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수 송현경제연구소 국제경제부문 대표
공정·제품혁신 통해 생산성 높이고
신산업 선점하면 고용 창출 낙관적

최근 디지털전환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인공지능(AI)과 로봇기술이 생산현장 및 실생활에서 폭넓게 활용되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인간이 없는 생산현장, 상품매장이 본격 등장할 전망이고 기업의 정형적 사무직무와 연구소의 연구보조직무, 심지어 의사·변호사·회계사·교수 등의 업무 중 많은 부분도 AI와 로봇이 맡게 될 것이다. 기업들의 신입직원 채용 기피 현상,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대규모 해고 바람이 그 전조다. 이로 인해 디지털전환 또는 자동화가 가져올 일자리 소멸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특히 우리경제는 수출의존도가 높아 디지털전환발(發) 국제경쟁력의 부침에 민감하고, 따라서 우려가 더 큰 편이다.
디지털전환은 사회와 경제의 기반 기술을 바꾸는 대규모 혁신의 물결인 바, 혁신은 그 내용을 기준으로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신공정 창출형 혁신과 신제품 창출형 혁신이다. 공정혁신은 기존 상품의 생산 과정 또는 가치사슬을 재편하는 것으로 생산성을 향상할 수 있지만 대체로 인건비를 포함한 생산원가의 절감에 집중하기 때문에 고용을 줄인다. 다만, 공정혁신이 충분히 보급되면 상품가격 하락 및 이에 힘입은 총수요·투자·생산 증가, 나아가 고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한편, 제품혁신은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것으로 신시장·신산업 성장을 유발하여 관련 투자·생산과 고용을 늘린다. 신제품 생산을 위한 새로운 기계설비 도입, 신기술을 체화한 기업가와 전문가가 다수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의 디지털전환 추진 방향은 명확하다. 우선, 기존 산업의 국제경쟁력 향상과 세계시장 점유 확대를 위해 공정혁신에 노력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사무실과 공장·상점의 스마트화를 가속할 필요가 크다. 이로써 우리나라가 가진 제조업·서비스업의 경쟁력을 디지털시대에도 유지하고 고용 감소를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디지털경제에 적합한 능력을 개발하는 교육·훈련을 강화하여야 한다. 생산활동의 디지털화·자동화는 디지털 트윈, 빅데이터 분석 등의 AI 도구 활용을 늘려 가치사슬 스마일곡선의 왼쪽(신제품 설계, 알고리즘 개발 등 연구개발 활동) 및 오른쪽(데이터 기반 고객맞춤화, 물류 최적화 등 대고객 서비스 활동)에 위치한 직무의 생산성과 부가가치를 높이는 반면, 곡선의 가운데(가공·제조·조립 등 생산공정활동)에 위치한 직무는 산업용 로봇, 스마트팩토리 도입을 통해 대체한다.
암기·계산·규칙 적용 등과 같은 정형적·수리적 활동 중심의 직무는 대체될 위험이 높으며 판단, 책임, 인간적 신뢰 등을 필요로 하는 비정형적·사회적 활동 중심의 직무는 대체 위험이 낮다. 미래의 인재는 디지털 기술에 능숙하면서도 융복합 기반 창조 역량, 공감·협력하는 사회적 역량을 조화롭게 갖춘 사람인 바, 학교 교육·근로자 훈련이 이러한 역량 발달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변해야 한다.
아울러, 제품혁신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 디지털 전환이 가져오는 지식·기술의 폭발과 이를 활용한 신제품·신산업의 성장 잠재력은 매우 클 것으로 기대된다. 디지털 분야에서만 해도 고성능 컴퓨팅 및 글로벌 네트워킹을 위한 양자컴퓨터·초고도반도체·데이터센터 및 초고속광대역 통신망, 산업용·가정용 AI 솔루션과 로봇 등의 산업이 발전할 것이다. AI 등으로 인해 급증하는 전력수요의 충족 및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핵융합 및 우주태양광 발전, 글로벌 초전도 전력망, 수소에너지·탄소배출 축소 관련 산업이 발전해야 한다.
인간의 신체적·정신적 능력 확장 및 무병장수 욕망 추구가 본격화되면서 신약과 신소재 개발, 유전자공학과 인공 신체·장기 제조, 맞춤형 의료 등의 산업이 성장할 것이다. 높아진 행복 욕구는 각종 엔터테인먼트, 문화와 인간적 네트워킹 관련 산업의 발달로 이어질 것이며 지구 자원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우주교통·통신기술, 우주자원 채취 산업도 본격 발전할 것이다.
요컨대, 지능기계를 활용한 연구개발의 효율성 향상 및 지식의 기하급수적 증가와 이에 힘입은 혁신의 급증으로 향후 신제품·신산업이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신제품 기회를 다른 나라보다 앞서 발굴, 산업화할 수 있느냐가 향후 우리 경제의 성장 및 고용창출 역량을 좌우할 것이다.
미래에 대한 낙관을 가지고 신속히 디지털 전환을 추진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세계시장을 선점하는 데 힘쓸 시점이다. 한국 경제는 AI 반도체, 전력인프라, 로봇, 바이오, 디지털 헬스케어, 문화오락 등 여러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어 그 잠재력이 충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