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행 중인 제도 공약 둔갑” 공개 저격

6·3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인 서울시장 선거가 초반부터 부동산 공약을 둘러싼 정면충돌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현직 시장 프리미엄과 ‘신속통합기획’ 성과를 앞세워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준비 부족을 파고들고 있고, 정 후보는 오 후보의 정비사업 성과를 “무능한 남 탓 행정”으로 규정하며 시정 교체론을 띄우고 있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서울 선거의 핵심 의제가 집값과 주거 안정이라는 점에서 거대 양당 후보 모두 선거 초반부터 부동산 전선을 넓히는 모습이다.
정 후보의 부동산 공약은 재개발·재건축 속도전에 방점이 찍혔다. 정 후보는 정비사업 기간 단축, 실속주택 공급, 매입임대 확대, 사업성 개선 등을 내세우며 오 후보의 ‘신속통합기획’이 구역 지정 이후 착공·입주까지 이어지지 못했다고 겨냥했다.
정 후보는 29일 성북구 장위14주택재개발구역에서 정비사업 기간을 15년 안팎에서 10년 이내로 줄이고 ‘실속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착착개발’ 공약을 발표하며 “시간을 더 준다고 못 푼 문제를 풀 수 있겠느냐”고 오 후보의 현직 프리미엄을 정면으로 흔들었다.
오 후보 측은 같은 날 김병민 대변인의 논평에서 정 후보 공약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 대변인은 “이미 시행 중이거나 입법이 완료된 제도를 공약으로 발표하는 것은 준비 부족을 드러낸 것”이라며 “예컨대 임대주택 인수 가격을 기본형 건축비 80% 수준으로 상향하는 방안은 정부 대책과 국회 입법을 통해 이미 확정된 사안”이라고 밝혔다.
또 “준공업지역 용적률 완화 역시 서울시가 2024년 ‘2030 도시 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을 통해 이미 시행 중”이라며 “지금 달리고 있는 열차를 새로 출발시키겠다는 식의 공약”이라고 꼬집었다.
오 후보 측은 나아가 “재개발·재건축 속도를 높이려면 중앙정부의 대출 규제 등 구조적 문제 해결이 우선”이라며 “현장 주민들의 이주 문제를 외면한 채 구호만 앞세운 공약”이라고 강조했다.
양측의 공방은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도 번졌다. 오 후보는 정 후보가 성동구청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 문제를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고 공격하고 있다. 오 후보는 29일에도 “박원순 시장이 들어와서 재개발·재건축을 다 해제한 것부터 반성문 쓰고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오 후보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도 “성수 1~4구역에서 하나도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며 “박원순 시장이 35층 규제를 했던 탓인데, 이걸 풀어달라고 한마디도 한 적이 없다”고 정 후보를 직격했다.
정 후보 측은 즉각 반박했다. 김형남 선대위 상임선대위원장 겸 대변인은 30일 논평에서 “오세훈 후보는 ‘성수전략정비구역 35층 규제’와 관련해 정원오 후보가 ‘박원순 시장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건의한 적 없다’, ‘챙기지 못했다’, ‘35층 규제 해제를 요구하지 않았다’며 연일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후보 측은 “정원오 후보는 일관되게 35층 규제 완화 필요성을 제기해 왔고, 성수동 일대 재개발 제동에 대해 행정의 일관성과 신뢰 보호 원칙을 강조한 바 있다”며 “포털 사이트에서 보도 한 번만 검색해도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오 후보가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까닭은 분명하다”며 “2021년 임기 시작 이래 추진한 신통기획과 같은 정비사업 대책의 초라한 성적을 숨겨야 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방은 단순한 정책 논쟁을 넘어 선거 구도 자체를 압축하고 있다. 오 후보는 ‘서울을 이미 운영해본 후보’라는 안정론을 앞세워 정 후보의 정책 실현 가능성과 행정 경험을 문제 삼고 있다. 반면 정 후보는 오 후보의 장기 시정에도 서울 주거난과 정비사업 지연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교체론을 강화하고 있다.
오 후보가 1호 공약으로 ‘손목닥터 9988’ 고도화와 ‘10분 운세권’ 등 건강 공약을 내놓으며 생활밀착형 이미지를 강조했지만, 선거 초반 주도권 싸움은 부동산에서 먼저 불붙었다. 오 후보는 손목닥터 9988을 AI 기반 건강관리 슈퍼앱으로 고도화하고 서울체력장 확대를 약속했다.
정 후보로서는 부동산이 오 후보의 현직 프리미엄을 흔들 수 있는 핵심 고리다. 서울 유권자 다수가 집값, 전월세, 정비사업, 교통 여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빠른 공급’과 ‘실수요 보호’를 전면에 내세워 중도·실수요층을 공략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오 후보도 이 지점을 놓치지 않고 있다. 정 후보 공약을 “기존 제도 재포장”으로 규정하고, 성수전략정비구역을 고리로 정 후보의 구청장 시절 성과를 검증대에 올리는 방식이다. 선거가 본격화하기도 전에 부동산 공방이 과열되는 이유다.
결국 서울시장 선거는 ‘현직 안정론’과 ‘시정 교체론’의 대결이면서 동시에 ‘신속통합기획’과 ‘착착개발’의 정책 경쟁으로 압축될 가능성이 크다. 오 후보가 기존 시정 성과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방어하느냐, 정 후보가 공약의 신규성과 실행력을 얼마나 입증하느냐가 서울 민심의 향배를 가를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