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광장_김영윤의 통일경제] 세계질서 재편케 하는 중동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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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남북물류포럼 대표

동맹국 동참 불발…美 외교력 한계
한국 등 국익중심 다자외교 모색중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 적극 꾀해야

세계 경제가 새로운 중동 전쟁의 여파로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성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번 이란과의 충돌에서 미국은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역대 최저의 국내 지지율과 절반을 훨씬 넘는 전쟁 반대 여론은 전략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동맹국들로부터 연합함대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은 미국의 외교적 위신에 적지 않은 타격을 남겼다.

이란의 강력한 생존력은 페르시아 문명에서 비롯된 강한 자부심과 외세 침략의 기억에서 나온다. 끊임없는 외세의 침략을 받았던 역사가 만들어낸 본능이다. 이란은 국제사회를 신뢰하지 않는다. 외세가 그들을 지켜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이라크의 화학무기 공격 당시 국제사회가 보였던 방관은 핵만이 스스로를 지키는 필수 수단임을 확신케 했다. 이는 핵을 포기한 리비아 카다피의 비참한 최후를 보며 더욱 분명해졌다. 반미의 뿌리를 내리게 했던 것은 1953년 CIA(미 중앙정보국) 쿠데타로 민주 정부가 전복된 사건이었다. 미국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던 것은 2015년 7월 어렵게 이루었던 핵합의(JCPOA)를 트럼프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경제제재를 가했을 때였다.

이후 미국의 그 어떤 제안도 더 이상 믿지 않게 된 이란은 이번 충돌에서 예상보다 강한 대응 능력을 보여주며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략적 계산을 흔들고 있다. 이스라엘의 요격망을 무력화시켰는가 하면, ‘샤헤드-136’이라는 드론으로 미 공군의 핵심 전력인 ‘E-3 센트리’ 조기경보통제기(AWACS)에 심각한 손상을 입혔다. 그뿐만 아니다. 호르무즈 해협 쪽에 접근하던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를 인도양 1000km 밖으로 나가게 했다.

앞으로 세계질서는 어떻게 형성될까? ‘일극 속의 다극화’라는 구조가 강화될 것으로 평가된다. 중동은 세계 에너지의 핵심 지역이다. 갈등이 커질수록 중동 국가들은 미국 의존도를 줄이고 다자적 외교를 강화하려 할 것이다. 이는 이란과 중국, 러시아가 중심이 되는 브릭스(BRICS)와의 연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 역시 중국과의 상호의존 구조 때문에 단순한 압박 전략만으로는 상황을 관리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란 전쟁이 장기화할수록 중국은 이란에 석유구입을 통해 전쟁 자금을 대는 레버리지를 가지게 된다. 우크라이나와 이란 전쟁 등에 국방 생산력을 소진한 미국은 무기를 생산하기 위해 필수적인 희토류 등의 핵심 부품을 중국에서 들여와야만 할 처지다. 미국의 농부들에게 중요한 대두 수출의 경제적 이해관계도 중국과 얽혀 있다. 이에 미국은 중국과 협상할 수밖에 없다. 연기를 선언했지만 미·중 회담이 재개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북한 역시 중동 전쟁을 보며 북·미 대화의 기대를 낮추고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북·중 간 교역은 이미 ‘팬데믹’ 이전 수준을 넘어섰고, 철도·항공 연결도 재개되었다. 한국도 전략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동아시아 문명권에 속하면서도 서구 동맹 구조에 깊이 연결된 독특한 위치에 있다. 이러한 이중 구조는 갈등이 심할수록 더 큰 전략적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의 안보 우산에만 의존하는 일방적 구조에서 벗어나는 한편, 국익 중심의 다자적 외교와 에너지공급망의 다변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무엇보다 해상 교통로에만 의존하지 않는 에너지 전략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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