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소명 부족” 지적 뒤 재청구…또 기각 땐 부담 불가피

10조원대 전분·당류(전분당) 가격 담합 의혹을 받는 대상 임모 대표이사가 다시 구속 갈림길에 놓이게 됐다. 검찰이 한 차례 기각된 구속 영장을 재청구하면서, 기존 판단에서 부족하다고 지적된 부분을 보완했는지가 영장 인용 여부를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이지영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4일 오전 9시 30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는 임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다.
심문은 9일 검찰의 구속 영장 재청구에 따른 것이다. 검찰은 지난달 26일 임 대표와 김모 대상 전분당사업본부장, 사조CPK 이모 대표이사에 대해 구속 영장을 한 차례 청구한 바 있다.
법원은 김 본부장에 대해서는 증거인멸 및 도망 우려가 있다고 보고 구속 필요성을 인정한 반면, 임 대표에 대해서는 담합 행위 가담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 영장을 기각했다. 이 대표 역시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장이 기각됐다.
법조계에서는 실무 책임자와 경영진 간 혐의 입증 난이도 차이가 반영된 결과로 봤다. 실무진은 담합 실행 과정이 비교적 직접 드러나는 반면, 경영진은 보고·승인 여부 등 관여 사실을 별도로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검찰이 한 차례 기각된 구속 영장을 다시 청구한 배경을 두고는 유의미한 추가 입증 자료를 확보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 영장 기각 후 재청구는 법원의 기존 판단을 뒤집을 수준이 아닌 이상 다시 기각될 가능성이 높아 부담이 큰 선택으로 꼽힌다.
한 공정거래 사건 전문 변호사는 “법원이 소명 부족을 이유로 기각했다면, 결정문에서 지적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이라며 “이미 구속된 관계자의 진술 등 새로운 자료가 확보된 경우라면 재청구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청구가 다시 기각될 경우, 향후 재판 과정에서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 변호사는 “구속 여부와 별개로 기소는 진행될 가능성이 높지만, 소명 부족 판단이 반복될 경우 재판 단계에서도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전분당 과점 업체인 대상, 삼양사, 사조CPK, CJ제일제당 등 4개 업체가 약 8년간 10조원 이상의 담합을 벌인 것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특히 업계 1위인 대상이 이를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분당은 전분을 원료로 한 물엿, 과당, 올리고당 등으로 과자와 음료, 유제품 제조에 쓰이는 핵심 원재료로, 가격 변동이 소비자 물가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검찰은 최근 국민 생활과 직결된 필수품 가격 담합 사건 수사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달까지 밀가루, 설탕, 전력 분야에서 약 10조원 규모 담합에 가담한 업체 임직원 52명을 재판에 넘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