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의 문 재설계…대한상의, 규제합리화추진단에 ‘규제합리화’ 과제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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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합동 규제합리화추진단에 139건 과제 제출

▲기업 현장의 규제합리화 건의과제 주요사례 (사진제공-대한상공회의소)

국무조정실 규제합리화위원회가 역대 최대 규모로 출범한 가운데, 경제단체들이 현장의 목소리를 한데 모아 규제 개선을 본격 요구하고 나섰다. 규제샌드박스 등을 지렛대로 삼아, 막혀 있던 길 위에 새로운 해법을 얹겠다는 구상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기업별 의견을 모아 ‘기업현장의 규제합리화 과제’ 139건을 정리해 민관합동 규제합리화추진단에 제출했다고 29일 밝혔다. 건의서는 국민생활과 기업현장의 불합리한 애로와 미래 성장을 위한 제도개선 과제 등을 담았다.

건의서는 같은 문을 두고 두 규정이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사례를 개선이 필요한 과제로 꼽았다.

현행 고압가스 저장소의 문은 가스누출 확산 방지를 이유로 출입문을 안쪽으로 당기도록 만드는 규정(고압가스 안전관리 규정)과 신속한 탈출을 위해 문을 바깥쪽으로 밀도록 만드는 규정(산업안전 관리 규정)이 충돌하고 있다.

실제 고압가스를 다루는 한 기업은 ‘고압가스 규정에 따라 당기는 문을 설치했는데, 산업안전 점검에서 지적을 받아 50여개에 달하는 문을 교체해야 한다’며, 두 규정의 일원화를 요구했다.

산업단지 창고임대 요건도 합리화해야 할 규제로 제시됐다. 산업단지 산업시설구역에는 원칙적으로 제조시설과 그 부대시설의 입주가 가능하기 때문에 제조시설 없이 창고만 단독 설치하거나 별도 필지에 창고를 설치하는데 제약이 있다.

대구의 한 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 A 사는 주문이 늘어 기존 창고만으로 제품보관이 어려워지자 단지 내 유휴공장을 창고로 임차하려 했다. 하지만 제조시설도 늘려야 한다는 해석에 부딪혔다. 결국 산단 외부 물류시설을 이용하는 선택지만 남았다. 해당 기업은 제조시설을 운영 중인 입주기업이 자사 완제품 보관 용도로 추가 창고를 활용하는 경우, 이를 기존 공장의 부대시설로 인정해 달라고 했다. 성수기·수출물량 급증기에 한시적인 임차를 허용하거나, 장기적으로 산단 내 공동 물류창고를 조성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건의서는 국민불편 해소를 위한 민생규제도 담았다. 대표적인 것이 편의점용 어린이 해열진통제다. 정부는 약국이 문을 닫는 심야시간이나 공휴일에 24시간 편의점에서 상비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제도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13개 편의점 상비의약품 중 어린이용 타이레놀 80mg과 타이레놀 160mg은 2022년부터 4년째 생산이 중단돼 편의점에서 찾기 어렵다. 서울의 한 부모는 “생산 중단된 품목에 대해서는 신속히 대체품목을 재선정 해달라”고 요청했다.

국민 편의와 기업경영의 디지털화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온 주주총회 소집통지의 전자화도 건의에 포함됐다. 상법상 주주총회 소집통지는 서면 통지가 원칙이고, 주주의 사전 동의가 있는 경우만 전자고지가 가능하다. 그러나 사전 동의를 위한 구체적인 절차가 규정되어 있지 않고, 전자통지를 위해 개별적으로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받기도 어려워 현실적으로 대부분 우편으로만 이루어진다.

한 기업 관계자는 “국내 상장사에서 매년 발송하는 주주총회 종이우편만 1억장”이라며, 주주명부에 이메일 등을 기재하도록 절차를 마련하고 전자통지를 원칙적으로 허용해 주주 편의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주총회 정보 전자고지 서비스는 2019년에 규제 샌드박스 승인을 받아 테스트한 바 있으며 별다른 사고도 없어 규제합리화가 속도감 있게 진행될 수 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이격거리 기준의 선제적 정비도 건의에 포함됐다. 배터리를 집적하는 ESS 설비 특성상 안전 관리가 중요하지만 주변 입지와의 이격거리 기준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명확히 제시돼 있지 않다.

재생에너지 확산과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급증으로 ESS 설치가 빠르게 늘어날 전망인데, 기준이 없다 보니 지자체마다 판단이 달라 어디에 설치할 수 있는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 기업들의 지적이다.

과거 태양광 이격거리가 지자체마다 100m에서 1km까지 제각각이다가 최근 법 개정으로 정비된 것처럼, ESS도 보급이 본격화되기 전에 입지 관련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기업들은 지자체 자율 권한은 유지하되, 중앙 정부 차원에서 이격거리 설정 시 참고할 수 있는 공통 기준을 제시해줄 것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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