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농협 조합장 10명 중 9명은 농협법 개정안 반대…“개혁 필요성엔 공감, 일방 추진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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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중앙회, 전국 농축협 조합장 1108명 대상 설문
감독권 강화·감사 독립기구·회장 직선제에 반대 의견…“현장 의견 수렴 필요”

▲농협중앙회 본관 전경 (사진제공=농협중앙회)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농협법 개정안을 두고 전국 농축협 조합장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개혁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기보다는, 현장 의견 수렴과 충분한 공론화 없이 제도 개편이 일방적으로 추진돼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문제 제기에 가깝다.

농협중앙회는 전국 농축협 조합장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90% 이상이 최근 발의된 농협법 개정안에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9일부터 10일까지 전국 농축협 조합장 1108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이 가운데 871명이 응답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농협감사위원회 신설과 농식품부 감독권 확대 검토, 중앙회장 등의 인사·경영 개입 차단, 겸직 제한, 임직원 비위 제재 강화, 중앙회장 직선제 도입 등이 담겼다. 정부와 국회는 감사 기능의 독립성과 조직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조합원 참여를 확대하겠다는 취지로 제도 손질에 나선 상태다.

다만 농협 현장에서는 개혁의 방향 자체보다 추진 방식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농협의 자율성과 운영 유연성을 해칠 수 있는 사안이 충분한 숙의 없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 문제의식을 보이고 있다.

실제 이번 설문에서는 핵심 쟁점별 반대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농식품부 감독권 확대에는 96.8%가, 감사위원회 외부 독립기구 설치에는 96.4%가, 중앙회장 직선제 도입에는 96.1%가 각각 반대 의사를 밝혔다.

농협중앙회는 이를 두고 단순한 반대라기보다 절차적 정당성과 현장 수용성 부족에 대한 문제 제기로 해석했다. 개정안의 세부 내용 못지않게 농협 조직의 자율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 현장과의 충분한 소통 없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 갈등의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주관식 응답에서도 비슷한 인식이 확인됐다. 응답자들은 개혁 취지가 있더라도 현장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한 채 입법이 속도전으로 진행될 경우 협동조합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봤다. 과도한 외부 개입이 농협의 자율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전국 권역에서 비교적 고르게 비슷한 반응이 나온 점도 이번 조사 결과의 특징으로 꼽힌다. 농협중앙회는 이를 두고 특정 지역이나 일부 조합장의 불만이 아니라 농업 현장 전반의 공통된 문제의식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개정안 시행에 따라 추가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농협중앙회는 감사기구 설치와 제도 개편 등에 따라 연간 수백억원 규모의 비용이 더 들 수 있고, 이는 결국 농업인 지원 사업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장에서 제기됐다고 전했다.

중앙회장 직선제를 놓고도 시각차가 엇갈린다. 정부와 국회는 현재 조합장 간선제 대신 전체 조합원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대표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장에서는 선거 비용 증가와 권한 집중, 공약 남발 가능성을 함께 우려하는 분위기다.

농협 측은 개혁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충분한 의견 수렴과 공청회 등 공론화 절차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협 관계자는 “이번 설문 결과는 개정안이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방향으로 재검토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며 “지속 가능한 농업과 농협의 발전을 위해 충분한 소통을 거친 합리적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설문은 농협 개혁의 필요성 여부보다는 개혁의 방식과 속도, 현장 수용성을 둘러싼 문제의식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감사·감독 강화와 대표성 확대라는 제도 개편 취지, 농협 자율성 훼손 우려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좁히느냐가 향후 논의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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