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P ‘ONE’터치] 유명작 제목을 내 작품 제목으로 그대로 써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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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예은 ‘법무법인(유한) 원’ 미디어 & 엔터테인먼트팀 변호사

▲생성형AI 미드저니에 '똑같은 제목의 영화를 스마트폰에 검색해보고 어떤 게 원작인지 헷갈려하는 사람을 표현해달라'고 요청했다. (미드저니)

영화, 드라마, 소설, 음악 등을 즐기다 보면 가끔씩 익숙한 제목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이 있다.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다른 유명한 작품의 제목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경우다. 기존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이를 오마주로 반갑게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지만, 검색이 힘들어진다며 불편함을 호소하거나 기존 작품의 유명세에 기대려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이와 같이 다른 작품의 제목을 차용하는 행위는 법적으로 어떻게 평가될까? 유명한 작품의 제목을 그대로 가져다 써도 괜찮은 걸까?

우선 저작권에 관한 문제부터 살펴보자면, 우리 대법원은 오랜 기간 일관되게 ‘저작물의 제목은 저작물의 표지에 불과하고, 독립된 사상, 감정의 창작적 표현이라고 보기 어려워 저작물로서의 조건을 구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즉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저작물은 ‘사상 또는 감정을 창작적으로 표현한 것’인데, 대부분 몇 개의 단어나 짧은 문장에 불과한 제목을 여기에 포함하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만약 흔한 단어로 이루어진 작품 제목까지 폭넓게 저작물로서 보호한다면 오히려 창작 활동을 과도하게 제한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상표권과 관련해서는 문제가 없을까? 상표권의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우선 상표로 등록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데, 작품의 제목은 다른 상품과 구별되는 ‘식별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상표 등록 자체가 쉽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설령 상표로 등록되었다고 하더라도, 다른 상품·서비스에 대한 표시가 아니라 ‘다른 작품의 제목’으로 사용하는 것까지 제한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상표권의 본질적인 기능은 상품이나 서비스의 ‘출처를 표시’하는 데에 있는데, 작품의 제목은 작품 내용을 나타낼 뿐 출처를 표시하는 기능을 수행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작품 제목으로의 사용을 상표권 침해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저작권이나 상표권으로 보호받기 어렵다고 해서 다른 작품의 제목을 아무런 제약 없이 가져다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이다. 부정경쟁방지법은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영업표지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표지를 사용해서 타인의 영업활동과 혼동하게 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예컨대 이미 널리 알려진 작품 제목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마치 기존 작품의 속편이나 관련 콘텐츠인 것처럼 오인하게 만드는 경우라면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이 성립할 수 있다. 실제로 유명 영화 시리즈 ‘타짜’의 제목을 그대로 가져다 다른 영화를 만든 경우, 유명 뮤지컬 ‘캣츠’와 혼동될 우려가 있는 ‘어린이 캣츠’라는 제목으로 다른 뮤지컬을 제작한 경우 등에 대해 부정경쟁방지법상의 책임이 인정된 바 있다.

정리하면, 다른 작품의 제목을 차용하는 것이 저작권 또는 상표권과 관련하여 문제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맥락에 따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소지가 있으므로 이 부분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법적인 문제를 떠나서라도, 기존 작품에 대한 존중과 소비자의 혼동 가능성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창작자로서 바람직한 접근일 것으로 보인다.

[도움]

‘법무법인(유한) 원’ 미디어·엔터테인먼트팀은 영화, 방송, 공연, 매니지먼트, 웹툰, 출판, 캐릭터 등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에 걸쳐 자문과 소송을 수행해 왔다. 콘텐츠 산업에서 요구되는 전문성과 풍부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의 입장에서 최적의 법률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2023년과 2024년 ABLJ(Asia Business Law Journal)이 선정한 ‘한국 최고 로펌’에 2년 연속 이름을 올리며 엔터테인먼트 분야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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