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논단_곽노성 칼럼] ‘트럼프식 거래기술’엔 함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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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협상 방식, 국가간에는 안통해
주권 무시한 일방압박은 저항 불러
과신에 의한 의사결정 실패 새겨야

요즘 국내외 언론의 헤드라인을 차지하고 있는 인물은 단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가히 ‘트럼프 요인(Trump factor)’이라고 부를 수 있는 트럼프 2기는 전쟁의 시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에서 4년이 넘도록 전쟁을 치르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2월 28일 이란에 대한 공습으로 이제 세계는 유럽 및 중동의 2개 지역에서 동시에 전쟁을 겪고 있다.

1990년대 중국의 급부상으로 인한 세계 경제의 불균형을 ‘중국 요인(China factor)’이라고 불렀다. 마찬가지로 트럼프 취임 이후 고강도의 관세 위협, 베네수엘라 마두로의 납치와 이란 공습을 통한 하메네이 살해 등 미국의 힘 과시는 세계적인 공급망 와해, 동맹 재편을 불러왔다. 또한 미국 국내적으로도 에너지가격 인상과 정치집단 간 및 공화당 지지자 내부의 분열 가속화라는 혼란을 가져오고 있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 요인’으로 불러도 마땅할 것이다.

취임 후 빠른 시일 내에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을 가져오겠다는 트럼프의 호언은 이미 물 건너간 지 오래됐고 오히려 세계는 전쟁과 갈등, 그리고 공급망 단절과 에너지 위기만 남아 있는 현실이다.

여기서 우리가 스스로 협상의 달인이라는 트럼프식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 1987, 랜덤하우스)이 어떻게 현실에서 이런 결과를 가져왔는지 탐구하는 것은 세계 평화를 위한 반면교사로서 의미가 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식 거래기술의 실체는 협상목표로서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하여 투자든, 인수든 이득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부동산개발업자로서 그가 활용한 협상 방법으로는 정보의 습득(뉴욕 고급 사교클럽 회원 가입을 통한 인맥 형성, 현장 정보의 실제 탐색 및 여러 금융기관 접촉과 대출 가능성 확인 등)과 이전의 성공에 근거한 자신의 평판(reputation) 및 상대방의 취약점 활용과 목표 수요자(target customers) 욕구를 충족시키는 공급 물건의 제공 등 경제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변호사를 활용한 적극적인 소송 대응 등 하드코어 전술 사용을 통한 상대방 겁주기로 요약된다.

그러나 세계 패권국의 대통령으로서 보여준 그간의 대외 협상 결과는 비즈니스 협상에서 활용하여 성공을 이끌어온 트럼프의 상기한 거래기술이 국가 간 협상에서 먹히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다.

우선 국가 간 협상은 비즈니스 협상과 달리 국가의 주권(sovereignty)이 개입된다는 특징이 있다. 주권은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가 체화되어 있어 존중받지 않을 때 심한 반발과 저항을 일으키는 의제라는 정체성을 가진다.

즉, 거래불가능한 의제(non-tradable issue)라는 특성이다. 트럼프 요인은 국가 간 협상에 있어서 바로 이러한 의제의 특성을 무시한 결과로 발생하였다고 본다.

지난번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체포와 이란 공습을 통한 하메네이 살해의 경우 모두 작전에 성공하였어도 그 목표 달성에는 실패한 협상으로 평가된다. 국가 간 협상에서 주권이라는 의제의 특성을 무시한 결과다.

여기에다 첨단기술을 활용한 카라카스의 정전과 마두로 체포의 성공이 선례(precedent)가 되어 트럼프의 과신(overconfidence)을 가져왔다. 이는 참모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 2월 28일 이란 공습을 감행하게 하였다.

비즈니스 협상 기술을 국가 간 관계에 대해 그대로 적용하다 발생한 낭패스러운 결과였고 트럼프는 ‘TACO(Trump Always Chickens Out)’라는 불명예스러운 별칭을 얻게 되었다.

또한 이러한 트럼프의 일련의 행동은 공화당 내부의 분열과 함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MAGA 세력의 약화와 트럼프의 지지율이 역대 최저를 기록하게 하였다.

경제적으로도 유가 상승과 연방대법원 판결에 따른 관세의 환급사태 등 혼란이 말이 아닌 상황이다. 국제관계에서는 동맹을 잃고, 역으로 중국만 영향력을 확대하게 되었다.

트럼프류의 과신에 의한 의사결정 실패는 1980년대 뉴욕 부동산업계의 거물이었던 로버트 캄포의 블루밍데일(Blooomingdale) 백화점 인수협상 사례 등 실제로 많이 볼 수 있다.

당시 캄포는 메이시(Macy)와의 대결에서 이기기 위해 무리하게 베팅하여 인수에는 성공하였지만 파산에 이른 바 있다. 상기한 분석과 사례들이 우리가 트럼프식의 정책 추진을 예측하고 그의 거래기술에 대응하는 전략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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