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AI 학습비용’ 균형 잡힌 이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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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보기술(IT) 업계에서 고급 인력 감원은 더 이상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많은 논의가 그 원인을 인공지능에서 찾지만, 이처럼 단선적인 해석만으로 기술의 경제적 의미를 규정하기에는 현실이 훨씬 복합적이다. 인공지능은 기존 질서에 충격을 주는 동시에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창출하는 양면성을 지닌다.

주요 국제기구와 연구기관들은 인공지능의 성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인공지능이 연간 경제성장률을 최대 2.5%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전망했고, 독일경제연구소 역시 향후 15년간 약 4조5000억 유로의 추가 부가가치 창출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만 이러한 기대가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기술이 일부 시범사업에 머무르지 않고 구매·생산·물류·재무·인사 등 기업 운영 전반에 깊이 스며들어야 한다.

생산성 향상은 ‘속도’보다 ‘깊이’ 문제

이 지점에서 핵심은 도입의 ‘속도’가 아니라 ‘깊이’다. 인공지능을 도입한 기업은 늘고 있지만, 그것이 실질적인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기술을 들여오는 것과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조직의 업무 방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인공지능은 비용만 증가시킨 채 실험실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한국과 독일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지만 과제는 유사하다. 한국은 대기업 중심의 빠른 확산에 강점을 보이고, 독일은 제조 현장에 깊이 뿌리내리는 활용에 집중한다. 그러나 양국 모두 적합한 활용처를 찾지 못하거나 비용 대비 효익이 불확실할 경우 도입은 쉽게 진전되기 어렵다. 결국 성패를 가르는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조직에 어떻게 정착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인공지능을 단순한 자동화 도구로 볼 것인지, 인간과의 상호보완적 파트너로 이해할 것인지도 중요한 문제다. 현재의 흐름은 후자에 무게가 실린다. 인공지능은 인간을 대체하기보다 반복적이고 소모적인 업무를 줄이고,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에 가깝다.

그럼에도 생산성 향상이 기대만큼 빠르게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다. 많은 응용이 여전히 실험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기술이 조직에 완전히 흡수되기까지는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인프라 투자와 더불어 업무 재설계가 병행되지 않는다면 혁신은 표면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초기 혼선은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반복되어 온 ‘학습 비용’이기도 하다.

지나친 두려움도 낙관도 경계해야

흥미로운 점은 이미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이들조차 불안을 느낀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 불안의 본질은 기술 자체의 위협이라기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압박에 가깝다. 해법은 단순한 찬반 논쟁이 아니라, 직접 활용하며 자신만의 적용 방식을 찾고 역량을 축적하는 데 있다. 동시에 보안, 데이터 보호, 저작권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는 일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인공지능은 일자리를 빼앗는 위협으로만 규정할 수 없는 기술이다. 그렇다고 준비 없이 관망해도 될 대상 역시 아니다. 과장된 두려움도, 근거 없는 낙관도 경계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균형 잡힌 이해와, 그 이해를 실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결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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