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가격보다 물량·품질 안정성이 관건”…농가 “계약재배 없인 체감 어려워”

K푸드 수출이 증가세를 타고 있지만 그 성과가 국내 농가 소득으로 얼마나 이어지고 있는지를 두고 구조적 한계가 여전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수출 실적은 커졌지만 라면·커피조제품 등 가공식품 중심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면서 정작 국내 농업 부문으로 돌아가는 부가가치는 기대 만큼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K푸드+ 수출액은 33억51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증가했다. 지난해 연간 수출액도 136억2000만달러에 달해 전년 대비 5.1% 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다만 수출 외형이 커지는 것과 별개로 그 과실이 국내 농가 소득과 수급 안정으로 얼마나 이어지고 있는지를 두고는 더 면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농협 미래전략연구소는 최근 공개한 ‘농식품 수출의 국내 농업 부문 영향과 과제’ 보고서에서 농식품 수출 확대가 국내 농업에 분명한 긍정 효과를 내고 있으나, 가공식품 편중 구조로 농가 체감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2022~2024년 기준 10대 신선 농축산물 수출이 지지한 농업조수입(농산물 판매 등을 통해 농가에 들어오는 총수입)은 연간 1조1354억원~1조4205억원으로 추산됐다. 경영비를 제외한 농업소득 기준으로도 연 4731억원~5661억원의 지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수출이 단순한 외화 획득을 넘어 국내 농업소득과 수급 안정에도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이들 물량이 수출되지 않고 국내시장에 풀렸을 경우 유자와 파프리카, 배의 국내 가격 하락폭이 각각 최대 69%, 56%, 24%에 이를 수 있다고 봤다. 신선 농축산물 수출이 국내 시장의 공급 과잉을 완충하고 가격 방어 기능까지 수행하고 있다는 얘기다.

다만 전체 농식품 수출 구조를 보면 흐름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수출의 무게중심이 갈수록 신선 농축산물보다 가공식품 쪽으로 옮겨가고 있어서다. 신선 농축산물 수출액은 2014년 11억2000만달러에서 2024년 15억달러로 늘었지만 연평균 증가율은 2.9%에 그쳤다. 반면 가공식품 수출액은 같은 기간 50억6000만달러에서 83억3000만달러로 커지며 연평균 5.1%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체 농식품 수출액 가운데 신선 농축산물 비중은 18.1%에서 15.2%로 낮아졌고, 가공식품 비중은 81.9%에서 84.8%로 높아졌다.
문제는 가공식품 수출이 늘어도 원재료의 국산화율이 낮으면 수출 확대의 부가가치가 국내 농업 부문으로 충분히 환류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라면의 국산 원재료 사용 비율은 4.1~10.2%, 커피조제품은 0.1~4.8%에 그쳤다. 주원료인 밀가루와 팜유, 커피 원두의 수입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농가가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 농산물 생산자단체 관계자는 “수출이 늘어난다고 해도 농가가 바로 혜택을 느끼는 구조는 아니다”라며 “국산 원료 사용을 늘리려면 단발성 구매가 아니라 계약재배처럼 물량과 가격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 구조가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의 경우 국산 원료 확대의 전제 조건으로 안정적인 조달 체계를 꼽는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수출용 제품은 단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민감한 건 연중 같은 품질과 규격의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느냐는 점”이라며 “면 원료 전체를 국산화하는 건 부담이 크더라도 수프, 건더기, 소스류처럼 부가가치가 높은 부분은 국산 농산물 활용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해법은 수출 효자 품목과 국내 산지를 촘촘히 연결하는 데 있다는 분석이다. 밀가루처럼 가격 경쟁력 문제로 기초원료의 전면 국산화가 쉽지 않은 품목은 라면 면보다 수프와 건더기 토핑, 소스류 같은 고부가 부재료부터 국산 농산물 사용을 늘리는 방식이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가공식품 수출이 커질수록 국산 원료가 스며드는 범위도 함께 넓혀야 농업소득 환류 효과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산지 조직화와 공급망 고도화도 병행돼야 한다. 개별 농가 단위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산지 조직화와 공동선별, 저장, 전처리 기능을 묶은 공급 체계가 선행돼야 한다.
농협의 역할도 적지 않다. 식품사업에서 국산 원재료 사용 원칙을 더 확고히 하고,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과 스마트 산지 조달 시스템 구축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다.
박재홍 미래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신선 농축산물 수출이 국내 수급안정과 농업소득 유지에 결정적으로 이바지하는 만큼, 향후 농정 방향에서 수출 확대와 국내시장 안정을 긴밀히 연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