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교수·자본연 “연기금 자산배분 재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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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배분 권위자 캠벨 “주식·채권 동시하락 조짐”
자본연 “고갈 우려 연기금, ALM·TPA 체계 전환 필요”
코스피 비중 확대·환헤지·위험관리 전면 손질 권고

▲통합포트폴리오(TPA) 개념 (출처=자본시장연구원)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환경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국내 연기금이 자산배분 체계를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주식이 떨어질 때 채권이 막아준다’는 수십 년간의 투자 공식이 흔들리는 가운데, 자산부채종합관리(ALM)를 고려한 통합포트폴리오(TPA) 체계를 도입하고 국내주식 목표 비중 상향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존 캠벨 하버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6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센터 불스홀에서 자본시장연구원과 한국금융공학회 주최로 열린 ‘연기금의 바람직한 자산배분 전략’ 공동 심포지엄에서 “투자자들은 단순한 통계 수치에만 의존하기보다 경제 이론과 보조적 통계 증거를 함께 고려해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캠벨 교수는 자산배분 이론의 세계적 권위자로, 그의 저서 ‘전략적 자산배분(Strategic Asset Allocation)’은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교과서로 꼽힌다.

최근 채권과 주식의 상관관계 변화와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등을 근거로 기존 연기금들의 투자 공식이 흔들릴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캠벨 교수에 따르면 20세기에는 채권과 주식이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지만, 2010년대에는 음(-)의 관계로 전환됐다. 최근에는 채권 베타가 다시 플러스 영역으로 돌아서는 조짐도 나타났다.

그동안 기관투자자들은 주식과 채권을 함께 담아 위험을 분산하는 전략을 활용해왔다. 주식시장이 급락할 때 채권 가격이 오르는 음(-)의 상관관계를 통해 손실을 일부 상쇄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동 전쟁과 공급망 충격, 고물가 장기화 등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서 주식과 채권이 동시에 약세를 보이는 현상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캠벨 교수는 가치주 투자에 대해서도 “최근 부진이 위험에 대한 재평가 과정일 수 있다”며 “현재 가치 스프레드가 역사적으로 이례적으로 넓은 수준인 만큼 향후 높은 수익률 가능성을 시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도 지정학적 리스크 확산과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현상이 지속되면서 국내 연기금의 자산배분 체계 전환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 연기금이 직면한 자산배분 이슈로 △연금 지출 증가와 수입 감소에 따른 기금 고갈 우려 △해외투자 확대에 따른 원·달러 환율 영향 △코스피 재평가(리레이팅)에 따른 국내주식 비중 결정 △고물가 장기화에 따른 포트폴리오 손실 가능성 △해외부동산·사모신용 등 대체투자 손실 우려 등을 제시했다.

이 실장은 “미국 S&P500과 10년 국채선물 수익률 상관계수가 지난해 말 기준 0.72까지 상승하며 최근 10년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며 “주식·채권 간 양(+)의 상관관계가 지속되면 전통적인 자산배분 전략의 분산 효과가 약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코로나19 이후 원격근무 확대와 디지털 전환 가속화로 미국·유럽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했고, 미국 주요 도시 오피스 공실률도 20~30% 수준까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 실장은 연기금의 중장기 수익률 제고 방안으로 △ALM 기반 통합포트폴리오(TPA) 도입 △합리적 환헤지 정책 수립 △국내주식 목표비중 상향 검토 △투자전략 다변화 △대체자산 위험관리 강화 등을 제안했다.

TPA는 장기 투자 시계 아래 자산과 부채를 함께 고려해 전체 포트폴리오를 통합적으로 운용하는 체계다. 단순 자산군별 비중 관리에서 벗어나 기금의 위험 감내 수준과 연금 추계 등을 반영해 전략적 자산배분과 액티브 운용을 유연하게 결합하는 방식으로 캐나다·뉴질랜드·호주 등 주요 해외 연기금이 이미 도입했다. 이 실장에 따르면 TPA 도입 기관의 최근 10년 연평균 수익률은 8.6%로, 미도입 566개 연기금(7.2%)보다 1.4%포인트 높았다.

국내주식 비중 상향과 관련해서 이 실장은 “상장기업 실적 개선과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이 최근 코스피 상승의 핵심 동인”이라며 “중복상장 금지, 저PBR 개선 등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이 지속될 경우 코스피 기대수익률 상승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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