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도 부결…캐스팅보트 쥔 '공익위원' 표심이 관건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첫 전원회의가 21일 열렸다. 매년 반복되는 '인상률' 줄다리기 못지않게 올해도 '업종별 차등적용(구분적용)' 여부가 노사 간 최대 화약고로 떠오를 전망이다. 지난해에도 팽팽한 표 대결 끝에 불발된 가운데 38년간 굳게 닫혀있던 차등적용의 문이 올해에는 열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업종별 차등적용제도는 산업별로 사업주의 지불 능력이나 노동 강도 등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다르게 설정한다. 현행 최저임금법 제4조 1항은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어 법적 근거는 이미 마련돼 있다.
하지만 이 제도가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된 것은 최저임금제도가 처음 도입된 1988년 단 한 차례뿐이다. 당시 전 산업을 2개 그룹으로 나눠 적용했으나 이듬해인 1989년부터 단일 적용으로 변경된 이후 수십 년째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업종별 차등적용제도는 경영계의 오랜 요구사항이다. 최근엔 내수 침체로 한계 상황에 내몰린 소상공인의 생존을 위해 차등적용이 필수 불가결하다는 입장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특히 지불 능력이 부족한 음식·숙박업이나 택시 운송업, 편의점 등 일부 취약 업종만이라도 임금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주장을 강하게 펼치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차등적용은 곧 차별'이라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특정 업종에 더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할 경우 해당 업종은 '저임금 나쁜 일자리'로 낙인찍힐 뿐만 아니라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최저임금제도의 근본 취지를 정면으로 훼손하는 개악이라고 반박한다.
업종별 차등적용제도는 매년 노사가 가장 거세게 맞붙는 쟁점인 만큼 최종 결론은 항상 캐스팅보트를 쥔 공익위원(9명)들의 표심에 의해 좌우돼 왔다. 지난해 6월 19일에 열린 제6차 전원회의에서도 이 안건을 두고 치열한 공방 끝에 투표를 진행했으나 결과는 반대 15표, 찬성 11표, 무효 1표로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제도의 근본 취지 훼손을 우려한 노동계의 강력한 반대와 공익위원들의 표심이 합쳐져 무산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돌봄·가사 서비스 분야의 인력난이 심화되며 차등적용 도입 여론이 점화되는 추세지만 저임금 업종을 분류할 객관적인 통계 지표 마련이라는 '기술적 한계'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경영계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지, 단일 최저임금체제가 39년째 이어질지 노사 간 최대 갈등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