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전기차 판매 전년 대비 135.4% 증가
보조금 조기 소진 속 국산차 보호 정책 요구 확대
국내 전기차 시장이 중동 전쟁 여파로 고유가로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을 벗어나 회복세에 들어서면서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 확대를 위한 추가 재원 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내 생산 기반을 보호하기 위해 자국 생산 시 세액공제를 해주는 이른바 ‘한국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도입돼야 한다는 제언도 제시됐다.
자동차모빌리티산업연합회(KAIA)는 8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 그랜저볼룸에서 '전기차 보급목표 달성을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주제로 ‘제45회 자동차모빌리티산업포럼’을 개최했다. 정대진 KAIA 회장은 “수요 확대 흐름이 실제 구매와 보급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대응과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내 전기차 시장은 최근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KAIA에 따르면 2025년 전기차 보급 대수는 22만대로 전년 대비 50.1% 증가했으며, 2026년 1~3월 판매량도 8만30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0.9% 늘었다. 특히 중동 전쟁 여파로 유가가 상승하면서 전기차 수요 확대 흐름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조금 소진 속도 역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전국 160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전기승용차는 45곳, 전기화물차는 54곳에서 보조금이 이미 전액 소진됐다. 공고 대비 접수율도 승용차 71.3%, 화물차 85.6%에 달하며 수요 증가가 실제 구매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국내 자동차 산업은 미국과 유럽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중국의 미래차 주도권 확장 등 대외 여건의 악화와 함께 국내 생산 기반 위축과 내수 회복세 둔화 등 복합적인 위기를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수요 확대가 미래차 산업 전환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추가 재원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자체는 내연기관 중심 산업 구조를 전기차와 자율주행 등 미래차 산업으로 전환하는 핵심 주체”라며 “충전 인프라 구축과 실증 환경 조성, 보조금 지원 등 수요 기반을 종합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가 기조가 지속할 경우 전기차 내수 수요 증가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지자체의 주도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보조금 정책의 구조적 문제도 제기됐다. 허세진 한국생산성본부 선임컨설턴트는 “수입전기차의 대당 지방비 보조금이 지난해 작년 대비 약 32만 원 감소했음에도 수입차 비중이 유지되고 있어 가격 경쟁력, 브랜드 선호도, 상품성 등 시장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순한 보급 대수 중심에서 벗어나 국산·수입차 구성, 가격대별 수혜 구조, 지역 간 형평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방향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기차 수요 확대가 국내 생산 경쟁력으로 이어지도록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국내에서 최종 생산한 제품을 판매하면 세액공제를 해주는 방식의 ‘한국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구체적 사례로 언급된다. 정 KAIA 회장은 “전기차 수요 확대가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수요 정책과 함께 생산기반 강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며 “국내생산촉진세제에 전기차를 포함하는 등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