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돈으로 이자도 못낸다”...美中 공세에 멀어지는 반등 [K-태양광 '돈맥경화']

기사 듣기
00:00 / 00:00

중국발 저가 공세에 美 통관 리스크까지…커지는 K태양광 부담
줄줄이 실적 악화… “영업으로 이자도 못 갚는다”
우주 태양광 떠오르지만 “수혜 제한적”

국내 태양광 산업이 ‘외화내빈(外華內貧)’의 늪에 빠졌다. 미·중 패권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국내 기업들이 ‘번 돈으로 이자도 못 내는’ 한계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어서다. 보급 확대의 과실이 국내 설비 산업으로 흐르지 못하고 가로막힌 사이, 한국 태양광 생태계는 고사 위기라는 역설적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1일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국은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 등 태양광 전 밸류체인에서 80%를 웃도는 생산 비중을 장악하고 있다. 중국산과 한국산의 가격 차이는 대략 20~30% 수준에 달한다. 세계 시장 가격이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눌린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은 미국 현지 증설과 공급망 재편 투자까지 떠안으며 재무 부담이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한화솔루션이 단적인 사례다. 회사의 2025년 말 기준 차입금은 14조9773억원, 순차입금은 12조3115억원으로 늘었고 부채비율은 193%까지 상승했다. 한화솔루션의 2025 말 기준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대비 금융비용 배수는 0.8배에 그쳤다. 비율이 1 미만이면 영업으로 번 돈으로 이자도 못 갚는다는 뜻이다. 결국 지난달 2조4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고, 이 가운데 1조5000억원은 채무 상환에 투입한다.

태양광 핵심소재 폴리실리콘 분야 강자인 OCI홀딩스도 업황 악화의 파고를 피하지 못했다. 2025년 연결 기준 영업손실 576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 전환했다. 연간 실적 부진의 핵심은 말레이시아 자회사 OCI 테라서스의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가동 중단이다. 미국 행정부의 국가별 상호관세와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 등 대외 정책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고객사들의 장기 구매 계약 체결이 지연됐다.

문제는 돈을 더 넣어도 업황이 곧장 살아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4분기 미국 통관 지연 여파로 신재생에너지 부문 영업손실이 3855억원까지 확대됐다. 최근 미국 내 셀 통관 이슈가 일부 해소돼 모듈 공장 가동은 정상화됐지만, 3분기 가동을 앞둔 미국 웨이퍼·셀 공장은 보수 작업이 진행 중이다. 2026년 3분기에 가동 예정이라, 수익성 회복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띄우며 각광 받는 우주 태양광도 당장 실적 반전 카드로 보기는 어렵다. 발사비용·방사선 대응·상용화 검증 등 넘어야 할 기술적 과제가 많기 때문이다. 안주원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시장에서 화두가 된 우주 태양광은 시장이 열린다고 하더라도 국내 업체들에 돌아오는 수혜는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방 시장 점유율도 약해지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태양광 핵심 부품인 셀은 업계 추산에 따르면 중국산 점유율이 95% 이상인 반면 국내산은 4~5% 미만 수준이다. 2019년까지만 해도 국내산 셀 비중이 약 50% 수준이었지만 5년 만에 시장 주도권을 사실상 중국에 내준 셈이다. 모듈 단계에서는 국내산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이 역시 내부 셀은 중국산을 들여와 조립하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인 국산 경쟁력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안 연구원은 "태양광은 기술 및 가격 경쟁력에서 이미 중국 기업들이 앞서고 있는 시장"이라며 "미국에서의 태양광 발전에 대한 수요 전망과 중국산 배제 정책을 통한 국내 기업들의 반사수혜 강도를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대중 관세 강화와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국내 기업들이 현지 생산과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0 / 300