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법률 - 이혼] 이혼 후 상대방 사망 시 재산분할 청구 가능할까

혼인 기간 내내 지속된 배우자의 폭력을 견디던 한 여성이 있었다. 오랜 인내 끝에 더 이상 혼인을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한 그녀는 법원의 확인을 거쳐 협의이혼 절차를 마무리했다. 이혼 당시 그녀에게 가장 절실했던 것은 재산 분배가 아니라, 폭력적 관계로부터 신속히 벗어나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재산분할에 관한 논의는 사실상 이뤄지지 못했다.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그녀는 현실적인 문제와 마주하게 됐다. 혼인 기간 동안 형성된 재산 중에는 자신의 기여로 이뤄진 부분도 적지 않았다. 법적으로는 정당한 몫을 주장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뒤늦게 재산분할을 청구하려던 순간, 전 배우자가 이미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이처럼 이혼 후 상대방이 사망한 경우에도 재산분할 청구가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명확한 해석이 정립되지 않았다.

재산분할청구권은 ‘일신전속적’ 성격을 가지는데, 해당 권리는 이혼 당사자 사이에서만 행사할 수 있고, 타인에게 이전되거나 상속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성격을 강조하면 상대방이 사망할 경우 청구의 상대방 자체가 소멸하므로 권리 역시 함께 사라진다고 보게 된다.

그러나 대법원은 2024년 1월 선고한 결정(2024스876)을 통해, 재산분할은 위자료나 부양적 성격의 급부로서 성질도 가지지만, 혼인 기간 동안 부부가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을 각자의 기여도에 따라 정산하는 것을 본질로 하는 절차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대법원은 재산분할의무가 단순히 당사자의 인격에만 결부된 권리·의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이는 재산관계의 청산이라는 성격을 가지므로, 의무자의 사망으로 당연히 소멸한다고 보는 것은 형평에 반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재산분할의무는 상속의 대상이 되며, 이혼한 배우자는 사망한 전 배우자의 상속인들을 상대로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 판결은 실무상 상당한 변화를 가져온다. 무엇보다 가정폭력 피해자와 같이 이혼 당시 재산분할을 충분히 고려할 여력이 없었던 이들에게 중요한 구제 수단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아울러 이번 결정은 재산분할 제도의 법적 성격을 보다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재산분할을 단순한 개인적 권리로 볼 것이 아니라, 혼인 중 형성된 공동 재산관계를 청산하는 재산법적 절차로 이해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이는 향후 재산분할의 범위와 기여도 판단 등 다양한 쟁점에서도 중요한 해석 기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실무적으로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이 성립한 날로부터 2년의 제척기간이 적용된다. 이는 권리의 존속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기간이므로, 그 기간 내에 청구를 제기하지 않으면 권리는 소멸한다. 전 배우자가 사망한 경우에도 이 기간은 동일하게 적용되므로, 상속인을 상대로 한 청구 역시 해당 기간 내에 이뤄져야 한다.

법은 종종 현실의 변화를 뒤늦게 반영한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결정은 재산분할 제도의 본질에 보다 충실한 방향으로 해석을 바로잡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혼인 관계의 해소 이후 비로소 자신의 경제적 권리를 돌아볼 수밖에 없었던 이들에게, 그리고 예상치 못한 사망이라는 변수 앞에서 권리 행사에 좌절해야 했던 이들에게, 법은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혼인 중의 기여는 상대방의 사망과 함께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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