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광장_임채운의 경영직설] ‘삼전 성과급 갈등’이 던진 화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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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과 형평 사이 타협찾기 어려워
개인별 실적 달라 집단보상도 문제
몸값 평가받을 취업시장 생길 만해

삼성전자 노조가 ‘초과이익성과급’을 놓고 강경 투쟁에 나서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회사가 제시한 올해 성과급이 부족하다고 반발한 노조는 다음 달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할 것을 선언했다. 실제로 파업이 단행될 경우 반도체 생산에서 약 30조원 규모의 손실이 예상된다.

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투쟁은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일반 국민은 평생 일해도 만져보기 힘든 수억원의 성과급이 적다며 더 달라고 파업을 강행하는 노조를 보는 시각이 곱지 않다.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노조는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고 1인 시위하는 사람까지 등장했다.

삼성전자 성과급을 둘러싼 논란의 본질은 ‘성과급의 공정성’에 있다. 삼성그룹 노동조합연대는 ‘공정한 성과급 제도로의 개선’을 촉구하며 메모리 사업부 직원들이 이익에 기여한 만큼 성과급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정성이란 절대적 수준과 상대적 기준에 의해 결정된다. 삼성전자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약 5억8000만원)이 평균 근로자 수준에서는 높지만, 경쟁사인 SK하이닉스의 성과급(약 7억원)보다 낮아 박탈감을 느낀다고 한다. 노조는 올해 영업이익(약 300조원)의 20%를 요구하다 15%로 양보했는데 그 정도면 직원들의 정당한 몫이라고 강조한다.

‘공정한 성과급’이란 직원들이 기업의 성과에 기여한 정도를 정확히 반영해 보상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기여도를 정확하고 세밀하게 측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다. 한 회사 내에서도 사업부 간에 성과 기여도를 구분하기 쉽지 않다. 새롭게 출범한 신규 사업부는 이익을 못 내지만 기여도는 높을 수 있다. 가령,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부는 메모리 사업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으나 적자를 내고 있다. 이런 시너지 효과를 무시한 채 메모리 사업부 직원들만 높은 성과급을 받으면 그게 공정하냐는 질문이 나온다. 또한, 메모리 사업부 안에서도 부서별로 팀별로 기여도가 다르다. 연구직, 기술직, 생산직, 관리직, 사무직 모두가 다 동일하게 기여하지 않는다. 엄밀하게 따지면 개인별로 다르다. 기여도를 정확하게 반영해 공정하게 성과급을 지급하려면 개인별로 차등화해야 한다.

개인 실적 중심의 성과급 체계가 뿌리 깊게 자리 잡힌 분야가 증권업이다. 증권사의 경우 주가 상승기에 사장보다 성과급을 많이 받는 직원이 수두룩하다. 작년에 메리츠증권의 한 영업이사는 대표이사보다 4배나 많은 89억원의 성과급을 연봉으로 받았다.

개인 성과급제가 가장 발달한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 기업은 같은 부서에 근무해도 개인별 성과급이 다르다. 성과를 개인 단위까지 측정해 기여도를 평가하는 작업은 방대한 자료와 정교한 시스템을 요구한다. 많은 비용과 자원을 들여도 완벽하지 않다. 직원들 간 성과급 차등화는 불만과 갈등을 피할 수 없다. 그런데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바로 시장제도를 이용하는 것이다.

미국 기업에서 개인의 몸값은 ‘취업시장(Job Market)’에 의해 정해진다. 시장에서 원하는 인재는 높은 보수를 받고 그렇지 않은 인력은 낮은 보수를 감수한다. 회사에서 자신의 성과에 미흡한 보상을 받으면 다른 회사로 이직하면 된다.

미국 대학에서는 교수들도 승진이나 연봉 협상할 때쯤에 ‘잡마켓’에 나간다. 다른 대학에서 취업 제안을 받으면 그걸 갖고 소속 대학과 협상한다. 연구성과가 부족해 다른 대학에서 초빙하지 않는 교수는 승진이 안 되고 연봉도 동결된다. 이런 개인 성과 중심의 문화가 오늘날 미국 테크기업의 경쟁력을 만들어 냈다. 국적·나이·학벌에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우대해 탁월한 성과를 창출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에선 아직 개인 단위로 성과를 평가해 성과급을 주는 제도가 도입되지 않았다. 사업부 차원에서의 성과급만 다르게 지급할 따름이다. 그런데 사업부의 성과급을 단체협상을 통해 결정하려 하니 혼란이 초래된다. 삼성전자 노조는 최근 200여 명이 SK하이닉스로 이직했다고 하며, 성과급을 적게 주면 직원들이 계속 경쟁사로 이탈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반도체 인재를 노리는 경쟁사가 많다. 중국, 미국 등의 해외 반도체 회사도 삼성전자 임직원을 호시탐탐 노린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기로 하면서 고액의 보수를 내걸어 노골적으로 한국 반도체 인재를 유혹한다.

이런 상황에서 사업부 단위로만 성과급을 정하면 경쟁사가 탐내는 유능한 인재는 많이 못 주고 다른 데로 가지 못하는 직원에게는 많이 주어야 하는 역설이 발생한다. 그게 삼성전자가 안고 있는 딜레마이다. 삼성전자의 성과급 논란은 앞으로 우리 선도기업이 개인 성과주의로 나아가느냐 아니면 집단 성과주의로 남느냐의 기로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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