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에 품질도 만족, 더 찾게 돼요"...대형마트 PB에 손 더가는 소비자들[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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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에 지갑 닫는 소비자, 가성비 PB가 대안
1880원 우유부터 5000원 가전까지 영역 확장
롯데마트 PB 매출 15% 급증, 3고 현상에 ‘실속’ 선택
스타 셰프 레시피 입히고 글로벌 소싱으로 단가 낮춰

▲고물가 속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된 8일, 이마트 자양점의 노브랜드 코너에서 다양한 생활용품과 2000원 균일가 상품을 고르는 시민들의 모습이 확인된다. (황민주 기자 minchu@)

중동 전쟁 여파로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되자 대형마트들이 가격과 품질을 모두 잡은 자체 브랜드(PB)를 앞세워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실속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대형마트 PB는 단순한 저가 상품을 넘어 가전과 스타 셰프의 요리까지 영역을 넓히며 필수 선택지로 자리 잡았다.

PB상품의 인기는 현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8일 오후 1시, 서울 광진구 이마트 자양점의 PB코너. 평일 오후임에도 카트를 끄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한 시민의 카트에는 낱개로 사는 것보다 훨씬 저렴한 대용량 요구르트 6병이 담겨 있었다. 냉장고 앞에서는 1인 가구와 주부들이 간편 조리 식품의 성분을 꼼꼼히 살피며 발길을 멈췄다. 과자부터 냉동식품, 소형 가전까지 진열된 상품의 종류는 일반 제조사 브랜드(NB) 못지않게 다양했다.

이곳에서 만난 권태정(64세, 자양동) 씨는 PB제품의 가장 큰 장점으로 ‘가격’을 꼽았다. 그는 “아내 심부름으로 장을 보러 왔는데 가격이 저렴해 자주 이용한다”며 “제품 종류가 거의 없는 게 없을 정도로 다양해 앞으로도 꾸준히 찾을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PB제품을 구매하는 이유로는 ‘맛’도 있었다. 한성현(45세, 자양동) 씨는 “아무리 싸도 맛이 없으면 안 사는데 PB 상품은 맛도 훌륭하다”며 “품질이 잘 유지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최근 소비자들의 경제 심리는 뚜렷하게 위축됐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5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3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7.0으로 나타났다. 이는 1월(112.1)보다 5.1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비상계엄 사태가 있었던 2024년 12월 이후 1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했다.

위축된 소비 심리는 오히려 PB 매출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롯데마트의 PB 매출 신장률은 2024년 5.2%에서 2025년 11.4%로 뛰었고, 올해 1분기에는 15.5%까지 치솟았다. 이마트 역시 올해 1분기 기준 전 분기 대비 오케이프라이스가 약 2%, T스탠다드가 6% 신장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이에 유통업계는 상품군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마트는 초저가 라인업인 ‘5K PRICE’를 가전과 생활용품까지 전방위로 넓혔다. 기존 가공식품 중심에서 4980원짜리 스팀 다리미와 드라이어, 9980원 유선 청소기 등 소형 가전까지 품목을 353종으로 늘렸다. 이마트와 에브리데이의 매입 체계를 통합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글로벌 소싱 역량을 통해 유통 단가를 낮춘 덕분이다.

롯데마트 역시 오는 9일부터 3주간 ‘PB 페스타’를 열고 장바구니 물가 잡기에 나선다. 100ml당 188원꼴인 1880원 우유와 500원 크래커 등 초가성비 생필품을 대거 투입한다. 특히 고물가로 외식 대신 ‘집밥’을 찾는 수요를 겨냥해 안유성, 정호영 등 스타 셰프의 레시피를 입힌 ‘요리하다’ 시리즈 신상품 20종을 선보이며 품질 경쟁력을 높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동 전쟁 여파와 고환율 등으로 실질 소득이 줄면서 브랜드 이름보다 실속을 중시하는 소비 패턴이 뚜렷해졌다”며 “대형마트들은 독점적인 상품군을 선점하기 위해 글로벌 소싱처 발굴과 품질 상향 평준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고물가 여파로 PB상품 인기가 높아진 가운데 8일, 이마트 자양점에서 시민들이 다양한 식료품과 생활용품을 고르고 있다. (황민주 기자 minc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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