기야 1955~1960년생 남성은 98%가 결혼했고, 가장 빨리 결혼한 경우와 가장 늦게 결혼한 경우의 시차가 7~8년에 불과했다. 결혼은 전통적 관례인데다 남들도 다 하니까 서둘러 결혼했던 세태가 통계에도 확연히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당장 결혼 압력을 받고 있을 요즘 세대는 왜 결혼을 하려는 것일까? 이들에게 결혼은 정말 선택일까? 솔직한 답을 구해보면서 결혼하고픈 동기를 최대한 총족시키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순리일 듯싶다. 굳이 결혼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는 마음도 나름 존중해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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