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불붙인 성과급 논쟁…통신사까지 ‘영업익 30%’ 연동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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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U+ 노조 영업익 30% 등 요구
성과급 분배 갈등 산업 전반 확산

SK하이닉스에서 시작된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이 제조업을 넘어 통신업계까지 번졌다. LG유플러스 노동조합이 ‘영업이익 3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할 것을 요구하면서 이익을 둘러싼 분배 갈등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특히 기존 사업의 성장 둔화세로 인공지능(AI)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는 통신업계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공공운수노동조합 민주유플러스지부는 지난달 23일 3차 임금 및 단체협약에서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임금 삭감 없는 주 35시간 근무, 임금 총액 8% 인상, 생산성격려금·성과급(PI·PS) 평균임금 산입, 기술 도입을 이유로 한 인위적 구조조정 금지 등을 요구했다.

통신사에서 이같이 파격적인 요구안이 나온 배경에는 SK하이닉스가 지난해 9월 노사 합의를 통해 영업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한 것이 시작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 노조는 영업이익의 15%, 현대차 노조는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제조업 중심의 성과급 인상 요구에 통신업계까지 편승하는 흐름이다.

LG유플러스는 이통 3사 중 유일하게 1분기 실적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성과급 요구가 현실화될 경우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1개월 내 보고서를 낸 증권사들의 컨센서스(실적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LG유플러스의 1분기 매출은 3조8554억원, 영업이익은 2761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9%, 8.1% 증가할 전망이다. 반면 SK텔레콤·KT 매출·영업이익은 모두 감소할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에선 성과급 상한제 폐지가 주주 환원 정책과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익 공유’가 성과급 기준으로 자리 잡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주가 투자한 자본금으로 사업에 성공했다면 영업 이익은 주주에게 돌려주는 것이 맞다”며 “그런데 SK하이닉스가 영업 이익에 따른 성과급 보상 체계를 만들면서 업계에도 이 같은 기준이 명문화되는 기조”라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은 ‘AI 컴퍼니’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는 통신사에는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동통신(MNO) 부문의 성장 한계에 봉착한 통신업계는 미래 먹거리로 AI 사업을 육성하고 있다. 최근 홍범식 LG유플러스 사장은 회사의 정체성을 ‘통신’에서 ‘AI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자체 AI 에이전트 ‘익시오’·데이터센터·네트워크 고도화 등 AI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회사가 성과급 요구를 수용하면 중요한 선례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긴 어려울 것”이라며 “성과급 상한제를 폐지하면 주주를 비롯해 하청업체 노동자까지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모두가 AI 전환을 내세우는 가운데 성장 한계에 봉착한 통신사는 상당한 위기를 마주했다”며 “미국처럼 노동 유연성이 없어서 그렇지 AI 도입으로 직원들의 직무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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